젠장! 내가 문제였네. 그때 만약 내가 헛된 희망들로 부풀어 올라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깨달을 것들을 깨닫고 내 본분에 맞는 인생을 잘 살아갔었어야 했다. 그러면 현실이 바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닌가, 그저 이혼 가정 자녀가 한 번쯤 느끼는, 우리 가정이 자식인 나 때문에 이렇게 더 어려워졌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인가. 잘 모르겠다.
나는 결국 학교를 적응 못하고, 엄마와의 상의 끝에 자퇴를 했다. 그래, 오히려 잘 됐다. 검정고시를 보고, 음악을 열심히 배워서 진짜로 실용음악과를 가고, 열심히 살아보자. 구더기가 쓰레기통에서 변태해봐야 같은 구더기인 것을. 내가 학교를 그만두게 되니 집에서 잡생각도 많아지고 또 다른 방황을 겪었다. 게다가 완전한 주부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도 당연한 것 아닌가. 학생이었던 내가 학교를 그만 두었으니, 이것은 어쩌면 엄마의 짐을 반 뚝 잘라서 나눠들고 가기 딱 좋은 형태의 사람이 된 것 아니겠나.
완벽하게 엄마의 짝꿍이 되었던 것이다. 음,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좋았다. 엄마는 돈을 벌어야 하니 엄마가 해야할 가사노동을 내가 맡는 것, 이것은 내가 원하는 가정으로 빠르게 회귀하는 한 단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이것이 나중까지 그냥 부엌떼기처럼 굳혀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감정적인 부분들도 반쯤은 나눠들어야 했다. 엄마가 나에게 나름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떠올려 본다. 그때 나는 제대로 된 정신 머리로 머리를 갈아끼우고 희망이란 것들을 다 버리고, 희망은 없을 것이니 엄마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의지하는 것을 뿌리쳐 버리고, 내 삶을 더 탄탄하게 계획하고 살았어야할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다.
환상과 희망들, 버렸어야 했던 것들. 떼내지 못 하고, 환상과 희망에 내 스스로가 점점 묻혀갔다. 어쩌겠는가. 어리석을 만큼 어렸던 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