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지명만 들어봤던 완전히 다른 곳으로 그렇게 이사를 가게 되었다. 조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된 것이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는 그 집에서 마치 감기를 앓았던 거 같다. 인생에서 또 다른 아픔이 찾아온 것이다.
숨쉬기가 불편하고 기침이 계속 난다고 했던 할머니, 그래서 같이 병원을 다녀왔던 할머니. 이사오고 난 후에는 두통도 잦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어느날 할머니가 하혈을 하셨다. 그땐 하혈이 제대로 뭔지도 몰랐고, 기분이 안좋아진 것 같은 할머니 옆에 그냥 함께 있는 것뿐이었다. 할머니가 이제 더 연로해지셨구나 라는 생각뿐.
그러다가 어느 날이었다. 일요일 아침, 할머니가 집 안에서 넘어지셨다. 아담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모든 가족은 너무 놀랐다. 소리도 제법 컸다. 할머니가 당신 발에 당신이 걸려 넘어지신 거다. 할머니는 우리 보다 더 놀라셨다. 가족들 중 소위 '병치레, 병간호 전문 인력, 에이스'들만 뽑혀 응급실에 갔다.
할머니가 넘어지셔서 땅에 쿵하고 닿은 그 부위는 대퇴골이었다. 대퇴골 엑스레이와 함께 이런, 저런 기본 검진들이 이어갔다. 응급실을 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주 기본적인 피검사와 함께 항상 같이 찍는 흉부 엑스레이.
'에휴, 할머니 수술해야한대. 아니 어떻게 대퇴골이 그렇게 쉽게 부러지지. 암튼 할머니 너무 걱정마셔.' 그 사이 엄마는 의사에게 불려갔다. 의사의 표정은 대수롭지 않고 퉁명스럽게 할머니와 대화하던 표정과는 달랐다. '저것들, 맨날 저러지 심각한 척, 최악을 말하겠지 또.' 속으로 조용히 생각하고 말았다.
엄마가 돌아오더니 나에게 손짓을 했다. '할머니가 폐암인 것 같대. 그리고 이 정도면 말기 정도 된대.' 엄마와 나는 현실 같지 않은 현실 속에 둘 다 아무렇지 않은 듯 멍했다.
우리 할머니도 죽는다고? 에이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