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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May 30. 2024

글을 쓴다는 것은

달리기를 해야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루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모닝커피를 한잔 한 후, 새벽 5시부터 정오까지 글쓰기를 한다. 글이 잘 써지든 아니든 무조건 앉아서 썼고,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을 매일 규칙적으로 썼다고 한다.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하고, 정오부터 1시까지는 점심 식사를 한다. 오후 1시부터 9시까지는 달리기나 수영, 재즈 듣기, 집안일, 독서 등의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겼고, 9시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글쓰기 위한 체력을 위해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했고 이런 루틴의 생활을 수 십 년 했다.  


글을 써야 할, 아니 올해 안에 책 한 권을 만들어야 할 일이 생겼다. 아니구나, 생겼다기보다는 일을 만들었다. 편집자로서 책에 이름이 적히는 게 아닌, 작가로서 책에 내 이름이 실리는 것은 평생에 꼭 한 번은 하고 싶었던 일었다. 그 꿈을 올해 이루게 되었다. 몇 개 월안에 만들어야 내야 하는 책이기에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고, 후에 책은 나왔는데 누구도 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런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것은 과거에 느꼈던 어떤 감정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기억들은 그것을 다시 꺼내놓는 것 만으로 마음을 더 단단하게 하고 다잡게 된다. 하지만 나를 지하 깊은 곳에 던져버린 기억의 감정들은 마주하기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끄집어내고 긁어내고 다시 털어낸다. 


한 주 뒤면 엄마의 첫 기일이다.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엄마의 산소 앞에서 또 우리 가족은 눈물바다가 될 거고, 모두가 숨겨지지 않을 울음을 숨기며 그 시간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시 글로 쓰고 있다. 이미 한 번 내 손 밖으로 나왔던 이야기들은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 보고 있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다. 수시로 눈물을 닦아가면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다. 

나도 달리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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