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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Feb 20. 2023

작가 vs 편집자

글을 쓰기 시작하고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것은 필연적이지만 우연한 기회였다. 민들레 꽃씨 마냥 부유하던 생각들이 베갯솜 터지듯 마음에서 터져 나와 글이 되었다. ‘비공개’였던 나의 일기장이 ‘일부공개’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적고자 하는 이야기에는 모든 진심을 담은 것이 나의 글이었다. 그것이 글 앞에서의 바른 태도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글은 내가 되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언어의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담기게 되었다. 살고자 하는 방향, 내면의 어떤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글에 담기게 된다.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편집자로서 글을 마주하는 것은 작가로서 글을 마주하는 것과 반대의 일이 된다. 내가 없어진다. 나의 문체, 습관, 가치관, 방향성은 잠시 덮어두고 작가가 가진 것에 집중한다. 작가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의 언어가 더 명확히 그의 것이 되게끔 만드는 것이 편집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 여긴다.  


글을 쓰는 것이 거울에 비친 나를 다듬고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라면, 편집자로서 글을 다듬는 것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거울에 담긴 이를 보며 그가 빛나게 하는 것과 같다. 고운 면에 약을 묻혀 구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것과 같기도 하다.


그래서 편집자로서 글을 마주하는 것이 좋다. 나의 글을 쓰는 것보다 1.5배는 더 좋다. 있는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고 빛이 나지만 조금만 더 쓰다듬으면 더 반짝거릴, 그 빛난 존재들을 보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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