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를 마쳤다. 어제 보건소에 검사하러 잠깐 나오긴 했었지만 오늘 12시 합법적으로(?) 자유인이 된 것이다. 이 느낌은 또 다르다. 낮 12시 이후에 격리가 해제되면 온 동네를 싸돌아다닐 것이라고 장담했건만 영 맥이 빠진다.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 간절함이 없어진 탓인가. 이래서 드라마에서 연인끼리 못 만나게 하면 더 만나고 싶은 건가. 그래도 일단 힘을 내서 나가 보기로 한다.
차를 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격리기간 중 그렇게 가고 싶었던 벚꽃 나무가 예쁜 오래된 도서관이다. 온통 추억이 가득한 그 도서관에 내가 격리되어있던 동안 벚꽃이 만발했다. 사진으로 이미 보았고 벚꽃이 졌어도 가보고 싶었다. 코로나로 도서관은 임시 폐쇄였고 예상했던 대로 만발했을 벚꽃은 다 졌다. 꽃잎이 지고 난 후 꽃대가 남은 벚꽃을 보고 있자니 아쉬우면서도 그 모습도 생각보다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라면 꽃잎이 떨어지기 직후의 벚나무를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았을텐데... 활짝 피어있었을 벚꽃을 상상하며 나무를 본다. 하늘에서 장엄하게 터지고 난 불꽃들이 떨어지면서 줄무늬를 그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불꽃처럼 벚꽃도 터졌을 테지...
그러다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려보니 벚꽃나무의 기둥에 피어있는 벚꽃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나무기둥의 이렇게 딱딱한 틈을 비집고 나오다니 너 대단하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제법 많은 나무 기둥에 벚꽃들이 피어있다. 왜 나무 가지 끝 쪽에 피지 않고 이렇게 기둥에 핀 것일까.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니 너무 기특하다.
"딱딱한 틈 사이 힘들게 올라오느라 한 발 늦어서 이렇게 늦게 핀거니?"
늘 벚꽃 나무 가지 끝에 붙어 있던 한 다발의 벚꽃들만 보다 이렇게 한 송이씩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 꽃들이 어쩐지 벚꽃이 아닌 듯 낯설다. 꼭 작은 무궁화 같다. 역시 너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더 예쁘구나!
사람도 어디든 가고 싶은 자유가 있듯이 꽃도 어디든 필 자유가 있는 거겠지.
다 졌을 줄 알았던 벚나무 기둥에 피어있던 벚꽃들이 마치 나에게 주는 선물같았다.
그동안 집에 있느라 수고했다고...
또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