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착하게 살았다 (동시집)

서평-우시놀/어린이시나라/2022

by 인애

세상에 동시집은 많다. 하지만 얼마나 아이들에게 읽힐까? 학교 도서관 대출반납업무 경험을 떠올리면 글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동시집을 빌려가는 횟수는 많이 쳐줘도 하루에 한 두 권 정도인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동시를 꾸준히 접하게 되는 것은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는 교과서의 시 수업을 할 때 항상 도서관의 동시집을 한 권씩 같이 읽는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동시집을 읽기는 하지만, 이것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읽는 것은 아니다. 많이 팔리는 동시집도 보통 교과서에 한 편의 시가 실리면 교과연계 필독도서로 선정되고, 학부모와 공공도서관에서 꾸준히 구입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는 어린이가 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장르인데 어린이가 평소에 적극적으로 동시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는 도서관에 가서 동시집 10권만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치하거나, 예쁜 것만 늘어놓거나, 아이들의 삶이 담기지 않아 아이들이 즐길 수 없는 동시집이 생각보다 많다. 물론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동시집도 꽤 있다. 하지만 서가에 있는 동시집을 하나 꺼내서 한 권을 다 읽어도 '아! 좋은 시다.' 하고 무릎을 칠만한 시가, 한 편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나의 경우지만.

그런데 오늘 소개할 이 동시집은 좀 재밌다. 그리고 감동도 있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다 보면 킥킥거리고 웃었다가 '아~'하며 짠한 마음이 생겼다가 또 미소 지었다가, 그렇게 끝까지 보게 된다.


재미있었던 시 중에 <콩 한 쪽과 닭 다리 두 개>라는 시를 보자. 치킨 닭다리를 먼저 먹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을 향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데'라는 엄마의 한숨 섞인 말을 들은 아이의 생각이 재밌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콩과 치킨은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하늘과 땅차이다. 어른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재미있었던 시 몇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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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읽는 동시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들의 삶을 알아야 어떤 부분에서 응원이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가 최선을 다한 일>은 아이들에 대한 관찰이 돋보인다. 아이는 잠과 싸워 이겨서 독서를 해냈고, 지루한 수학 시간에 책에 낙서도 안 하고 버텼으며, 술래잡기를 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칠판을 닦을 때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까지 최선을 다해서 닦았고, 급식시간에 시금치나물을 한 개만 먹은 것도 아니고 안 남기고 다 먹었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행동이라 아마도 선생님에게 칭찬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아이 본인에겐 최선을 다한 일임은 틀림없다. 칭찬을 받으면 좋겠지만 칭찬을 못 받는다고 해도 이런 일들이 내가 최선을 다한 일이라는 걸 아이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외적동기보다 내적동기가 훨씬 더 가치 있는 법이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어른이 보기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은 하루에도 많은 일에 도전하며 실패하기도, 성공하기도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어른만큼이나 치열할 아이들의 일상을 이런 시 한 편이 응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응원이 될 만한 시 몇 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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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어린이가 즐길 수 있을만한 시라는 장르적 특성을 가지지만 어른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 시집의 시들은 동시라고 해서 어린이를 화자로 한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화자인 시들도 많다. 어른이 화자이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시들이다.

<수업 마칠 무렵>은 읽으면서 교사로서 가장 크게 공감한 시다. 쉬는 시간이 다 되어 가면 아이들과 시작되는 눈치 작전. 쉬는 시간이 다 되어가면 아이들 계속 시계를 본다. 아이들이 시계를 흘깃 보는 모습을 보고 쉬는 시간이 되어감을 알아차릴 때도 많다. 40분을 책상에 앉아있는 고통의 보상은 고작 쉬는 시간 10분이지만 아이들은 그 10분을 얼마나 알차게 노는지 모른다. 그래서 쉬는 시간은 꼭 지켜주고, 너무 신나게 놀고 있으면 몇 분 시간을 더 주기도 한다. 사실 아이들만큼이나 선생님도 쉬는 시간을 기다린다.


이렇게 어른도 공감할 만한 시 몇 편을 소개한다. 시를 지은 작가들 중 교사가 많은 것인지 선생님이면 더 크게 공감할 만한 시들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어떤 어른이라도 다 즐겁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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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는 작가가 '우시놀'이라고 나와있는데 사실 '우시놀'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닌 '우리는 시로 놀아요'라는 시 공부 모임의 이름이라고 한다. 표지에는 단체 이름으로 되어있지만 목차에는 시의 제목과 작가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나와있다. 한 사람에 5편 내외로 시를 모아서 함께 낸 책이라 좋은 시들만 뽑아져 있는 느낌이 든다. 한 권을 읽었는데 마치 몇 권을 시집을 읽은 것 같다.


이 책은 다른 동시집과 달리 시에 그림이 없다. 그림과 함께 보는 동시집이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없어도 시를 읽으면 금방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을 정도로 시가 쉽기에 곧 이해하고 장면을 떠올리며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 <햇살 버스>처럼 그림이 없어도, 웃으며 내리는 어린이들을 환하게 떠올 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를 읽고 어린이집 버스를 볼 때면 이 시가 생각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떠올릴 만한 많은 시를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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