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서평-존 버닝햄 / 비룡소

by 인애

어린이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어른 되기


존 버닝햄은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대안학교인 서머힐 스쿨에서 자유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린 시절 학교에서도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도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미술공부를 했던 런던의 학교에서 헬린 옥슨버리를 만나 결혼하고 헬린 옥슨버리도 남편의 영향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었고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1964년 첫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고, 1970년에 펴낸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같은 상을 한 차례 더 수상했다. 2019년 1월 4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우리나라에서 무척 인기 있는 작가라 방문할 때마다 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닝햄은 쉽고 반복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했으며, 어린이가 그린 그림처럼 의도적으로 결핍된 부분을 남기는 화풍이 독특했다.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으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하기로 유명하며, 어린이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뛰어난 작가이다.


『지각대장 존』의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면 주인공인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 가는 길에 악어와 사자, 커다란 파도를 만나 학교에 지각하게 된다. 지각한 이유를 선생님에게 말하지만 선생님은 믿지 않고 존에게 벌을 준다. 그러던 어느 등굣길에 존이 아무 일도 없이 교실에 도착하였는데 선생님이 고릴라에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선생님은 존에게 구해달라고 하지만 존은 이 동네에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어린이의 말을 믿지 않는 어른의 태도와 그에 복수하는 어린이를 통해 어른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주고 어린이에게는 통쾌함을 주는 존 버닝햄의 대표작이다.




그림에서 의미 찾기

등굣길과 학교를 오가는 서사는 서로 다른 색감으로 대조된다. 등굣길을 환상세계로 보고, 학교를 현실세계로 본다면 환상세계에서의 존은 크게 그려지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작게 그려진다. 또한 환상세계에서의 색감은 선명하고 밝은 색을 사용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배경색도 없는 황량한 교실에 책상과 의자만이 존재한다. 선생님 앞에서 작아지는 존을 보며 존이 학교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하게 된다. 존의 크기가 존의 자존감의 크기인 것만 같다. 반대로 악어와 사자, 큰 파도를 만났을 때의 존의 모습은 크고 배경색도 화려해 활기 있는 느낌을 준다. 환상세계에서 느끼는 존의 생기 있는 감정이 잘 느껴진다.

왼쪽을 환상 세계라고 본다면 오른쪽은 현실 세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존의 표정을 알 수 없게 그린 점도 인상적이다. 사자에게 바지를 물어 뜯기고도 선생님에게 가혹한 벌을 받아도 존은 무표정하다. 이런 무표정함으로 더 많은 것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이 아니라 마음으로 존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들여다보게 된다. 드러내지 않으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진실과 거짓

존이 등굣길에 경험한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실제 사자와 악어, 커다란 파도를 만난 것은 사실일까? 존이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가능한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된 일일까. 먼저 존이 혼자 상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존은 그것을 실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어떤 어린이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실제 존이 만났던 사람을 동물에 비유한 것 일 수도 있다. 자신을 괴롭히는 동네 불량배가 있다면 사자와 악어로 비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존의 경험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떤 쪽이든 어린이의 상상과 진실은 자주 부정 당한다. 존 버닝햄은 그런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존과 같이 말하는 어린이를 만났을 때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하고 그 말을 믿어줄 어른이 얼마나 될까?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

존은 늘 자신의 말을 믿지 않고 벌을 주었던 권위적인 선생님에게 통쾌하게 복수했다. 아니 존은 그것이 복수라고 생각 안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선생님에게 배운 데로 말했을 것이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어른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고 그럴 때 어린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존이 선생님이 평소에 하던 말을 다시 갚아줌으로써 그런 마음이 해소되어 어린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 책을 읽고 난 어른들은 어린이들 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이야기 속 선생님에 자신을 대입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던 경험은 어떤 어른에게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 선생님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나만 해도 교실에서 하루에 26명 남직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 경청하고 들어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런 섬세한 관심과 이해만이 올바른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또한 과장된 벌로 나타나는 교육 현실을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존이 300번 적은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가 그림책의 속지를 채우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니 조금 먹먹해지기도 한다. 체벌이 금지되었지만 체벌 대신 주기도 하는 다양한 벌이 결국 어린이들을 순응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 중에 손꼽히는 책이다. 자세히 살펴보면서 왜 이 책이 이렇게 주목을 받아왔는지 알 것 같다. 간결하면서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한 그림과 반복되는 이야기와 마지막 결말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우리반 1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아이들이 평소 다른 그림책을 읽을 때보다 말이 많아지는 경험을 했다. 선생님의 태도에 분노하기도 하면서 선생님에게도 벌을 주어야 한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한 존이 마지막에 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함으로써 대부분의 아이들이 통쾌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 어른에게는 뜨끔함을 안겨주는 그림책. 요즘의 그림책들과 비교해보면서 고전이 왜 고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그림책의 고전이라 불릴 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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