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 반이
올해도 우리 반이 되었다

by 인애

"선생님이 교실에 있어서 안심이 되었어요!"


3월, 새 학년 첫날.

아이들은 분명 3학년 새 교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익숙한 작년 2학년 선생님이 앉아있다. 그렇다. 2년째 같은 아이들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똑같은 선생님이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라고 물어보았다. 표정관리가 안 되는 솔직한 우리 반 아이들이라 조금 겁이 났다. 내가 2년째 담임선생님인걸 알고 서운해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던 거다. 다행히 아이들은 좋다고, 반갑다고 했다. 그중에서 은우의 '안심이 되었다'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은우는 작년 말에 수도권에서 최고 남쪽인 이곳에 전학을 와, 아직도 적응 중인 아이다. 은우의 말에 더 안심이 된 건, 나였다.


17년 전 교직에 들어선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같은 아이들을 2년 동안 연달아 담임을 맡기로 결정하다니. 사실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학년은 13명 이하인데 우리 반 아이들은 22명으로 많은 편이다. 도시학교에 비하면 작지만 시골학교에서 22명은 정말 많은 인원이다. 급식소에서 줄을 서도 지나가는 교직원들이 "2학년은 줄이 끝도 없네요!"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아이들의 수가 두 배이면 학급의 모든 일이 두 배로 많아진다.


또 아이들의 성향이 활달해서 늘 우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 되었다. 교무실에서 '1학년이 타는 그네를 뺏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지도부탁드립니다.', '화장실에 아이들이 휴지로 장난치지 않도록 지도해 주세요.'이런 이야기가 교무실에서 들려오면 늘 '우리 반 아니야?'하고 걱정을 했다. 실제로 많은 사건에 우리 반 아이들의 지분은 상당했다. 각 마을의 골목대장들만 우리 반에 모인 것 같았다.


또한 꽤나 시끄럽다. 작년 3월, 2학년이었던 이 아이들을 처음 맡았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한 마디 하면 20명 남짓한 아이들이 몇 마디 씩 더하는 데, 3월 초부터 늘 목이 쉬어있었다. 교직경력에 처음으로 마이크를 준비했다.


그런데 왜 또 담임을 하겠다고 결정했을까?작년 3, 4월에 그렇게 혼을 빼놓고 단 5분도 집중을 못하던 아이들이 여름이 다가오자 어느새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끄러워서 조용히 시키다가 다 지나가버리곤 했던 아침 독서 시간에도 조용히 책에 빠져든다. 정신없다가도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정열적으로 몰입했다. 또 재미있고 즐겁다는 표현을 남발한다. 준비한 선생님이 신나게 말이다.


학교에서의 한 해는 늘 정신없이 지나가기 마련인데 작년에는 바쁜 와중에도 유난히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글쓰기를 한 줄도 못 하던 아이가 두 세줄을 써나가고, 부끄러움이 많고 언어발달도 느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던 아이가 어느새 나에게 말로 장난을 치고, 줄넘기를 한 개도 못 넘던 아이가 어느새 다섯 개를 넘는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구나!'

그 자람을 자꾸만 알아채게 되어 기뻤고, 기특했다. 물론 내가 한 일은 미미할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도 잘 자라니까. 과거에 맡았던 아이들은 이렇게 눈에 띄게 성장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걸까? 아마도 알아채지 못한 쪽일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절처럼 나도 아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마음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아이들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성장하고 있다.


3월이 되어 새 학년을 맞이하면 늘 자기소개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소개할 것도 없었다. 자기소개를 하자고 하니 아이들은 아우성이다. 다 아는데 무슨 소개를 하냐고 한다. 그래서 다 아는 것 말고, '친구들이 절대 모를 것 같은 자기소개'를 해보자고 했다.

"저는 어릴 때 흙을 먹은 적이 있어요!" 시우가 수줍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며 말한다.

"저도 왕꿈틀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3초 안에 먹었는데 흙이 다 붙어서 흙을 왕창 먹은 적 있어요."

"라면 먹다가 매워서 옆에 물인 줄 알고 먹었는데 술이었어요."

"어. 나는 포도주스인 줄 알고 포도주 먹어봤어요."

이쯤 되면 주제를 환기시켜주어야 한다.

"자자. 얘들아! 꼭 뭘 실수로 먹은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친구들이 모를만한 나에 대한 소개라면 어떤 것도 괜찮아. 다른 것도 말해보자."

"선생님, 선생님! 저는 똥도 먹을 뻔 한적 있어요!"

"저는 동생 쉬한 거 진짜 마셨어요!"

아무리 이야기의 주제를 다시 되돌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하나에 꽂히면 눈을 반짝이며 재잘대고 활기차게 그쪽으로 휩쓸려간다. 포기하고 아이들이 실수로 뭐 먹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웃으며.


또 발견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또 우리 반 아이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맑고 활기차서, 이렇게 나를 또 웃게 만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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