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공에는 누군가의 그림자 같은 조용한 노력의 시간이 있었으리라!
어떤 성공 뒤에는 대개 그림자 같은 한 사람의 조용한 시간이 있음을 새삼스럽게 책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 시간은 기록되지 않은 채 이야기의 앞부분에도, 결말에도 등장하지 않죠.
그래서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바라보게 되는데요.
며칠 전 아들이 공부할 때 흑백 요리사 최강록의 책 <요리를 한다는 것>을 다시 펼쳐 읽어 보았습니다.
이미 한 번 읽은 책이지만 그날 전 전혀 다른 문장 앞에서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어머니는 신문에 나온 맛집 기사들을 스크랩해 두셨고, 우리는 함께 줄 서는 식당들을 다니곤 했다.”
아주 짧은 한 문장이었는데, 그 문장에는 많은 시간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신문을 펼쳐 맛집 기사를 오려내는 손, 그 종이 조각들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마음 그리고 아들과 함께 어느 식당 앞에서 조용히 줄을 서 있던 시간들
그 장면들이 자세히 책에 쓰여 있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알 수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진로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동행 속에서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른겠다는 걸요. 이 책에서 최강록 셰프님의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새삼스레 아들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햇빛 좋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책상 앞에 앉아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었습니다.
“엄마, 앞에 앉아 있어 줄 수 있어?” 혼자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기가 힘들었는지 저에게 함께 있어주길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 부탁이 공부 때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혼자 견디기 어려운 시간에 누군가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았기에 아무 말 없이 맞은편에 앉아 조림핑 최강록 셰프의 <요리를 한다는 것> 책을 다시 한번 읽게 되었던 거죠.
문득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보니 연필을 쥔 손, 가끔 멈추는 시선, 다시 종이 위로 내려오는 생각들
비록 기록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바라보고 함께하는 순간이 아이의 기억 속에는 남겠죠!
우리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애쓰지만 어쩌면 아이를 만드는 것은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닌
함께 있었던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이가 걸어가는 꿈길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곁에 머무르는 일!
그 조용한 반복이 한 사람의 방향을 만드리라...
엄마에게서 받은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꿔 다음 삶으로 흘러가겠죠?
함께 줄 서던 최강록셰프는 이제 자신의 식탁을 만들고 그 식탁 위에는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겹겹이 쌓여 그의 아이들에게 아래로 사랑을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이 제 모습과 닮아 있어 짧은 한 줄에도 격하게 공감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아이의 문장 한 줄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걸요.
그리고 그 문장은 아주 짧겠지만 그 안에는 오래 머문 시간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오늘도 저는 더 아이에게 충실한 사랑으로 그 문장 속에 들어갈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