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 빛나는 당신이라고 토닥토닥!
요즘 제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한 줄의 문장이 있습니다.
"쓰고 싶다. 하지만 쓰고 싶지 않다."
3월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달이라고들 말하죠.
저 역시 25년 목표를 잡아 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년 초에 그 목표를 이루어 낸 좋은 결과의 소식을 전해 들으며 2026을 시작해 놓았습니다. 제 나름으로 꽤나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인 날들을 쉼 없이 보내와서 일까요?
가족을 챙기고, 저를 챙기고,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켠 하루.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기만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글이 써지지 않더라고요.
뇌가 명령을 멈춘 것인지, 손이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잠시 쉬고 싶다고 합세하여 손을 잡은 것인지... 눈만 유난히 열정적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남기고 싶은 기록도 많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더 많은데...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끌어안으려다 마음 어딘가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기도 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평소 가장 즐겁게 행하던 글쓰기가 어느 날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너무나 간절히 쓰고 싶습니다. 이 생각을, 이 감정을.
지금의 나를 하나도 빠짐없이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어서요.
그 모순의 한가운데에서 저는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책을 발견하고는 펼쳤습니다.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문장이 태어나기 직전의 마음에 대한 기록입니다.
영화감독, 작가, 기자, 배우, 뮤지션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는 아홉 명의 사람들인 _전고운, 이석원, 이다혜, 이랑, 박정민, 김종관, 백세희, 한은형, 임대형_이 ‘쓰기’ 앞에서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고백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결국 멋지게 마감을 해낸 사람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지 못하는 밤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가 제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듯합니다.
“왜 우리는 쓰고 싶으면서도 쓰고 싶지 않을까?”
전고운 감독은 말합니다.
“내가 사랑했던 글과 영화는 거대했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이 되더라고요. 사랑했던 것들이 너무 커서,
그 앞에 서면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
이석원 작가에게 글쓰기는 치유의 방이었지만 동시에 벗어나고 싶은 방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머물고 싶으면서도 도망가고 싶은 공간. 그 양가적인 감정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를 나열하며 자신의 망설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세희 작가는 '창작이란 불안을 에너지 삼아 결국 마무리해 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에서 한참 생각을 멈추게 만들더라고요. 지금 이 멈춤이 게으름이 아니라 어쩌면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직 쓰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망쳐진 것은 아니라는 말,
“쓰지 않은 글은 아직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그 문장이 제 머릿속을 조금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리커버판에는 My Writing Routine Diary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월별, 주간 단위로 자신의 쓰기 계획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검은 양장본 표지 위에 ‘쓰는 손’이 강조된 디자인은 말없이 묻습니다.
그래서, 오늘 무엇을 쓸 건가요?
책의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은 ________ 에게” 저는 그 빈칸에 이름을 또박히 적어 넣었습니다.
더 잘하고 싶은 일 앞에서 가장 먼저 도망치고 싶어지는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닌가?
사랑하는 만큼 두렵고, 중요한 만큼 미루고 싶어지는 마음처럼요.
하지만 결국, 내 얘기를 쓸 때 가장 솔직하고, 가장 고독하며, 그리고 가장 자신에 가까워진다고 합니다. 지금 나의 마음을 제일 잘 얘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제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네요. 쓰기 싫은 그 마음도 글의 일부라고. 멈춰 있는 시간도 결국은 문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저 역시 오늘 완벽하지 않은 문장을 이어가 봅니다.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을 함께 끌어안으면서요.
혹시 지금, 쓰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쓰고 싶지 않으신가요?
책을 읽고 나니 그 어떤 마음이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미 그 질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여전히 쓰는 사람입이니까요.
#쓰고싶다쓰고싶지않다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