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멘토링의 거리

내려놓는 연습에 대하여

by 수리

어찌 된 일인지 나의 의지와는 정 반대로, 주변에서는 자꾸만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어달라거나 조언자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소위 말해 멘토가 되어 달란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지는 않다. 나 또한 내가 중요하다. 내가 중심이 되면 좋겠고, 내가 행복하면 좋겠고, 내가 성공하면 좋겠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주변에서는 자꾸만 멘토가 되어달라 요청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과의 관계가 늘 어려웠다.

무언가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 이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그리고 동시에 휘몰아치는 자꾸만 도망가고 싶어지는 회피의 감정까지 함께 찾아온다.


그러다 부서의 신입사원과 멘토-멘티의 관계로 일 년이란 시간에 함께 묶이게 되었고, 얼마 전 그 과정을 돌아보는 발표 시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멘토-멘티의 관계에 놀라기도 했고, 동시에 내 멘티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충분히 도와주지 못한 것만 같고, 나보다 더 좋은 멘토를 만났다면 이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죄책감도 들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나는 신입사원에게 사과했다. 다른 멘토들처럼 충분히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이다. 신입사원이 나에게 말했다.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었다고,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자신만의 멘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었다고.


가끔은 나보다도 경력이 적고 나이도 적고 여러 측면에서 적은 사람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 순간 나는 멘티가 되고 신입사원은 멘토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아이들은 모두 다 공짜로 한번 더 타기 위해 황금의 링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피비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하고 있었는데, 목마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황금의 링을 잡으려고 할 때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떨어져도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아무 말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샐린저, 호밀 밭의 파수꾼)


멘토링을 하며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일 년 동안 이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혹시 손을 잡고 이끌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모든 멘토-멘티의 관계가 하나의 사이클 같다고 생각한다. 처음 멘티를 만났을 때 그리고 멘티가 일하며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함께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멘티가 더 이상 멘토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설 수 있게 되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이 정도면 괜찮은 멘토링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잡아주는 것을 멈추고 독립된 존재로 바라볼 때, 그제야 편견 없이 멘티를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성장에 1할 정도는 책임을 느끼며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그 1할은 때로는 붙잡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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