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과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
우리 아파트는 20년도 더 되었다.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주변에 새로 생긴 아파트도 많은데 왜 굳이 그 아파트에 사느냐고, 우리 집 사정도 모르는 채, 자꾸만 다른 아파트를 권한다.
엄마는 이사 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이 아파트가 좋다.
우리 아파트에는 어린이, 청소년보다도 중년 그리고 노인이 더 많이 산다. 그래서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유독 명절이 되면 부모님, 시부모님을 방문하는 젊은 부부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타고 온 차로 도로가 꽉 찬다. 명절만 되면 우리 아파트는 다시 살아난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됐다. 내부에는 몇십 년 전에 유행했던 체리 색으로 몰딩이 되어있고, 거실에 있는 전등은 요상한 꽃 모양으로 되어있다. 한 번은 엄마가 이 체리 색이, 나에게는 버건디인, 촌스러워 보인다고 흰색 페인트를 사 와서 온 가족이 3시간 동안 천장만 보며 칠을 했다. 수백 번의 붓질 후 몸살이 나 차마 부엌은 마무리하지 못해서 지금도 부엌만 붉은색이다. 엄마는 종종 저것도 다 칠해버려야 하는 데하고 중얼거리지만, 나는 오히려 거실의 백색과 부엌의 붉은색이 꽤나 강렬한 대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파트는 겉은 오래되고 색도 바랬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남향으로 되어있어 밝고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하다. 커다란 창을 통해 요즘 아파트에는 심지 않는다는 철쭉, 개나리, 은행나무, 벚꽃이 보인다. 목련도 있다. 시선은 흰색, 분홍색, 자주색, 노란색으로 가득 차다가 체리 색으로 돌아와 가라앉는다. 봄에는 철쭉 꽃가루에 눈이 탱탱 붓고, 개나리를 보며 어렸을 때 배운 동요를 흥얼거린다. 가을에는 감나무에 열린 감을 먹으려 까치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면 은행의 쿰쿰한 냄새가 나고, 열매를 밟지 않으려 탭댄스를 춘다.
우리 아파트는 지상에도 차가 다닌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도로 한가운데를 걷지 못한다. 인도로 올라갔다 차도로 내려갔다 다시 인도로 올라가지만 나름 스릴이 있다. 가끔 까치가 도로 한가운데에 있거나 고양이가 쓱 지나가면 행여나 위험하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우리 아파트는 웬만하면 받아들인다. 길고양이가 뒹굴대도 까치가 날아가도 비둘기가 걸어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냥 쳐다본다. 지나간다.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리 아파트에는 나의 10년간의 기억이 있다.
오랜 자취 후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된 공간이기도 하고,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내내 누워있던 공간이기도 하고, 하늘나라로 간 나의 첫 반려동물과 마지막으로 함께 보낸 공간이기도 하고, 비좁지만 나만의 방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니 오래됐다고 무조건 별로인 건 아닌 것 같다. 공간도 벼처럼 사람처럼 오래될수록 고개가 숙여지는 걸까.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앤틱을 좋아하는 걸지도, 오래된 것을 클래식하다고 고상하다고 부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아파트가 전국 아파트 자랑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래도 노력상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