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루시드폴의 꽃이 된 사람

어쩌면 꽃은 꺾이려고 피어나는 건 아닐까

by 수리

종종 우리는 창작자가 심어둔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갑자기 추천해 준 루시드폴이라는 가수가 인터뷰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사람이 좀 궁금해졌다. 유학하러 가서 공학박사까지 하고 홀연히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 사람의 이야기가 가깝게 다가왔다. 그러고 나니 알고리즘이 곧 그의 노래 ‘꽃이 된 사람’을 내 화면에 띄웠다.


퇴근길 그리 붐비지 않는 전철에 타서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한쪽에만 이어폰을 꼈다. 전주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그 노래가 나에게 확 다가와서 모든 걸 멈추고 노래에 집중했다. 야근하고 돌아오는 날이 하필 금요일 밤이어서 그랬던 걸까. 왜인지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실 이 음악은 사랑 노래라고, 그것도 희망적이고 설레는 사랑 노래라고 루시드폴이 직접 말했다.


꽃이 된 사람

꽃이 된 사람

사랑하다가 나도

꽃이 되었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해서 아름다운 꽃이 되자,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도 그 사람을 따라 꽃이 되었다는 뜻이란다.


그런데 나는 왜 슬퍼졌을까.

그건 꽃에 대한 나의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꽃은 예쁘고 작고 너무나 연약하다.

바람에 의해 한순간 흔들렸다가 줄기가 꺾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인간의 손에 의해 꺾였다가 3초간 행복을 주고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길러졌다가, 누군가의 식탁 위 유리병에 꽂혀 마를 때까지 머물다가 쓰레기통으로 갈 수도 있다. 나에게 꽃은 아름다움과 소멸이 가까이 붙어있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꽃을 보면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꽃이 꺾여 버린 후의 그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도 꽃이 되었다는 가수의 목소리가 슬프게 다가왔으리라.


가수의 원래 의도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가사를 듣고, 나만의 상상을 해보는 것도,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꽃이 된 사람

사랑하다가 나도

꽃이 되었네


꽃이 된 사람은, 들판에 피어 있다가 누군가의 손에 발견되어 꺾어져 들판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옮겨진 누군가이다. 이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 가족의 품을 떠나 다른 가능성을 찾아 떠난 사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은 이미 꽃이 되어 버린 이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원하고 따라가다 결국엔 이루어지지 못하고 꺾여버린 꽃이 되어버렸다고 상상해 본다.


루시드폴의 <꽃이 된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한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음악은 잘 모르지만, 단조로 이루어져 있는 듯, 멜로디가 어딘가 슬프게 다가왔다.

하필 금요일 밤이어서 그랬던 걸까, 단순하게 받아들였어도 되었을 텐데, 음악 그 자체를 즐겼어도 좋았을 텐데, 또 이렇게 나만의 상상을 해본다.



https://youtu.be/ybCGDd0EhYY?si=RzkcUczZmOSr9Oj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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