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쓰기 모임
그녀는 키가 엄청 작았다. 학교에서 키 작은 순으로 언제나 top 3 안에 들었다. 그래도 공부는 꽤 잘했다. 전교에서 1,2등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반에서 상위 그룹에는 늘 속했다. 선생님이나 친구로부터 쪼끄맣고 공부 잘하는 애로 늘 인정받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 번도 소외된 적 없이 지냈다.
그녀는 살면서 스무 번이 넘는 이사를 했다. 초등학교 때는, 좁디좁은 제주시내에서 1~2년에 한번 이사를 다녔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두 번이나 옮겼다. 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 서로의 내밀한 속사정도 아는 그런 동네친구도 그녀에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그녀가 세 번째 다닌 초등학교는 3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다녔다. 나름 시내에서 좀 큰 초등학교였다. 그래서였을까. 왕따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도 존재했다. 그녀는 왕따를 만들던 친구그룹에는 속하지 않았다. 속하지 않은 건지, 속하지 못한 건지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녀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학교가 익숙해질 만한 6학년 즈음엔 그녀는 왕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주는 친구가 되었다. 아마도 공부 잘하는 그녀는, 자신이 왕따 당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여전히 몇 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녔다. 시간이 흘러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여전히 이사를 다녔다. 기숙사에서 하숙집으로, 자취방으로 1~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다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남편이 부산을 가자고 했다. 뱃속에 아이가 8개월 때였다. 남편의 첫 도전을 응원하고 싶었다. 그녀는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동네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부산에 왔다. 그리고 비로소 알았다. 그간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었던 건, 어딘가에 소속되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동네에 아는 사람은 없어도 소속은 있어야 했다.
소속이 없는 삶은 인정받지 못한 삶 같았다. 그녀는 다시 취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어디서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부산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매우 뒤늦게 깨달았다. 안정된 소속은 최소한의 삶의 조건일 뿐, 잘 살기 위해서는 동네 친구는 아닐지라도, 내가 있는 곳에서 여러 관계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제 관계맺기를 위한 모임을 찾아나섰다. 어느 그룹에도 잘 속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딱 맞는, 느슨한 연대를 꿈꾸면서. 그렇게 그녀는 부산에서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