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렇게, 그렇게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이었다
그런 날이면 비어있는 하늘처럼 내 마음도 텅 비어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사라지고 싶은 순간이었다.
그날도 그저 그런 하루였다.
내 나이 19살 적,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었다.
대학 입시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닥뜨리게 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1년 내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저 남들이 하기 때문에, 남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시집, 책, 음악 좋아하던 것들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것만큼 결과는 따라주지 않았다.
남들 다 가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좋아하던 것들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처참한 성적과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
나는 학교에서 해낼 수 있는 공부와 청춘의 줄다리기 사이에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성적으로는 대학에 들어가기에는 택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면접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학창 시절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면접준비에만 전부 쏟아부었다.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면접을 보고 겨우겨우 대학에 합격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내가 문제였다.
학창 시절 동안 얻은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조현병을 얻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학 생활을 제대로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부모님의 판단으로 인해 나는 1년 간에 노력으로 들어간 대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모든 게 물거품으로 변한 심정이었다.
어릴 때는 말만 해도, 걷기만 해도 칭찬받았다.
하지만 19살 먹은 나는 그런 짓을 해도 칭찬받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실패자일 뿐이었다.
먹구름 가득 낀 하늘이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계속되었다.
공허한 하늘이었다.
마치 내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공허한 하늘처럼 의미 없는 나날들이었다.
하루하루 먹고 잠들고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매일매일 그저 살기 위해 하루를 버티는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었다.
좋아했던 것도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식으로 살 거면 대체 왜 사는 거지?'
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정말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은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하늘과 달랐다.
구름이 넘실대는 아주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하늘을 집어삼킬 듯 큰 구름이었다.
구름이 마치 파도치듯, 하늘을 집어삼킬 듯 일렁일렁거렸다.
그저 구름일 뿐이었는데, 지나가는 구름 하나일 뿐이었는데 그게 내 마음을 크게 울렸다.
지금까지 보았던 공허한 하늘이 아닌 마치 하늘을 집어삼킬 듯 큰 구름이 여행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감명 깊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나는 구름을 보고 내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흰 구름에게'라는 시다.
'날마다 아침이면 이 세상 첫날처럼
날마다 저녁이면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당신도 그렇게, 그렇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어째서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아왔을까
내가 좋아하던 모든 것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데.
'흰 구름에게'에 나온 내용과 반대로 나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기만 하면서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았는지 모른다.
의미 없는 하루가 아닌 세상에 처음 태어난 것처럼,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렇게 구름이 파도치던 날 일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은 보는 사람을 기운 빠지게 하는 지난날의 대한 나의 푸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에게는 나의 마음을 울려주었던 구름처럼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글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끝은 정해져 있다.
우리는 구름처럼 잠시 이 세상을 여행하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하늘로 돌아갈 그날까지, 하루하루를 새로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게, 그렇게
구름이 파도치듯 일렁거리는 날이다.
이런 날이면 내 마음도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다.
당신도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