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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다시 한번 그 길을 따라

by 구름파도

어스름한 저녁 빛이 물든 골목.

늘 다니던 골목이다.

그 골목을 걷다 보면 어린 시절의 풍경이 떠오르고는 한다.

늘 단골처럼 방문하던 떡볶이집.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

한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포장마차.

햇빛의 온기를 담은 흙바닥.

까르르 웃음꽃을 피워낸 아이들까지.

그 풍경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고는 한다.

풍경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나의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그 추억들은 잠시 땅에 머물다 사라지는 저녁노을의 빛처럼 금방 사라지고 만다.

남은 것은 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골목의 풍경뿐이다.

편의점으로 변해버린 떡볶이집.

주차장으로 변한 시장 골목.

사라진 포장마차.

이렇게 사라진 추억들이 너무나도 아쉽고 마음을 쓸쓸하게 하지만, 언제까지고 추억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다시 한번 그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 보면 변하지 않은, 누군가의 새로운 추억의 흔적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주차장 아스팔트에 앉아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걸음걸음마다 피어오르는 골목의 온기.

사라진 추억은 누군가의 또 다른 추억이 되어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러니 언제까지고 추억에 잠겨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나간 추억을 딛고 다시 한번 그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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