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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병아리의 한 걸음

풋내기의 첫 발자국

by 구름파도
출처-kr.lovepik.com

야심한 새벽, 나는 조용히 글을 올리려고 한다. 비오는 날, 비구름이 일으키는 연주에 새벽감성에 잠겨있자니, 기분이 너무 설레어 잠이 오질 않아 글을 쓴다. 자학이 많이 들어간 글이니 보시는 분들이 거북해지실 수 있다. 그 점 양해부탁드린다.


내 글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셔서 놀랐다.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를 쓸 때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해 주시니까 많이 놀랍고 감사했다. 첫좋아요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 빨리 눌러주시다니?라고 생각했고, 첫 댓글을 받았을 때는 천장이 부서질세라 펄쩍 뛰었다.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이미 월드클래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잊지 말자.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햇병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높을수록 좋다지만 그렇다고 너무 높아지면 그것대로 좋지 않다. 마지막으로 쓴 글짓기라고는 고등학교 때 수행평가로 쓴 게 다인 내가 어찌 다른 작가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랴.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햇병아리인 내가 스스로 걸어가기 위해 첫걸음마를 떼었다는 것이다. 병아리마다 걸음을 깨우치는 시기는 다르며 걷는다는 것은 당연한거지만, 그게 빠르든 늦든 첫 한 걸음을 걸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격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이런 점에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나는 첫 글인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를 쓸 때 많이 망설였다. 글 쓰기를 이제 막 트기 시작한 풋내기가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줄지, 욕을 하는 것은 아닐지 많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이의 마음을 얻으려고 계산된 글은 그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 애들라이 스티븐슨의 말처럼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관심에 목마른 풋내기의 글 하나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퍽 우스운 일이 아닐 수없다.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면서 거창하고 방대하지 않은,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어느 소극적인 사람이 쓴 작은 토로 하나였다. 나는 그 글을,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일 때'를 올렸다. 좋아요를 얼마나 받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단 한 걸음이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낼 수 있는 단 한걸음.


구름이 아주 작은 먼지와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지듯이,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단단한 땅을 만들어낸다. 고작 글 하나였을 뿐이었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앞으로 거대한 구름과 단단한 땅을 만들어내기 위한 초석. 드넓은 바다, 하늘, 땅을 이뤄내는 내 세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좋아요나 댓글 같은 눈으로 보이는 수치가 많이 신경쓰였지만 얼마가 되었든 이제 시작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셨고,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고자 하는 구독자분들이 19명이나 생겼다. 생애처음 이런 과분한 관심을 받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햇병아리의 단단한 발자국이 일으킨 먼지아래 관심이라는 물방울이 모여 하나의 구름이 완성된 것 같다. 그러니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고자 구독해주신 이 19분만큼은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써서 많은 구름을 만들어야겠다.


나는 글 쓰는 게 아직 부끄럽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많이 신경 쓰인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써내는 한 걸음은 이제 두렵지 않다.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내 글을 좋아해주신 여러분 덕분이다. 이제 막 다섯 번째 글을 쓰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야심한 새벽 햇병아리의 글을 좋아해주신 여러분을 위한 작은 고백이다. 마지막은 인사로 끝내겠다.

'보잘것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햇병아리의 한 걸음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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