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요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해 책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에 들어가기에는 머리가 나빴고
소설 프로듀서가 되자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지 못했으며
직접 출판사를 세우자니 여건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한 것을 포기해버렸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릴 때는 화가라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잘 그릴 수 없을 정도로 독립성이 부족하고
'선은 선이요 종이는 종이로다'라는 말처럼 선과 종이가 따로 놀았으며
결정적으로 나는 그림을 못 그렸다.
혼자 할줄 아는게 없었기에.
그래서 나는 10살의 나이에 그림이라는 길을 포기했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수많은 책을 관리하고 기록하는 도서관은 나에게는 천국이자 낙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서관의 수호자 같은 위치에 있는 사서라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사서가 되기에는 나는 머리가 너무 나빴고
당시에는 소통능력도 수준미달이었으며
조현병 때문에 합격한 대학도 걷어차버릴 만큼 강단도 없었다.
그래서 나의 사서라는 도전도 포기해버렸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되나요?
안된다.
나는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지만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굴러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컵과 같다.
컵에는 다양한 물을 담을 수 있다.
꿈, 재능, 환경, 지식, 마음 등등...
하지만 모든 물을 담을 수는 없다.
꿈이라는 물은 기본적으로는 다 담을 수 있지만
다른 물들은 어떤 것은 너무 적고, 어떤 것은 너무 많아 맞지 않기 마련이다.
결국 분수에 맞는 것을 찾으라는 것이 맞는 말일 수 밖에.
나는 실패했다.
나라는 컵에 물을 억지로 다 담으려다가 넘쳐버리고 말았다.
책도, 그림도, 도서관도 정말로 좋아했다.
그래서 출판사 직원이, 화가가, 사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달랐다.
결국 어느것도 결과 하나 내보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안 되는건 알지만
그래도
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뻔한 이야기다.
세상이라는 톱니바퀴에 맞춰 살지말고 진정한 나를 찾으라는 이야기.
진부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런게 좋다.
클리셰라는 건 결국 해피엔딩이기 마련이니까.
나는 글이 좋다.
글 쓰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왔다.
처음에는 칭찬 때문에, 상 받는 것 때문에 좋아한 거였다.
속물적인 계기라도 그 당시에는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 마음을 표현할 안식처가 글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즈음, 나는 그것을 사랑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은 수단이자 구원이었기에.
조현병에 걸리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조금씩 우상향 하는게 보이기 시작하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분에 넘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에세이 작가가 되어보고 싶었다.
나의 삶, 치부, 감정 등을 공유하고 싶었다.
소설 작가가 되어보고 싶었다.
등장인물들의 신이 되어 그들의 삶을 좌지우지 해보고 싶었다.
전문 서적도 써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전문서적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이, 내고 싶은 책이 이렇게 많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진입장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잘 알고 있다.
내가 글을 써도 안 되는 이유만 수십가지 나열할 수 있다.
주변사람들이 말씀해주시는 것만 몇가지 이야기 해도 그렇다.
내가 멍청하고 일반 사람들과 다르고 사회성이 없고 앞가림도 못하기 때문에.
뭐 어때?
안되는 이유가 있다면 되는 이유도 한 가지 쯤은 있을 거 아니야.
멍청하면 배우면 되고, 일반 사람과 다르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거고, 사회성이 없으면 기르면 되고, 앞가림을 못하면 뒷가림이라도 잘하면 되잖아!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자신감이 솟구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기분이다.
나에게는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안전한 길을 택해. 그게 네가 살길이야.'
'위험을 감수해. 너는 할 수 있어.'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이미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이 각박한 현실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꿈을 꾸는 자유만큼은 놓치고 싶지않다.
나는 행복하고 싶기에.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되나요?
그 답은 당신이 만들어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