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한 쪽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당대표의 예를 들며 정치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며 정치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이 전혀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과 자산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1. 이준석은 이미 전국구 정치인이 되었다는 점,
2. 각을 세우는 대상이 용도폐기된 노선이라는 점,
3. 젊은층에서 팬층이 형성중인 점 때문입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의 빛을 반사시켜야만 빛날 수 있습니다.
지역구 정치인이 행성이라면 전국구 정치인은 항성입니다.
그렇다면 전국구 정치인에게 있어 '빛'은 무엇일까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당내 또는 당외의 일반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빛'일 것입니다.
지역구 정치인 중에서도 똑똑한 분들이 많고 제대로 된 해법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겠으나, 그것이 당내건 당외에서건 취급되어지지조차 않는다면 그 정치인은 중앙당의 지지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행성입니다.
지금의 이준석 당대표는 전국구 정치인입니다.
만약 이준석 당대표가 지역구 정치인이었다면 선대위 공동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순간 존재감이 사라졌어야 할 것이나,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대위, 당내 인사는 물론 당외에서도 이준석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논평하고 반응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확실한 전국구 정치인이란 증거입니다.
전국구 정치인은 지역구 정치인과 달리 유력자와 각을 세운다고 바로 정치생명이 끝나지 않습니다.
김영삼 대통령과 대립한 이회창 총리의 정치생명은 끊어지기는 커녕 대통령직 코앞까지 간 유력 대권주자가 되었고,
97년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반발하여 탈당, 출마한 이인제 의원 또한 그 이후에도 오랜기간 정치를 했으며,
청문회 스타였던 노무현 대통령 또한 3당 합당에 공개반대했다고 정치생명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누구에게, 왜 각을 세우는가?"입니다.
단순하게 집권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각을 세우고 거리를 두는 것은 철새 정치인들도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 이준석은 누구와 어떤 지점에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요?
윤석열 개인일까요?
아닙니다.
그 정도의 감정 정리도 못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이준석 당대표가 각을 세우는 대상은 탄핵, 제19대 대통령선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 이상 승리공식이 아니란게 확인된 기존 제1야당의 정치문법, 공식,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당대표의 2030 및 이대남 포섭노력, 탄핵발언, 호남에 대한 노력 등은 모두 집권을 위한 노력이자, 국민들이 전국단위 선거를 통해 제1야당에 주문한 것입니다.
탄핵부정, 부정선거, TK중심, 강성지지층 중심으로는 더 이상 전국단위 선거에서의 승리는 없다고 이준석 당대표가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이준석 당대표가 각을 세우는 대상이 멀쩡히 잘 작동되고 있는 승리공식이 아니라, 패배공식이라는 점에서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이 끊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됩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에서 팬층이 존재하는 정치인으로는 고노무현 대통령 정도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등 전직대통령들의 엄청난 지지는 뭐냐?는 반론이나 의문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팬층은 BTS의 아미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BTS의 팬이거나 아미는 아니지만... 아미를 보면 다른 팬덤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BTS를 소비하고 응원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BTS가 노래나 인터뷰, 뮤직비디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이를 그들의 생각으로 받아들인 후 제3자에게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입니다.
아미에 대한 한국일보의 기사 한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기부 활동 역시 아미의 중요한 특징들을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첫째, 아미는 BTS의 메시지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기부처를 찾아 매달 정기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세우고 기부 활동을 조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부가 아미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데, 여기에서 BTS의 메시지를 구현하려는 가치지향적 공동체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20.9.9 한국일보, BTS 아미, 팬덤 넘어 국경 없는 공동체로 진화중,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0090709320000045)
노무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온 삶과 그가 말한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혈연관계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한 때 폐족이라고까지 불렸던 친노 출신의 핵심으로서 대통령 임기 극후반임에도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물론 이준석이 감히 노무현 대통령 정도의 팬층이 생겼다고 말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이준석 당대표 본인의 보수에 대한 비전제시가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보수에서 수권세력으로서 기꺼이 지지를 보낼만한 비전을 들고나오는 이가 있다면, 이준석 당대표가 그 중 한 명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팬층이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이 끊어질 곳이 굳이 따지면 한 곳 있기는 합니다.
만약 현재의 국민의 힘이 수권을 포기하고 TK자민련 또는 극우정당으로 노선을 확실히 한다면, 그 당에 한해서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이 수권정당을 진지하게 노리는 한, 이준석 당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