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사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Dec 28. 2021

[시사잡설]윤석열-이준석 갈등,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의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12.3 울산합의 이후 18일만인 12.21 선대위원장직을 전격적으로 사퇴했습니다.

이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서 윤핵관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온 이준석 당대표였습니다만, 12.27에는 윤석열 후보의 "평론가적 입장 곤란" 발언과 함께 중진들, 초선들이 이준석 당대표의 언행을 지적하고 나섰으며 가로세로연구소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와 관련한 성추문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이준석 당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저는 이대표의 최근 언행은 "대선승리를 위한 방향제시이자, 동시에 본인 정치경력의 중요한 발판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하에서는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1. 이번 20대 대선은 2030이 좌우하는게 맞습니다.


저의 지난 글 20대 대선은 2040이 좌우한다란 글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구구조면에서 보나 역대 전국단위 선거 결과에서 보나 2040이 전체 선거판세를 좌우했습니다.

(https://brunch.co.kr/@sugo30/82)


이전 글의 핵심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2040 인구수는 2,209만명으로 19세 이상 전체 유권자 4,636만명 중 50.3%의 과반이며, 2040 투표율이 50%를 넘긴 2016년 제20대 총선 이후 야당은 단 한 번도 전국단위 선거에서 이긴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12.18, 25일에 각각 실시된 PNR 여런조사를 보시면, 2030에서 데드크로스(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골든크로스)가 일어나며, 2040 모두 윤석열 후보가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25일 PNR조사는 16시까지 이뤄져 양 후보가 출연한 유튜브 삼프로 출연에 대한 시청, 평가가 여론조사에 미처 반영되기 전인 점, 26일 김건희 대표의 사과가 이뤄지기 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오늘 글의 주제인 이준석 당대표와 관련된 여론흐름을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하여 가져왔습니다.


그러면 "12.18~25 사이에 2030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저는 이준석 당대표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 2030에게 이준석 당대표는 어떤 존재인가?


"인사가 만사다."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셨다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 말인지 이의를 제기할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요 대기업, 정부부처 등의 인사가 단순히 해당기관 직원들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 보도되고 평론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장관을 정치인, 관료, 학자 출신 중 누구를 시키는지, 또 신임장관이 그간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인사권자의 의중을 파악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려는데 관리형 CEO, 재무출신 CEO를 쓰거나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고 내실을 다지려는데 전략형 CEO를 기용하는 사람은 어디도 없을 것입니다.


정치에서는 회장이 국민, CEO가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회장이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일일이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회장이 나의 의중을 대내외에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으며 또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 추진해줄 CEO를 뽑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은 나의 뜻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을 지지함으로써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겁니다.


이준석 당대표가 전지전능하거나 장점만 있는 사람은 당연히 아닙니다.

소위 청년 정치인, 소장파 정치인이 이준석 당대표만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지듯이 이준석 당대표가 2030 민심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란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준석 당대표의 발언에 100%, 모든 이슈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이준석 당대표는 2030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2030, 더 정확히는 2030 남성들은, 그들의 불만과 불안 자체를 이해해주는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들과 같은 연배의 이준석이 대변하는 발언을 해주니 지지를 모아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욱이 이준석 당대표는 하버드라는 배경과 박근혜 전대통령이 발탁했다는 점은 있으나, 이후 10년간 기득권이 공고한 거대정당 내에서 독자생존하며 밑바닥부터 올라온 사람이기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30은 동질감을 느낄만도 합니다.



3. 권력의 속성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그러면 이준석 당대표가 옳고 윤석열 후보가 잘못했다는 말인가?"로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여기서 얘기할 부분을 위한 전개, 빌드업이었습니다.

정치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선/악의 개념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게 차라리 마음편할 것 같습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가 없습니다. 지구를 깨버려야 합니다."


93년 제1차 북핵위기 때 "만약 전쟁에서 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김일성 주석의 물음에 군부가 머뭇거리자 김정일 위원장이 일어나 답했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03011315578)

저 말의 옳고 그름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이 말만큼 권력의 본질을 적확히 나타내주는 말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하여 가져왔습니다.


저 말에서 조선을 "나", "나의 이익", "나의 부귀영화"로 바꾸고, 지구를 "국가", "자기가 속한 조직" 등으로 바꾸면 거의 모든 역사적 인물들의 선택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친일파는 본인들의 이익을 안전하게 보장해줄 수 없는 대한제국 따위 필요가 없었기에 대한제국을 깨버렸습니다.

히틀러와 나치당은 본인들이 없는 독일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독일 자체를 파괴하는 길을 선택했고, 일본 육군은 육군 없는 일본은 필요가 없었기에 차라리 1억 총 옥쇄를 내세우며 일본 자체를 깨버리려고 했습니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막론하고 충신의 숫자보다 간신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크고 작은 권력을 쥔 대다수가 "나 없는 지구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번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갈등을 바라보겠습니다.



4.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갈등은 개인간 갈등이 아닌 권력구도의 충돌이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완전무결한 전권을 가지고 싶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준석 당대표 입장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작 본인이 팽당한다면 본인에게는 의미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선대위 내에서 청년 관련 직책을 하나 맡을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감히 대통령 후보와 대립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지금 이상으로 직설적으로 비판을 가하더라도 애초에 이슈가 되지 않고 대립구도 자체가 생기지를 않았을 것입니다.


이준석은 2030(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의 지지를 바탕으로 모든 이의 예상을 깨고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당대표라는 위업을 이뤄냈습니다.

보통 당대표라면 다선의원인 것은 당연하고 당 내는 물론 지역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준석 당대표는 당내에는 뚜렷한 자기기반이 없고 오히려 지지기반이 외부, 그것도 상대적으로 정치와 무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2030에 있다는 독특한 당대표가 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준석 당대표는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다시금 이준석 당대표를 품고 대선에서 승리하면 승리에 상당한 지분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설령 패배한다 할지라도 본인의 노선이 옳았음을 주장하며 그 존재감을 당 내외에서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초 21일 이준석 당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 전격 사퇴 즈음만 해도 국민의 힘 내에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5일 PNR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27일부터는 이준석 당대표를 어떤 식으로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이준석 당대표를 끌어안건, 굴복시키건 간에 이준석 당대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5. 향후 전망


이번 사태는 결국 민심에 따라 결판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2030 지지율과 전체 지지율이 모두 빠지는 경우

 - 이 때는 일단 집권하고 봐야 하니 이준석 당대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합류시킬 것입니다.


2) 2030 지지율은 현상태를 유지하고 전체 지지율도 이재명 후보와 박빙인 경우

 - 지금까지의 스탠스를 감안하면 지지층 집결을 통해 대선을 이기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준석 당대표를 끌어내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힘을 받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3) 2030 지지율은 현상태를 유지하는데 전체 지지율만 빠지는 경우

 - 이 때는 기성세대 지지율 감소가 원인일 것이므로 2030을 대표하는 이준석 당대표는 자연스럽게 관심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론 노출빈도도 자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4) 2030 지지율은 더욱 빠지는데 전체 지지율은 여전히 이재명 후보와 박빙인 경우

 -  이 경우는 40세대 이상에서 윤석열 후보가 2030 감소율을 보완했다는 뜻이므로  이준석 당대표는 자연스럽게 관심밖이 되고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1)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이고, 다만 감소폭이 작거나 감소폭에 대한 해석 차이로 4)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6. 결론


정치에서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절대적인 선인도 악인도 없습니다.

다만 좋은 정치인, 나쁜 정치인이 있을 뿐입니다.


제 생각에 좋은 정치인이란 최소한 본인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결부시켜 생각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CEO가 회사를 발전시키고 본인도 높은 인센티브를 받고 싶다고 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장려할 일이지 절대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나쁜 정치인은 본인에게만 이익이 된다면 국익에 반하는 것도 마치 국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꾸며내고 호도, 선동하는 사람입니다.

CEO가 회사 핵심자산 팔아먹고 직원을 함부로 대우해서 핵심인재가 다 떠나더라도 당장의 재무제표만 좋게 해서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나 직원 입장에서나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의 충돌을 흥미위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일이 수습되는 것이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되는데 도움이 될지를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여담으로 해석이야 개인별로, 입장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해석의 범주를 넘어 이준석 당대표로 대변되는 2030의 민심을 폄훼하고 무턱대고 거부하는 것은 단순히 이준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2030의 민심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쳐질 공산이 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사잡설]인터넷 밈으로 희화화, 위기의 윤석열 후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