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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Apr 03. 2022

[시사잡설] 한국야구는 착실히 망해가는 중

1억 연봉이 5천만원으로 타노스당했습니다.

99.9%의 사람은 "망했다! ㅠㅜ"라고 하지, "아직도 5천만원의 연봉은 받고 있어!"라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야구도 극단적으로 실업리그로 되돌아가거나 관중이 한 명도 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폭락이 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한국야구는 망해가는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연애에 비유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야구는 산업인데 왜 1:1의 개인관계인 연애에 비유하는 것인지 궁금하실 수 있는데, 물론 야구 자체는 하나의 산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명, 한 명의 팬이 맺고 있는 1:1의 관계란 점이 같기 때문입니다.

한 커플, 한 커플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과정이 집단으로 되어 산업이 되는 것은 결혼이나 야구나 마찬가지입니다.



1. 야구가 더 이상 루틴이 아니게 된 사람이 많아졌다.


연애를 해보신 분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카톡을 보내고, 외근 후 일이 빨리 끝나면 만나러 가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전화를 하고 등등.. 


썸을 타는 과정에서부터 연애가 순조로울 때는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주말에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연인을 만나는 것이 너무 당연하고 다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고 '에전에 내가 이 사람 만나기 전에는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낸거지?'하는 생각도 듭니다.

즉, 나의 모든 시간과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향하게 되고 이 부분이 완전히 무의식, 무지성적으로 이뤄집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야구를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회사 회식이나 나들이를 야구장 치맥으로 하고, 데이트를 야구장에서 하고, 친구들과도 야구를 보러 가고 집에 와서 TV를 틀면 야구중계나 과거 시합 재방송이나 야구 토크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고 예능에서도 야구는 심심찮게 소재로 다뤄졌고 개중에는 아예 야구 자체를 하는 예능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연애하며 눈에 콩깍지가 씌인 것처럼 '무지성'적으로, 판단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마치 숨쉬듯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지 않아?', '아니 그거 좋은데 이런 것도 좋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인을 만나야 하는 이유, 야구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대기 시작하는 순간 루틴은 깨진겁니다.


어제 2022 프로야구가 코로나 3년만에 100% 관중입장으로 성대하게 개막했음에도 전구장 매진은 커녕 전구장 매진실패라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https://sports.v.daum.net/v/EEJZOM71zb


'프로야구가 드디어 개막했구나! 보러가야지!'라는 루틴화된 사람들이 개막전임에도 전구장 매진조차 안 될 정도로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야구가 망해가고 있는 이유와 거의 같은 이유로 망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교회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다음에 제대로 또 한 번 글을 써보겠습니다.



2. 한국야구는 있을 때 잘하지 못했다.


모든 연인이 이상적인 처음 관계를 유지한다면 헤어지는 커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처음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상대방의 단점도 보이고 싸우기도 하고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들과 내 연인을 비교해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단언컨데 단 하나의 예외없이 모든 커플들이 100%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고 결혼까지 가는 커플과 이별로 끝나는 커플, 결혼은 했더라도 이혼을 하게 되는 부부와 계속 잘 잘 사는 부부는 대체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저는 한 마디로 '좋은 기억'의 유무,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인 이상 100% 내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당연히 나를 실망시킬 때도 있고, 나를 화나게 할 때도 있을 것이며, 내 말을 죽어라 안 들어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긍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이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억'의 핵심은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신용카드 한 장 던져주고 가서 명품가방을 혼자 사라고 한 경우와 차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가서 중저가 브랜드의 가방을 살지라도 그 과정에서 함께 걷고 눈을 마주치고 내 얘기를 들어준다면 후자의 경우가 나중에 위기가 왔을 때 두 사람을 지탱해주는 좋은기억이 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저희 와이프에게 "나하고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뭐야?"라고 물었더니, 여러가지가 있는데 겨울에 데이트를 할 때 와이프가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에서 손장갑을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더군요 ㅎㅎ

비싼건 아니지만 손장갑을 두고 왔다고 하니까 제가 바로 해당역 역무실에 전화해서 분실물 없는지 물어보고 금방 찾으러 갈테니 잘 보관해달라고 하고 아무 군말없이 함께 돌아가서 장갑을 찾아주는 모습이 좋았답니다.


그렇다면 한국야구는 팬들과 '좋은기억'을 많이 형성했을까요?

먼저 2016.7.19. KBS 뉴스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KYO8QRmk-A 


이렇게 공중파 스포츠뉴스에서까지 비판받은 이후 달라졌을까요?

역시 같은 KBS의 2년 뒤 2018.4.30. 뉴스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IF3Dxk-2KY&t=52s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야구는 TV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 시간, 돈을 써가며 야구를 보러 와 준 분들입니다. 그리고 야구만 보고 갈 수 있음에도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수들 얼굴 한 번이라도 보고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기업으로 치면 충성고객 중의 충성고객이 되겠다고 제 발로 걸어들어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대접을 합니다.

현실적으로 팬들과 야구선수가 상호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가까이 보는 게 바로 저 타이밍인데, 좋은 기억이 쌓이겠습니까?

어제 2022 프로야구 개막전 전구장 매진실패가 코로나 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3. 트랜드는 바뀌었고 대체제는 너무나 많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거치는 과정이니 괜찮은데, 만난 기간에 비해 좋은기억이 적거나 없는 경우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보통 여기까지 오면 손익계산에 들어갔거나 손익계산이 이미 끝난 상태로 조만간 이별을 통보받거나 대체자가 나타나는 순간 이별통보받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국야구를 즐기던 사람들도 이제 손익계산에 들어갔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즐겨서 얻는 이익과 즐기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죠.

결론만 놓고 봤을 때 라이트팬들 및 일반인이 점점 야구를 소비하지 않고 있는 추세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얼마 전 20대의 야구 무관심이 무려 80%에 달하며 전체 응답자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도 31%로 지난 10년간 최저라는 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20327n01737



또 작년에는 시청률이 추락하여 중계방송사가 항의성으로 손해배상을 예고하는 공문까지 보내 기사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밝혀진 시청률 하락은 충격적인데 전성기시절 인기팀의 시청률은 2~3%, 못해도 1%가 기본이었다면 작년 하반기 프로야구 시청률은 평균 0.5%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683100022&ctcd=C09



일부에서는 "요즘 누가 TV로 야구 보냐? 바쁘다보니 모바일 중계로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보면 21년 네이버 야구중계 동시접속자수도 20.3%나 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 받고 있는 연봉, 월급이 1년만에 20.3% 줄었다고 한 번 계산을 해보시면 실감나실 것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8199#home


저는 야구전문가도 아니고 야구헤비팬도 아닌 잘해야 라이트팬 내지는 일반인의 입장입니다만, 그래서 오히려 외부자적 시각에서 원인을 간략히 논해보고자합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기시간 단축, 스타라이크 존 개선 등은 모두 변죽만 울리는 것으로 본질적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야구의 가장 심각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그깟 공놀이"로 스스로, 알아서 전락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경기시간을 3시간이 아니라 1시간으로 단축해도 팬들이 1초도 볼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면 무의미합니다.

야구장에 오고가며 쓰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되고 야구장 티켓값으로 다른 뭐뭐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야구를 보러 가는 것에 단 1초도, 단 1원도 쓰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야구의 실력, 격차 문제?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에 진출하고 종편이 생기고 하면서 우리나라에 메이저리그 중계가 본격화된 것이 어제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1~20년간 야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수시로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막말로 야구의 중흥기던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도 미국, 일본과 실력차는 있었으며 당시 미국, 일본 프로경기를 못 본 것도 아닙니다.


사실 지금 한국야구 위기의 해법은 전 연세대 농구팀 감독이자 현재는 고려용접봉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최희암 감독의 유명한 명언에 답이 다 들어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너희가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생산성 없는 공놀이하는데 대접받는 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잘해라!"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2848.html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보게 만들려면 프로로서의 실력이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설령 그런 실력이 있어도 그걸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여전히 공놀이일 뿐입니다.

이 두 가지를 확실히 충족시키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내 돈, 귀중한 시간을 써가면서 한국야구를 봐줘야할 이유는 1도 없습니다.


물론 한국야구 그렇다고 아예 망하거나 실업리그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온 국민이 붉은악마가 되어 축구에 미쳐있던 2002년에도 정규시즌 239만명은 들어왔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4,764만 명, 단순계산으로 5%는 야구를 1년간 봤으니 지금 인구로 치면 258만 명은 야구를 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최다 관중수를 기록한 2017년 840만 명의 30.7%에 불과합니다.

그 때도 야구팀이 10개를 유지하고 FA선수들은 150억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선택은 야구인들의 몫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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