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Jul 07. 2022

꼰대라 불릴 각오로 MZ세대에 해주고 싶은 말

얼마 전 오랫만에 로스쿨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한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가니 각자 있는 곳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업무지시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게 되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최근 입사하는 신입들, 소위 mz세대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저도 몇 가지 공감되는 바가 있어 꼰대소리를 듣더라도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가능한' 아이디어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MZ세대 신입사원은 확실히 저나 제 나이 또래의 동료들보다는 두뇌회전이 빠르고 트랜드에도 밝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MZ세대 입장에서는 본인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왜 채택하지 않는지, 왜 즉시 실행하지 않는지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가능한 아이디어'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일차원적인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실력이나 감각이 애플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와 동등한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의 아이디어로 아이폰이 나올 수 있을까요?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당시의 식자층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퍼진 얘기라고 합니다.

차이점은 제갈양은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필요로 하는 유비군에 투신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학자나 관료라면 모르겠으나 돈을 벌어와야 하는 회사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참신한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실행할 수 없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몽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2. 여러분의 선배는 무능해보이고 그 중 일부는 실제로 무능하겠자만, '실행가능성'에 대한 경험치를 갖고 있습니다.


MZ세대 여러분보다 최소 5년,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했거나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실행가능성'에 대한 경험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여러분과 분명한 차이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것이 없다면 MZ세대나 그 윗직급, 윗세대들의 연봉차이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선배들이 친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여러분이 내는 아이디어나 기획에 일일이 친절하게 "좋은 점에 착안했구나. 다만, 여기는 이렇거저렇고 저기는 이런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추진이 어렵겠다"고 설명해주는 사람는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선배, 상사중에는 실제로 무능해서 저런 지적을 해줄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선배, 상사들을 참신한 아이디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라고 성급히 일반화하는 것은, MZ세대 또한 일부는 무능하고 이상한 사람이 있을텐데 그들을 기준으로 삼아 모든 MZ세대를 무시해버리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이 "야 그거 말고 다른 걸 가져와바"라고 하더라도, 그간의 경험칙에 의거해서 말을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 한 섣불리 내 아이디어나 기획이 거절되었다고 선배, 상사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3. 투자, 재테크를 주로 회사를 부로 생각하면, 회사는 결정적인 순간에 보복할 것입니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에 몰두했습니다.

MZ세대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비단 MZ세대만 아니라 저를 비롯한 그 윗세대 또한 투자광풍에 뛰어들었고 투자를 통해 비교적 손쉽게 그것도 많은 수익을 올리다보니 회사는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가 생겼었습니다. 

물론 최근들어 금리가 올라가고 암호화폐가 나락을 가면서 이런 흐름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사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회사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음에도 그냥 두는 것은 단지 MZ세대 여러분에게 지급하는 연봉이 그래도 낮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반발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조조정을 MZ세대만 하냐? 그리고 연봉이 더 많은 윗직급, 선배들이 오히려 더 구조조정 당할 것 아니냐?"

맞는 말씀입니다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이미 회사는 승진이란 제도를 통해 일종의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결혼, 출산을 하지 못한 여러분은 공감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기가 승진하는데 나는 승진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기분이 매우 나쁜 일입니다.

심지어는 승진이 2, 3단계 차이가 나버려서 내가 결재판을 들고 동기에게 가서 굽신굽신해야 하는 상황은 보통 멘탈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결혼, 출산을 안 하고 심지어 연애까지도 하지 않는다면 월 300만 벌어도 생활에 무슨 지장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만약 연애, 결혼, 출산을 하게 된다면 각각 단계별로 필요로 하는 생활비 규모가 부쩍부쩍 커지게 됩니다.


결국 회사는 일단 입사를 시켰더라도 그 사람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회사마다 다르겠습니다만, 직접적으로 내보내거나 아니면 승진을 시키지 않고 그대로 고사시켜 제 발로 나가게 하면서 사실상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4. 오너 아들이거나 친척이 아닌 이상 회사 내 인간관계는 중요합니다.


어쩌면 "까짓거 아니다 싶으면 이직하거나 퇴사하고 새로 들어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워낙에 사회 진출 연령이 늦어지고 있고 똑같은 신입이라도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중고신입이라 할지라도 35세를 넘어셔도 예전처럼 쉽게 가능할까요?

31살에 취업한 사람이 2년씩 2번 회사를 옮긴 후 35살에 또 중고신입으로 3번째 회사에 들어갔다고 해봅시다.


회사를 중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왔다면야 신입이라 할지라도 첫직장의 과차장, 심지어는 부장만큼 연봉을 받을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 이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감안할 때 3번이나 중고신입으로 입사하는 경우는 조건이 다 비슷비슷할겁니다.

그 말은 연봉이 5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말입니다.


무엇보다 정확히 몇 살부터, 몇 년차부터는 경력직 이직을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할지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중고신입도 어렵고 경력이직을 해야 하는데 그 경우는 거의 99% 레퍼런스 체크가 들어옵니다.

그 때 레퍼쳌을 내 동기나 후배들에게만 하면 다행인데 그렇게 할리가 없지요.

당연히 상사들에게도 합니다.



5. 결론


이렇게 글을 썼다고 MZ세대에게 저 같은 윗세대들에게 잘 보이라고 말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성인이고 성인은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을 하는 대신 거기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겁니다.

다만 자기객관화 차원에서, 그리고 선배나 상사가 무엇인가 얘기했다고 성급하게 꼰대로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었을 뿐입니다.


한편 예전에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앱에서도 논쟁이 된 소재가 있었습니다.

만약 구조조정시기가 다시 온다면 과차장과 신입사원, 대리들 중 누가 대상이 되겠느냐?하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국적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크게 몰아쳤던 IMF시기를 분석한 자료가 있어 인용합니다.


한국노동경제학회의 노동경제론집 2000.3에 실렸던 "IMF 경제위기 하에서의 계급과 실업"에서,

입법공무원, 고위직 임직원 및 관리자, 전문가, 기술공 및 준전문가를 중간계급으로 분류하고 중간계급 이외의 모든 직업을 노동계급으로 분류하여 1997년 11월 시점에 각각 중간계급, 노동계급이었던 사람이 1998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조사한 자료가 있습니다.


블라인드의 여론에 따르면 중간계급의 실업상태가 노동계급의 실업상태보다 확연히 나빠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97년 11월 중간계급이었던 사람의 20.9%가 1998년 실업상태에 있었던 반면, 노동계급이었던 사람은 18.3%가 1998년 시점에 실업상태에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계급의 실업상태가 노동계급에 비해 2.6% 더 높기는 했지만 현격한 차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노동계급은 79.8%가 1998년에도 노동계급이었고 중간계급으로 이동한 사람은 0.6%, 자영업자 1.6%, 고용주 0.4%였던데 반해, 중간계급은 57.7%가 여전히 중간계급이었고 자영업자 4%, 고용주 2.8%로 60% 정도의 중간계급은 밑에서 어떻게 생각했건 실제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괜찮은 인재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딩라이프]구조조정 시기 돌입, 직장인의 생존법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