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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r 14. 2021

16.[시사잡설]효율과 독점폐혜 사이의 영원한 딜레마

의사파업, LH투기의혹, 검찰개혁 -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감내할 것인가

1. 모든 조직개편은 집중 아니면 분산으로 통한다.


모든 조직은 정기적으로 개편을 합니다.

직제를 바꾸고 업무분장을 조정하죠.


이러한 조정은 결국 둘 중 하나로 귀결됩니다.

효율성 확립을 이유로 각 부서/회사/정부부처를 통합하거나,

한 조직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데 따른 폐단시정을 이유로 분리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trade-off관계로 둘 모두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권력구조에 있어서는 민주주의가 주류로 자립잡으며 3권분립을 통한 상호견제 + 최고통치자를 두되 임기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권력집중을 분산하고 견제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2. 집중에서 분산으로의 전환이 어려운 점 : 현실론


분산에서 집중은 상대적으로 집중에서 분산에 비해서는 쉽게 추진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분산에 따른 비효율=집중에 따른 효율'은 손쉽게 예상이 가능하고 그림이 그려지는데, '집중에 따른 독점폐혜'는 다소 추상적이고 지금 바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제는 집중에서 분산으로 갈 때입니다.

이 때는 '현실론'이 강하게 발목을 잡습니다.

"지금 당장 추진되고 있는 일이 뭐도 있고 뭐도 있고 산더미처럼 많고, 또 OOO조직이 지금까지 그 일을 효율적으로 훌륭하게 해왔는데 이걸 나눠서 비효율적이 되면 그 손해를 당신이 책임질거냐?"

이런 얘기죠.


최근 우리 사회에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낳았던 소재들은 가만 따져보면 결국은 집중에서 분산으로의 전환 또는 집중약화입니다.

검찰개혁은 결국 검찰의 권한을 공수처, 경찰로 일부 이관시키는 분산이고,

의사파업은 공공의대를 도입하는 등 공공의료를 강화시켜 현재의 민간중심 의료체계의 집중을 일부 분산시키려는 것이었고,

LH는 공공개발을 독점하고 있다가 이번에 문제가 불거져 해체 내지 기능 재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 방향에 가장 큰 걸림돌은 누가 뭐래도 '현실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경우는 광복 이래 4반세기동안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의 마지막 종결을 담당했으니 당연히 그간 쌓인 역량이 공수처나 경찰보다 나은게 당연할 것이고,

의사는 AI의사를 도입하거나 해외의사를 대거 귀화시키지 않는 이상 대안 자체가 부재하고,

LH는 공공주도의 대규모 주택공급을 공언한 상황에서 활용이 불가피한 조직입니다.



3. '공정함'과 '효율' 사이에서


'나 아니면 너희들이 어쩔거야?'

우리는 근대사에서 너무나 쓰라리게 이런 경험을 이미 했습니다.


일제시대 친일파는 대체적으로 교육을 받았던 계층이고 국가, 경제, 경찰, 군대 실무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재산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신속한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이들의 활용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분단, 미소냉전, 이데올로기의 대립만 아니었더라면 발전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친일파를 철저히 척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국가발전이라는 '필요'에 더해 방금 말씀드린 '국제정세'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세 친일파는 단죄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일본인 지배층의 빈자리를 급속히 대체하며 사회전반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지금껏 경험해왔습니다.


이게 너무 먼 역사적 사실이고 나와는 관계없는 추상적인 사실 같으십니까?


수많은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나 아니면 너희들이 어쩔거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버지가 딸을 강간하고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그 아버지가 돈을 벌어오지 않으면 가족들의 생계가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무작정 비난하기만도 어려운 것이....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 정의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피해자 분리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 가족이 내일 당장 생계가 곤란해지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나 우리 사회는 피해자가 정의를 세우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생계나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피해보상에는 무관심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정의를 세우라고만 강요하는 것은 그 의도와는 정반대로 불의를 세우는 것에 일조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저도 정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독점이 공정성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면, 또는 독점조직이 그 권한을 일부의 힘있는 사람에게는 공정하게 적용하고 대다수의 힘없는 사람에게는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면 분산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특히나 이런 정답이 본질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건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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