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고민상담소 4번째 글입니다.
직딩라이프로 할까 하다 이쪽으로 카테고리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글도 어쩌면 상당히 자전적인, 제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글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비단 저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써보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가끔 분명히 요직에 있으면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승진에 있어서 밀리는 사람이 있고, 냉정히 말해서 A급 부서가 아닌 곳에서 무난히 업무를 처리하거나 심지어는 무능한데도 승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저는 사회생활 10년에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쓰기만 하는 사람'이 있고 '키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하급직에서는 이걸 느끼기 쉽지 않지만 승진을 거듭해나가고 중간관리자를 바라볼 시점이 되면 싫어도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여기서 저처럼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을 잘하고 회사에 공을 세우면 당연히 키워주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소수이고(이게 되는 회사 극소수 회사가 성장하고 시장을 다 먹겠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수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생길까요?
임원 등 고위직을 맡기에 역량이 분명히 부족한 사람이 이유와 경위가 어찌되었건 일단 임명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이후 인사(승진 및 전보)를 할 때 유능한 사람과 무능하지만 자기라인에 속하는 사람 누구를 선호할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왜 당연하냐구요?
똑똑한 사람을 밑에 둘 경우 그 사람으로 인해 나의 무능함이 탄로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원이랍시고 어디 가서 썰을 풀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건 뒷담화로건 내 부하가 나의 무식과 무능함을 드러내버리는 상황을 상상해보십시오.
얼마나 공포스럽겠습니까?
'그런데 무능한 임원이라 할지라도 어쨌건 일을 할 사람은 필요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바로 여기서 '(일을 시키는) 쓰는 사람'이 나옵니다.
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겉으로는 '쓰는 사람'을 추켜세워주고 비위도 맞춰주지만, 정작 인사시즌이 되면 내가 챙겨주고 의식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나에게 충성하는 '키워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때 '키워주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무능할 것이고 잘해봐야 평범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리더가 챙기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의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개인사업자, 상시근로자 5인 이하 영세사업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어쨌건 회사라고 한다면 CEO가 직원 한 명, 한 명의 성과와 평소 행실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걸 알고 있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중간관리자들이 모조리 무능하거나 직무유기중이란 말이 되겠죠.
여기서 비극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일은 '쓰는 사람'이 다 했지만 정작 성과와 과실은 '키워주는 사람'이 챙겨가는 경우 말이죠.
결국 CEO 근처의 임원, 부장급에서 어떻게 보고를 하고 평소 무슨 말을 하는가에 따라서 CEO는 높은 확률로 '쓰는 사람'이 누군지를 구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조직은 나름의 성과측정, 개인 KPI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분들께 되묻겠습니다.
"성과측정, KPI의 기준은 누가 수립하며 어떤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지를 누가 정합니까?"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일단 인사권만 확실히 쥐고 있다면 '쓰는 사람'의 공적을 '키워주는 사람'의 몫으로 하는 것은 어린아이 팔을 비트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입니다.
'쓰는사람'이 맨땅에 헤딩해서 지속해온 중장기프로젝트가 뭔가 될 것 같다하면, 바로 그 때 '쓰는 사람'을 발령내고 그 자리에 '키워주는 사람'을 넣어버리면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CEO에게는 '키워주는 사람'이 어려운 중장기 프로젝트를 훌륭히 수행한 사람이 됩니다.
또 '쓰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거래처, 실적이 나오기 어려운 거래처를 맡기고 '키워주는 사람'에게는 안정적인 거래처, 앉아만 있어도 실적이 나오는 거래처를 맡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경우 눈에 보여지는 지표가 어떻겠습니까?
물론 이론상 CEO가 직접 알 수밖에 없는 공을 세운다면, 아무리 '쓰는사람'이라 할지라도 챙겨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회사에서 승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그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키워주는 사람'이 아니었던 저로서는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것이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당연히 내가 '쓰는 사람'인 동시에 '키워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최악은 '번아웃 될때까지 써먹다 버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구요.
'쓰는 사람'도 아니고 '키워주는 사람'도 아닌 사람은 주변부만 전전하다 위기가 오면 제일 먼저 짐을 싸야될 것이구요.
"그래서 당신의 결론, 추천은 뭐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은 제게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에게 있습니다.
'나는 워라벨이 중요하고 승진 욕심도 없고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는 조직에 들어와있다.' 이런 분들은 '쓰는 사람'도 되지 않고 '키워주는 사람'도 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될 것입니다.
위와 똑같이 생각하는 분이지만 사기업에 있어 구조조정이나 회사 폐업의 가능성이 있다면, 그래도 일단은 '쓰는 사람' 언저리에는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사에서 그래도 잘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키워주는 사람'이 되는 것 이상으로 '쓰다가 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고민입니다 :)
오늘도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