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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an 21. 2023

[직딩라이프]실력'만'으로는 직장생활 버티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직장인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직장은 돈을 받는 곳이지 사람을 사귀는 곳이 아니므로 불필요하게 어울리거나 친해질 필요가 없다'

'사람들 만나고 인맥관리하고 술먹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거나 내 실력을 쌓는게 훨씬 낫다'

'직장은 실력이나 일로써 평가를 받는거지, 내부평판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에 관심이 많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쓰고 해서 유튜브도 관련된 영상들을 종종 보는데.... 최근 본 구독자수가 제법 있는 어느 유튜버분도 "직장생활에서는 사람들 만나고 술 먹고 하는 시간보다 내 실력을 쌓는 것이 더 낫다"고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첫째, 개인의 실력이 측정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그 개인의 실력이 결과로 바로 이어져야 하고, 셋째, 개인의 실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위 3가지 가정이 비현실적임은 사기업, 공기업을 막론하고 직장생활을 해본 분들은 금방 아실 것입니다.


쉬운 예로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나 예술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축구가 팀경기이고 오케스트라가 집단화음을 낸다고 해서 개인의 실력이 드러나지 않을까요?

어떤 공격수가 골을 넣었는지, 어떤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를 막지 못했는지, 우리 팀이 허용한 골이 골키퍼의 실책인지 아니면 상대 공격수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슛을 찬 것인지를 감독, 코치, 구단주, 관중은 실시간으로 보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이게 가능할까요?



1. 온전한 내 기획(안)이 대박을 쳤더라도 나의 기여도는 절대 99%가 될 수 없다.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해봅시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정말 99% 최초 기안자인 대리, 사원이 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과연 진짜 공로자인 대리가 온전히 프로젝트 성공의 공을 99%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안됩니다.


어느 조직이나 보고체계, 결재체계가 있으니 대리 - 과장 - 차장 - 팀장 - 부장 - 본부장 - 부사장 - 사장을 거치며 보고, 결재를 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최초의 기획안은 수정, 삭제, 추가를 거치게 마련입니다.

애초에 이런 복잡한 결재과정이 있는 것은 업무를 느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토에 검토를 거쳐 완성도를 높이는 측면과 일이 잘못되었을 때 한 사람이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입니다.(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따라서 정말로 거의 온전한 내 기획으로 성공한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내가 인정받게 되는 것은 잘해야 1/8입니다.

극단적으로는 1/8이나 인정받으면 다행이고 1/50, 1/100의 인정만 받을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2.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행이 필수적인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행을 해보기 전에는 이 아이템이 대박이 확실한 기획(안)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과 같이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대박난 기획이란 것도 뒤집어 말하자면 실제로 실행이 되었기에 대박이 난 것입니다.

실행해보기 전에는 이게 대박 기획(안)인지, 종이낭비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작은 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서는 내 결재라인의 상사들이 필요하고,

큰 프로젝트의 실행을 위해서는 내 결재라인 상사는 당연하고 타 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내가 정말로 실력이 뛰어나고 지금 올린 기획(안)이 통과되기만 한다면 업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건이라도 당장 눈 앞의 내 상사, 타 부서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나의 성과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간신이 성공하고 충신이 핍박받았음을 기억하라.


최근까지도 역사책을 읽으며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 황제, 왕들은 충신은 멀리하고 오히려 간신들을 가까이 했을까?'


최근에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 그때의 황제, 왕은 간신을 충신으로 생각했구나!'


상식적으로 황제나 왕이 신하가 간신임을 알았다면 가까이 할리가 없습니다.

후한말 헌제나 무신정권기의 고려왕처럼 이미 모든 권력과 실권이 신하인 조조나 무신들에게 넘어가서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어느 황제나 왕이 간신임을 확실히 느꼈는데 그를 제거하지 않겠습니까?


심지어는 그 능력, 충성심, 인품 결정적으로는 실적이 모두 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순신 제독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임진왜란 초기 이순신이 바다에서 왜군을 막지 못했다면 임진왜란은 일본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전쟁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이순신이 없었다면 무난히 전라도를 차지하였을 것이고 설령 전라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바다를 통해 한양으로 보급을 보낸다는 당초 계회이 무리없이 달성되어 명군이 채 개입할 시간도 없이 전쟁이 끝났을지 모릅니다.


더욱이 이순신은 함께 싸운 백성들, 관료들 심지어는 구원자라 할 수 있는 명나라 황제, 장수들까지 극찬을 아까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간신 하나 둘이 중간에서 그 공을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함을 받고 탄핵당해 겨우 죽음만을 면했을 뿐입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중 누가 감히 이순신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겠습니까?

이순신조차도 그럴진데 우리 같은 필부들의 작은 공을 가로채는 것은, 회사 내에서 비일비재할 수 있습니다.



4. 결론 : 실력양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지 말자라는 것


여기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뭐 직장생활은 오로지 사내정치, 인맥으로 하라는 말이냐?'

'실력은 필요없다는 말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실력'만'으로 승부를 보고, 직장생활을 하려는 것의 위험성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저 자신의 쓰라린 체험을 통해서 말입니다.

잠시 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대형로펌에서도 승소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하는 소송을 맡게 되었습니다.

사내변호사는 보통 외부로펌에 일을 맡겼으면 너무 개입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자칫 그 책임이 사내변호사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소송은 회사의 핵심적인 사업구조와 관계된 소송으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소송이라 생각했으며 임원지시도 있어 열심히 했습니다.

판결문에 그대로 인용된 핵심적인 승소논리를 만들어 준비서면에 넣게 했고, 독자적으로 찾아낸 자료 또한 판결문에 저희 회사의 승소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인용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의 2,000억 가까운 소송을 이기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승진을 앞둔 지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ㅎㅎ

물론 "그건 당신의 실력이 그저그렇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실력이 정말정말, 완전히 압도적이었다면 혹시 또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는 저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관련되는 얘기는 직딩라이프를 통해서 좀 더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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