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May 14. 2023

[직딩라이프]내 성과나 실적을 빼앗겼을 때 대처법 정리

얼마 전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보장 앱 블라인드에 '대기업에서는 다른 사람꺼 성과나 실적을 어떻게 뺐어가는 거임?'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에는 댓글이 지금 기준으로 348개나 달려 많은 사례(?)와 경험담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이 내 성가나 실적을 빼앗아가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힘들게 만든 내 아이디어, 기획을 자기것처럼 포장해 내 것이었어야 할 성과나 실적을 빼앗아가는 나쁜 인간들의 방법 정리


먼저 정말정말 열심히 하고 밤잠 줄여가면서 만든 나의 아이디어나 기획, 프로젝트를 뺏긴 억울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만약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으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지상낙원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직원 한 명, 한 명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CEO가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내가 바로 그런 아이디어를 뺐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탐내서 가져갈만한 아이디어나 기획을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는 말일 수 있으니까요.


각설하고 348개의 댓글에서 사례는 천차만별이나 고생한 나의 아이디어, 기획, 프로젝트를 뺐어가는 방법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패턴이 확인됩니다.


1) 공식 발표/보고 이전 자료 확보 후 본인이 먼저 발표/보고하기

 -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나 보고되기 이전에 준비중인 자료를 요청하여 받아본 후 좋으면 본인이 한 것처럼 발표나 보고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상사나 선배라면 업무명령 또는 권위를 이용해서, 동료라면 부탁한다면서 받아내고서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것입니다.


2) 최종 발표/보고에서 내 이름 빼버리기(또는 구두보고 시 데려가지 않기 등)

 - 온갖 치졸한 방법 또는 상사의 권한을 활용해서 아이디어도 내가 내고 조사도 내가 하고 기획서, 보고서도 내가 다 썼는데 정작 최종 발표/보고서에서 내 이름을 빼버리는 겁니다. 내 이름이 빠진 이상 그걸 공식적인 인사평가 자료, 연봉협상, 향후 이직 등에서 레퍼런스로 활용하기도 어렵습니다.


3) 상사가 윗 사람들에게 내가 한 일을 모두 다른 사람이 했다고 얘기하는 경우

 - 윗 사람들에게 상사가 내가 해놓은 일을 모두 다른 사람이 했다고 얘기하는 경우에도 내 공을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게 됩니다. 이런 일은 조직규모가 클수록 회장, 사장은 커녕 본부장조차 자기 본부의 모든 직원들의 얼굴/이름을 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4) 업무분장 변경, 팀 변경 등을 통해 내가 출범시킨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팀에 넘기기

 - 모든 기획은 일단 "추진해 봐"라는 말을 들으면 70~80%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최종적인 성과는 당연히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인데 내가 고생고생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를 잽싸게 다른 팀이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물론 기안했다는 것은 남을지 모르나 그 성과의 대부분은 실제 실행해서 성과가 나는 시점의 담당자가 가져가게 됩니다.

 


2. 내 아이디어, 기획을 지키는 방법은?


1) 결정적인 노하우, 핵심포인트를 의도적으로 발표/보고서에 넣지 말라.


AI에서 얘기되는 블랙박스를 들어보셨습니까?

AI가 원래 의도한대로의 결과는 내보내는데 어떻게 그 결과가 나오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을 AI의 블랙박스라고 합니다.

이세돌과 AI알파고의 대국을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모든 해설자, 바둑기사, 전문가들, 심지어는 알파고의 설계자들조차 알파고가 이기게는 했지만 알파고가 무슨 과정을 거쳐서 이런 수를 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위에서 아이디어, 기획 탈취 패턴을 정리했는데 그 행위 자체를 여러분이 방지하는 것은 거의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작성하고 생각해낸 아이디어, 기획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거기에 일종의 블랙박스, 트로이의 목마, 바이러스를 심는 것이 가능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언뜻 보기에는 훌륭하고 완성된 보고서, 발표문 같지만 조금만 깊게 파고들어 가면 이게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결정적인 부분은 의도적으로 생략하거나 두루뭉술한 일반적인 얘기만 하는 것입니다.


윗 분들은 여러분의 성과를 뺐어간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을테니 그 사람에게 물어볼텐데, 본인이 원작자가 아니니 그 부분을 답할 수 없습니다.

통밥을 굴려서 적당히 지어내려고 해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정적인 부분을 쏙 감춘 것이니,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당장에는 성과를 뺐기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큰 망신을 당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2) 윗분들과 직접 얘기하는 사이가 된다.


사실 저부터가 안 되는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일단은 대책이기는 하니 적어는 두겠습니다.

아무리 상사나 동료가 나의 공적을 뺐어가더라도 나 또한 윗 분들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는 않겠죠 ㅠㅜ


3) 모든 것을 기록하라 - 수첩, 이메일, 사내메신저, 카톡, 녹음 등등


수첩, 이메일, 사내메신저, 카톡 등 업무한 것을 모두 기록하십시오.

중요한 것은 이것은 나의 공을 인정받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1)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블랙박스를 만드는 경우, 자기가 실제로는 이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통나기 싫어서 잘 모르는대로 진행하다가 일이 크게 잘못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급해지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 사실은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고 실패의 책임은 뺏어간 본인이 아니라 원작자가 져야 한다고 할텐데(물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온갖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게 현실이니까요), 그 때 본인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십니다.



3. 마치며


직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보고서, 기획, 발표는 마치 내 자식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아가는 나쁜 행위는 정말 근절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미국 등과 같이 직무중심의 채용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또 서양과 같은 직무중심이 꼭 정답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우리 개개인이 사회적 구조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난망하니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이 스스로르 지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딩라이프]낮말은 통화녹음, 밤말은 스피커폰이 듣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