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최근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사건사고의 원인이 대체 뭘까?
제 생각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궁극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는 '기대'하고 끝내야 할 일을,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당위'로 착각, 혼동한 것이 원인입니다.
최근 데이트폭력 사건 보도를 보면 예전만 해도 스토킹, 폭행 심하면 감금 정도에 그쳤으나 이제는 수시로 살인까지 이어지는 사건이 보도됩니다.
이런 데이트폭력 사건의 가해자 심리에 '왜 내 뜻대로 만나주지 않는거냐?'는 생각이 깔려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음식점 진상, 직장 내 갑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CCTV, 녹음, 별점리뷰 캡처 등을 통해 공개된 진상과 갑질들의 행태를 보면 본인들의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급발진하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봅니다.
이들 또한 그 심리 근자에 '왜 내 뜻대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것이냐?'는 불만이 깔려 있음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 스스로 논리의 일부 비약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논의를 확장시켜 보자면, 최근의 저출산, 남녀갈등에도 심층심리에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자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보여지는 남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인기글을 보면 심심찮게 여성들이 과도한 기대와 책임을 남자에게 요구하면서 본인들이 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만 부담하려 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 한 번 솔직해져 봅시다.
남자는 예쁜 여자를 원하고 여자는 잘생긴데다 능력있는 남자를 원하는 것이 지난 10년 사이에 갑자기 생긴 경향성일까요?
아닙니다.
70년대라고 그러지 않았을리 없고, 90년대라고 플라토닉하고 순진무구했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뭐가 달라진 것일까요?
예전에는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면야 물론 두 손 들고 환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그런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기는 어려우니 조랑말이라도 탄 착한 돌쇠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옆집 순이랑 말자도 다 백마(처럼 보이는)탄 왕자님을 만났는데, 내가 걔보다 뭐가 떨어지는게 뭐야? 조랑말이나 탄 남자 만나려고 내가 지금까지 기다렸나?'고 생각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 번 생각해봅시다.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어야만 합니까?
물론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기대'이지, '당위'가 아닙니다.
'기대'와 '당위'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친부모가 자식을 학대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기대'이자 '당위'입니다.
따라서 친부모의 자녀 학대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원하는 대학이나 기업에 들어가고, 내 자식이 내 뜻대로 자라나는 것 등등은 나의 '기대'이지, 그들이 나에게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 하는 '당위'가 아닙니다.
주호민 사건에서 어느 댓글에서 누군가가 "주호민에게는 자식이 일반학급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무엇보다 심한 언어폭력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란 취지로 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일리있는 분석이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만약 그 댓글과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결국 주호민씨도 '기대'와 '당위'를 착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의 기대가 단지 기대로 끝나버렸음을 깨닫는 순간은 참 괴롭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하고 자괴괌이 들기도 하고 세상이나 누군가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이건 누구나 사람이라면 당연히 경험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냉혹한 진실을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기대'가 배반당하지 않는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타고 났으며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인생에서 단 한 번의 돌뿌리도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기대'가 무너진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각자의 방식대로 반드시 스스로 깨우쳐야만 합니다.
기존의 '기대'를 대체할 새로운 '기대'를 찾아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금까지 인생의 기대가 충족된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존의 '기대'를 기어코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접근법과 노력의 방향성을 새롭게 일신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이고 더 중요한 것은 꺽였더라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태도입니다.
인생은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원인은 정말로 내가 아닌 외부에 있을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해결책도 내가 아닌 외부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실은 감당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나의 일을 감당해줄 수 없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내게 있건 외부에 있건, 해결책이 내게 있건 외부에 있건,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나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면 조금은 인생이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