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완벽히 공정한 인사제도란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제도를 만들어놓더라도 악용할 수 있는 빈틈, 만든 사람이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숨겨진 전제들을 무력화해버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인사제도를 선택하건 단점 또는 부작용이 존재하게 마련이라 이것을 얼마나 잘 완화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것을 함께 고안하고 무엇보다 인사권자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인사제도들로 한 번 설명해보겠습니다.
개인의 성과평가를 논할 때는 먼저 잭 웰치의 GE 성과평가를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GE의 성과평가는 전직원을 매년 정기적으로 평가해 상위 20%는 승진, 연봉상승을 부여하고 70%는 격려하고 하위 10%는 퇴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바로 그 GE조차 30년간 자신들이 도입했던 경직적인 정기 상대평가제도를 버리고 수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38114
왜 그랬을까요?
잭 웰치가 경영하던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창의성과 순발력, 적응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인데 무조건적인 상대평가는 직원 상호간의 소통과 아이디어 교환, 문제해결 협업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 사회환경, 사업구조가 단순하며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는 오로지 효율만을 끌어올려 승부를 보는 방식이 통했을지 모르나, 현재처럼 복잡다기화되고 개인화가 극심하며 초연결사회에서는 더 이상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습니다.
상향평가 또는 동료평가는 일방통행식의 업무지시와 갑질을 견제하고 평가대상인 중간관리자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단점은 있습니다.
상향평가 또는 동료평가는 첫째 자칫 제도가 인기투표로 흐를 위험이 있고, 두번째로는 이 제도의 배점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할 경우 중간관리자들의 정당한 업무지시마저도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회사는 항상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몰아가야 합니다.
몰아가는 방법이 각 중간관리자마다 다를 뿐입니다.
자기 몸을 갈아넣는 사람도 있고, 직원들의 편을 갈라서 경쟁과 질투를 유발해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폭압적으로 찍어누르는 사람도 있고, 환심을 사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고 그 방법이 각자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상향평가, 동료평가의 배점이 과도하게 높거나 너무 타이트하게 설계될 경우, 중간관리자들은 그 평가결과가 두려워 과감한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회사의 목표나 실적달성은 물론, 각 부서 간의 경계가 모호한 업무나 신사업의 경우 원래도 서로 떠넘기기가 있겠지만 그것이 더욱 극심해져서 잘 진척되지 않을 것입니다.
1도 2도 문제가 있다면 아예 회사 또는 부서의 실적과 개인의 평가를 연동시켜 버리는 방법도 고민해볼만 합니다.
물론 어느 회사도 개인의 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회사 또는 부서의 실적만 연동시키는 곳은 없겠지만, 이 방법은 확실히 1이나 2의 단점을 어느 정도는 상쇄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만능은 아닙니다.
순환보직이 없는 회사라면 한 번 D를 받는 부서에 배속된 직원은 입사동기들과 이후의 모든 인센티브, 승진에서 번번히 밀리게 될 것입니다.
그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고 실적이 좋더라도 부서가 D부서니까요.
순환보직이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승진해야 하는 시기에 재수없게 2~3년을 D부서에 배속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답은 있습니다.
그 정답대로 할 것이냐는 저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개개인의 선택이겠지만요.
지금 속한 조직의 인사평가 방침을 따르되, 회사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흐름에 부합하는 능력, 커리어를 가져가는 것
퇴사 또는 이직을 하기 전까지는 어쨌건 현재 속한 회사의 직원이고 그 회사의 인사방침에 따른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현재 속한 회사의 인사평가 방침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그 인사평가 방침대로 일하고 성과를 내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어떤 회사도 나를 평생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정말 운 좋게 신의 직장에 입사했다고 하더라도 100세 시대에 60세 이후의 삶을 책임져주는 회사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시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 기준을 반 발자국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보폭은 맞춰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장, 저 자신에게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그걸 의식하고 한 걸음이라도 내디디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