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의 의무교육 과정을 돌아보다
저는 공부를 안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습니다.
전교 1, 2등은 언감생심이고 반에서 1,2등을 한 적도 없고 10등 안에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좋은 석차는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시 연합고사 성적 기준으로 반에서 12등이었던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제법 예전 일이라 숫자는 다소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의 성적은 대체적으로 22~28등을 왔다갔다 했으며(재학시절 한 반은 보통 51~54명이었습니다)
다리를 다쳐 2달 가까이 쉬었던 중학교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는 거의 30~40등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고3때는 내신 기준으로 반에서 40, 41등 정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정도면 공부를 안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12년간의 의무교육 기간 중에 제가 그래도 공부를 좀 했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중학교 3학년 5월부터 12월 12일 연합고사를 치르기까지의 대략 7개월 남짓입니다.
이 때도 절대적인 공부량이 많았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겠으나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의무교육은 중학교까지 9년인데? 라는 분이 계실 수도 있는데, 저의 재학시절이나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고등학교는 사실상 의무교육으로 생각해 그리 표현했습니다)
공부의 계기는 어머니의 눈물이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3월(로 기억합니다)에 치러진 모의 연합고사 성적이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녔고 그 때는 200점 만점(20점은 체력장)의 연합고사를 치러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방식이었는데,
3월 당시 저의 성적은 86점으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 어려우니 공고를 생각해야 한다고 담임선생님이 어머니께 말씀하신 것입니다.
면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펑펑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저희 집의 형편은 그렇게까지 넉넉하다고 말하기 어려웠음에도 다소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실력 좋다는 과외교사 그룹에 저를 넣으셨고 저 또한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부모님이 새벽 4시에 신문배달을 나가시면 6시 20~30분에 돌아오셨는데, 원래 저는 그 시간에 일어나 게임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게임 대신에 수학책을 잡았습니다.
노력한 성과가 있었는지 그 해 12월 치러진 실제 연합고사에서 체력장 18점을 포함하여 179점으로 무사히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고등학교 시절이 중학교 시절과 똑같아 진 것이었죠.
공부를 안 했다고 딱히 불량스럽게 놀지도 않았고 게임을 하고 만화를 보기는 했으나 그것도 오타쿠스럽게 파고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희 집 형편도 그랬고 저도 얼리어답터는 아니었기에 PC가 있지도 않아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을 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남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늘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사실 지금 제가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그 당시에 제가 공부를 안/못했던 이유가 아닐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또 자의적이며 형편좋게 해석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첫번째 글은 마무리지어야 하기에 굳이 그 당시에 제가 공부를 안/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공부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미X 사람이 있어?'하고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세상은 넓고 굇수들은 많이 있습니다 -_-
특히 관악산에 있는 모 대학 같은 곳에 가시면 그런 사람들 수두룩빽빽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들은 것도 좀 있습니다 ㄷㄷㄷㄷ
그냥 저는 그런 축복받은(?) 성향이 아니었던 것이죠.
둘째로 공부를 습관화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젓가락질을 무슨 비장한 사명감이나 목표의식을 갖고 하지 않듯이 공부 자체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공부란 것이 그냥 습관화되어 있다면 그냥 하는겁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공부를 습관화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문자 그대로 몰랐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어떤 메리트가 있고 어떤 진로나 길이 있는지도 몰랐고, 반대로 공부를 못하면 어떤 불이익이 있고 어떤 진로상의 제약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물론 이는 스스로 깨우칠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한 저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의 성향은 스스로 이해하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데(특히나 어릴 때는), 단순히 공부를 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그 필요성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공부를 안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은 자기예언적 성격이 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때부터 주위에 비해 영특하지 못해 선생님이나 부모님께서 제가 공부로 뭘 할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어쨌건 그렇게 12년간의 의무교육을 흘려보냈습니다.
이 다음 이야기는 출근해야 하는 관계로 또 다음에 이어서 한 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