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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r 12. 2024

[직딩라이프]2년차 팀장으로 느낀 점

얼마 전 팀장승진하고 만 1년, 이제 2년차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팀원이 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인사발령이 나면서 두 팀의 팀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팀원 22명이 되었습니다.


팀원으로 지낸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팀원 입장에서 팀장의 행동이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몇 가지 정리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팀원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팀장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1. 일만 열심히 하면 당연히 팀장이 알아주겠지


이 부분은 순환보직제가 정착된 공무원, 공공기관에 부합하는 얘기이기는 합니다만...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전문직으로 한 부서에서 사실상 계속 일하는 경우는 예외겠네요)


모릅니다.

이건 2명이 팀원으로 있건 22명이 팀원으로 있건 마찬가지입니다.


팀원분들의 반발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내가 그렇게 결재를 올렸는데, 내가 하는 일을 모른다고?"

"내가 그렇게나 야근을 많이 했고 팀장도 내가 야근을 하는 것을 봤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릅니다.

오해가 없도록 조금 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저 친구가 늘 야근을 하고 뭔가 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야근을 하는지, 왜 일이 많은지'를 모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의 난이도, 복잡성, 고충, 업무량은 그 실무를 해본 사람 아니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팀장인사를 할 때 고려사항은 그 사람이 그 팀을 잘 이끌고 성과를 낼 수 있는가이며, 팀의 팀원으로서 모든 업무를 경험해보았느냐가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애초에 한 팀에 주어지는 3~4개 업무를 모두 경험한 사람만 팀장으로 발령내려고 하면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도 않을 것입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고과를 잘 주고 챙겨주고 싶어도,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게 우리 팀에, 회사에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밀어줄래야 밀어줄 수가 없습니다.



2. 절대적이고 확고부동한 SSS급 정도 실력이 아닌 다음에는 인화에 신경을 쓰자


실력은 A급인데 팀 내 융화, 인간관계가 C급인 사람과 실력은 B급이지만 팀 내 융화, 인간관계가 A급인 사람이 있다면 팀장은 누구를 더 좋게 볼까요?


전 두 번 볼 필요도 없이 후자입니다.

물론 실력이 C급인데 융화, 인간관계만 A급인 사람이라면 좀 고민되고 케이스바이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슈퍼스타 한 명이 회사의 매출을 좌지우지 하고 주가를 좌지우지 하는 정도가 되면 아무리 갑질을 하고 일반 팀원들에게 갑질을 시전하고 그만두게 만들어도 회사 입장에서는 그 슈퍼스타를 어떻게든 달래고 케어하며 안고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본 여러 갑질연예인의 사례에서처럼요.


그러나 일반회사에서 그런 팀원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단언을 할 수 있냐면 정말로 그런 SSS급 인재가 있다면 임원으로 승진해있거나 진작에 다른 회사에 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서건 우리 회사에 팀원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고사를 잊어선 안됩니다.


무엇보다 팀이란 제도 자체가 '팀'으로서 기능해서 실적을 내도록 만들어진 것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정말로 한 명의 팀원이 그 팀의 실적 자체를 좌우하고 있다면, 팀장을 교체하거나 그 팀에 업무를 조정하거나 해야 할 일입니다.


SSS급 인재도 아닌 사람이 융화를 해치는 모습을 계속 가만히 두고 팀장은 없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팀장 본인이 C급인 경우이겠네요.



3. 팀장과 경쟁할 것인가? 팀장을 활용할 것인가?


팀장이 팀원과 경쟁하면 진짜 꼴불견이고 한숨 나오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팀원이 팀장과 경쟁하려는 것도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팀장이 세세한 실무적인 부분을 몰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팀원이 다른 사람들 들으라는 듯이, "팀장님 ~~~하셨어요? 이거 모르셨어요?"란 식으로 얘기했다고 해봅시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A. 와.... 저 팀장은 저런 것도 모르냐? 진짜 무능하다.

B. 와.... 저 팀원 무섭다. 저 사람과 일할 때 조심해야겠다.


정말 말도 안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아닌 다음에는 B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심지어는 충분히 할만한 지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형식, 방법을 문제삼아 팀원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 팀장의 사내 평판이 이미 안 좋고, 2)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상황에 대한 지적이었다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공개적으로 들으라는 듯이 잘못을 지적한 팀원에 대한 평판이 나빠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결여되어도 팀원의 의도와는 다르게 본인만 평판이 나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4. 결론


팀원으로서는 본인의 업무가 당연히 회사일의 전부이니 애착도 생길 있고 프라이드를 가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그게 팀장에게도 부장에게도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나의 업무에 대해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내 업무의 중요성이나 긴급성에 대한 평가까지 팀장이 내 생각대로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냉정히 말하면 팀장의 몫입니다.


물론 정말로 내가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래 지나지 않아 회사 스스로 깨달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으면 됩니다.


다음에는 팀장으로서 너무 고맙고 뭐라도 하나 해줘야겠다는 팀원들에 대해서 한 번 글을 써보겠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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