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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un 08. 2021

[시사잡설]공식캣맘 모집 기사에 대한 불편함

문제가 발생하면 네가 다 책임지라는 것은 해결이 아닌 폭력이다

얼마 전 기사입니다.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캣맘, 캣대디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공식적으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캣맘을 모집했다고 합니다.

입주민 중 길고양이 관리와 민원을 365일 책임지는 조건으로 공식캣맘 지원이 가능하며, 공식캣맘이 나올 경우 연 240만원의 활동비도 지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하는 대신 공식적인 사료 제공소 이외는 모두 철거하며 공식캣맘 이외에는 길고양이를 돌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210601001308343


저는 이 기사를 보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선의'와 '책임'의 문제를 같은 것으로 취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정기적/일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돕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시고 물품이나 현금을 송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당신이 기부를 했으니 이제 이 사람(또는 기부한 시설)에 제기되는 민원을 해결하시오.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은 기부를 하지 마시오"라고 말한다면 납득이 되시겠습니까?

직관적으로 거부감이 드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어려운 사람을 일시적으로 돕는 것과 그 사람을 아예 책임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도 "기부(증여)"와 "입양"은 절차의 엄격성과 법적효과 면에서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방법에 대표적으로 "입양"이 있는 것처럼, 유기묘나 유기견에 대해서도 보호, 입양이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정기적/일시적으로 약간의 후원을 했다고 해서 아예 입양을 하라는 것이 무리한 말인 것처럼,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었다고 해서 이들에 대해 제기되는 민원을 책임지고 아예 삼시세끼 먹이를 주라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물론 캣맘, 캣대디로 인해 입주민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도 있을 수 있고 위생환경을 걱정하시거나 전염병을 옮기는 것을 염려할 수도 있습니다.

보안 면에서도 입주민이 아닌 사람이 출입하며 먹이를 주는 것이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께는 걱정거리일 수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돌보는 일과 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같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길고양이들에게 어느 공동체가 무조건 손해를 감수하라는 말씀을 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개인의 자유란 결국 타인의 자유를 해하기 전까지만 허용되는 것이기에 캣맘, 캣대디의 자유와 입주민 중 이에 반대하는 사람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이 어디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우리 사회에서 작은 선의를 베풀기 어려워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길고양이라는 말 자체에서 드러나듯 주인이 없는 고양이들이 불쌍해서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로 마치 주인인 것처럼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제기되는 민원도 감당하게 한다면, 실제 해당 아파트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제 누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줄 수 있겠습니까?


궁극적으로는 이런 논리가 국가적 단위에까지 적용되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가 저는 두렵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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