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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잡설]네이버 갑질사건 희생자분을 애도하며 외칩니다

네이버 갑질사건이 남의 일일까요? 2,044만 임금근로자 모두의 일입니다

by 열혈청년 훈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지내시기를 기도드릴 따름입니다.

그리고 유가족분들은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하고 이분들을 위해 함께하는 사회의 모습을 우리 모두가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의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응을 통해 제2, 제3의 피해가 방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마전 국내 IT기업의 대명사, 한국의 구글이라고 해도 좋을 네이버 직원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이 뉴스가 되었습니다.

([단독] 전 직장서도 악명 높았는데..네이버 직원 비극의 씨앗은? (daum.net))


그런데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 볼수록 이 사건은 제가 짧게나마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부조리함이 가장 심각하게 터져나온케이스인 것 같았습니다.

직간접적인 경험 유무에 따라 공감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직장인들이시라면 공감하실 수 있는 분들도 적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네이버 개발자 죽음의 증언..IT업계선 "바닥 좁고 학연 세다" (daum.net)


[단독] 'IT 기업'은 다를 줄 알았는데..보복성 '인사팀 기타' 발령 (daum.net)


'한국의 구글' 아니었나..전·현직 직원들이 말하는 네이버·카카오 (daum.net)


누구나 생각할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런 일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을까?'


일전에 저는 제 글 "무능한 중간관리자가 살아남는 이유, https://brunch.co.kr/@sugo30/31"에서 아래와 같이 쓴 적이 있습니다.

"또한 인사권자가 중간관리자를 세운 것은 팀원들을 관리(라고 쓰고 갈굼)하라는 것도 있습니다.

설령 무능한 중간관리자와 팀원들 사이의 갈등이 인사권자에게 전달이 되더라도, 그 갈등이 마지막에 얘기할 내용처럼 인사권자 본인에게 해가 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인사권자는 "원래 애들 관리하고 몰아붙이다 보면 불평불만은 당연히 나오는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본 관련 뉴스의 한 부분입니다.

"수개월 전 네이버에서 이직한 김모씨도 이직 사유로 B씨의 괴롭힘을 꼽았다. 김씨는 B씨에 대해 "늘 한 명을 타깃으로 삼아 정신적으로 끈질기게 괴롭히던 사람"이라며 "A씨 역시 특별히 마음이 여리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은 B씨를 제어하긴커녕 알아서 직원들을 잘 닦달한다며 마음에 들어했다"고 주장했다."

("그 상사에 나도 당했다" 죽음으로 밝힌 네이버 '사내 갑질' 후폭풍 (daum.net))


제가 "무능한 중간관리자가 살아남는 이유" 글에서 저 대목을 자신있게 쓴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 당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하급자가 상급자와 충돌할 경우 회사는 상급자를 편드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경우에서는 하급자가 배겨나기 어렵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제 경우는 여러가지 행운과 우연이 겹친 끝에 회사를 그럭저럭 다니고는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문제든 정확히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더욱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더 이상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는 넘어갈 수 없습니다.

도처에서 어이없고 황망한 사고로 죽어가고 다쳤던 수많은 희생자들이 계속 외쳤던 것은 구조적인 문제해결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금 당장은 조직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니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 자체가 10년 후, 20년 후 이 조직의 존립에 관계된 것을 뜻하고, 바로 한 달이나 1년 후에 회사가 어떻게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사모펀드에 매각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한 기업의 경우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은 무려 8년전인 2013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면, 우리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오늘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일은 나의 문제가 될 수 있고 내 가족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월급쟁이 임금근로자들은 무려 2,044만명에 달하니까요(2019년 경제활동인구연보 29, 30p 기준)

이 수치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 2,712만명 중 75.3%에 달하는 숫자(자영업 등 제외)입니다.


월급쟁이들은 본인이 속한 기업의 직원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내가 소비자로서 더 정당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서도 특히 B2C기업의 경우에는 나와 같은 소비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일련의 행위는 가깝게는 소비자인 나의 권익 향상으로 돌아올 것이고 조금 멀게는 내가 있는 직장이 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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