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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y 02. 2021

[직딩라이프] 무능한 중간관리자가 살아남는 이유

인사권자는 직원들이 보지 않는 곳을 보고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 인간 짤리지 않는 이유가 뭐지? 내가 인사권자였으면 그날로 짤랐다!'

직장 내에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중간관리자 있지 않으십니까?

설령 지금 내 상사는 아니더라도 옆 팀이나 옆 부서에 말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중간관리자들이 짤리는 경우는 잘 보지 못하셨을겁니다.

그보다는 팀원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정식으로 인사고충이 들어가도 오히려 문제제기한 팀원들이 이동하거나 버티다 못해 이직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팀원들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무능한 중간관리자들이 왜, 어떻게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버티고 살아남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인사권자가 중간관리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팀원에게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


우선 중간관리자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중간에서 업무, 인력을 중간관리하는 사람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회사를 경영할 수 없으니 상근인 대표이사(사장)을 두고, 대표이사 혼자 회사를 운영할 수 없으니 중간관리자를 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중간관리자는 실무자와 다르게 직접적으로 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영진과 팀원들 사이를 잘 연결하고 업무를 지시하고 진행상황을 관리만 하면 됩니다.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업무가 굴러가고 있다면 일단 중간관리자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팀원들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팀원들은 솔직히 다 알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라고 해서 다 같은 중간관리자가 아닙니다.

똑같은 지시를 해도 뭘 알고 하는 사람과 모르고 하는 사람의 차이는 대번에 드러납니다.

그러나 어쨌건 똑똑하고 성실한 팀원들이 한 일을 결국은 중간관리자가 가져가서 보고를 하기에 인사권자는 보고자가 무능한 중간관리자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인사권자가 중간관리자를 세운 것은 팀원들을 관리(라고 쓰고 갈굼)하라는 것도 있습니다.

설령 무능한 중간관리자와 팀원들 사이의 갈등이 인사권자에게 전달이 되더라도, 그 갈등이 마지막에 얘기할 내용처럼 인사권자 본인에게 해가 되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인사권자는 "원래 애들 관리하고 몰아붙이다 보면 불평불만은 당연히 나오는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대체자가 없다.


그래도 어찌저찌 일단 첫번째 관문은 통과했다고 가정합시다.

천신만고 끝에 이제 인사권자도 중간관리자가 무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고 하면, 이제 곧바로 그를 교체할까요?

현실에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중간관리자라는 직함을 준 이상, 중간관리자는 중간관리자로 교체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말은 무능한 중간관리자 A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의 중간관리자 B와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무능한 중간관리자 A를 평사원으로 강등시키거나 해고하고 그 자리를 유능한 팀원 C를 승진시키거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첫째로 다른 중간관리자로 무능한 중간관리자를 교체하는 일은 기존에 멀쩡한 중간관리자가 맡고 있는 팀에 무능한 것으로 판명된 중간관리자를 보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무능한 중간관리자가 맡고 있는 부서, 팀이 교체하려는 곳의 중간관리자가 맡고 있는 부서, 팀보다 중요도가 높다면 곧바로 교체하겠지만, 회사 인사시스템이 살아있는 한 애초에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습니다.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부서, 팀을 맡아도 C급을 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비록 무능하다고 해도 중간관리자를 할 정도면 나름의 짬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평사원으로 강등하거나 해고시킨다면 노동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무능을 이유로 한 강등, 해고는 판례상 적법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인사권자가 무능한 중간관리자임을 확실히 인지했더라도 어떤 인사조치가 곧바로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 명예퇴직을 시켜야 한다면 당연히 1순위로 올라갈 것인데 그런 상황이 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고(자주 있어도 안되죠...), 보통은 정기인사 때 자연스럽게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최악의 경우 계속 그대로 갈수도 있습니다.



3. 인사권자는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


어렵사리 두 번째 관문까지도 통과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곧바로 무능한 중간관리자를 교체할까요?

마지막 관문으로 정무적 판단이 남아있습니다.


1) 분명히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맞는데 이 사람이 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특정 세력의 중심인물이거나 외부의 권력기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한마디로 내외부에 빽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내외부 세력과 척질 각오로 그를 내칠 인사권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2) 분명히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맞는데 인사권자 입장에서 이 사람은 확실한 내 편, 즉 yes맨이어서 쓸 수 있는 용도가 많다고 생각할 때, 그 때도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내칠까요?

(제 글 yes맨6 Mr.쓴소리4의 황금비율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sugo30/17)


3) 마지막으로 지금은 무능하지만 그 동안 이 사람이 회사를 위해 오랜기간 헌신해온 충신이라면 그 때도 단지 지금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내칠 인사권자가 얼마나 될까요?


여기까지만 쓰면 무능한 중간관리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잘려나가지 않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관리자가 잘려나가는 경우


한 마디로 '인사권자 본인에게 피해가 올 경우'입니다.

유비, 관우, 장비와 같은 사이라면 목이 잘리면 잘렸지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이가 현실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유관장 3형제가 2천년 넘게 칭송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무능하다는 것 자체가 아닌, 그 무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가 있고 이 부분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인사권자 본인에게도 책임이 돌아올 경우, (참 어려운 전제조건들이긴 합니다만) 이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중간관리자를 처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사유가 잘 떠오르지 않으실 것입니다.

반면에 갑질, 성추문, 비리 및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기업들이 곧바로 대국민 사과도 하고 인사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는(설령 등떠밀려서 일지언정) 손쉽게 여러 사례가 생각나실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면 회사란 기본적으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무능한 사람이 맡아서는 안 되는 핵심부서는 대체적으로 그 조직의 에이스나 장차 에이스가 될 기대주를 중간관리자로 보내고, 무능한 관리자는 대체적으로 비핵심 C급 부서로 발령을 냅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무능으로 인해 회사의 핵심사업이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이 인사권자에게까지 올 일이 애초에 잘 없습니다.



5. 마치며


무능한 중간관리자 아래의 똑똑하고 유능한 팀원들에게는 참 안타깝고 절망적인 결론이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ㅠㅜ

저는 제가 무능하고 상사가 초유능한 경우라 괜찮은데, 주위를 돌아보면 실제 저런 케이스가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지만 우리 삶의 1/3 이상을 보내는 곳이기에 이왕이면 여러분 모두가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여러분의 의견을 언제나 기다리고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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