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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un 10. 2021

[직딩라이프]회사에서 소문이란?

소통과 뒷담화 사이의 어딘가에서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회사도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간의 교류가 일어날 것이고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는 것 또한 아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곧잘 모순된 두 가지 이야기를 수시로 듣게 됩니다.

"직급고하, 남녀노소를 넘어 서로 소통하라"

"다른 사람, 다른 부서의 뒷담화를 하지 말라, 소문내고 다니지 말라"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요?

왜 똑같이 다른 사람, 다른 부서의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떤 때는 소통이고, 어떤 때는 뒷담화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회사가 본심을 말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만, 이상적으로만 실행하면 어려울 것이 없는데 진짜 원하는 것은 슬며시 감춰놓고 아름다운 부분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렇게 됩니다.


우선 회사는 왜 소통을 강조할까요?

한 마디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진행상황을 부서 간에 공유하고 협업하며 문제점은 사전에 발견하고 업무추진에 필요한 자원은 최적으로 배정하는 그림만큼 아름답고 이상적인 그림은 없을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왜 회사는 뒷담화를 경계하고 금지할까요?

마찬가지로 일을 잘하기 위함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아름다운 그림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간에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눈 앞의 사람이 뒤돌아서면 나와 내 부서를 험담하고 다닌다면 누가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본심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눈치 빠른 분들은 감 잡으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회사가 "일을 잘하자"는 명제에만 충실할 경우 소통과 뒷담화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길래, 겉으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뒷담화를 경계하라는 모순된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원래의 목적인 "일을 잘하자"가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법한 상황입니다.

본래 새로운 기획이건 기존 상품, 서비스의 개선이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목표(매출증대, 점유율 향상, 수익성 개선 등)만 명확하다면 그에 이르는 방법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런데 현실은 희한하게 전개됩니다.

목표의 결정은 CEO, 오너의 권한이니 거기서 결정하는 게 당연하고 직원들은 따르면 됩니다.

문제는 수단의 결정에 있습니다.

여러 수단과 방법 중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안을 정리하고 추려낸 다음 마지막으로 CEO, 오너가 결단하는 것이 아닌,

CEO나 오너가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하는 수단과 방법이 먼저 있고 이것이 최적의 방법임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더 심각하게는 A안은 목표는 달성할 수 있으나 회사 내 주류세력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고, B안은 하나마나 하거나 실패할 것이나 회사 내 주류세력에 영향이 없다면 심지어는 B안을 밀어 관철시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당수의 개혁이나 개선이 실패하는 것은 결국 이렇게 회의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소통을 위한 대전제는 "본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CEO를 비롯하여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생각하는 소통은 일방향적인 소통입니다.

즉, "소통이니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가감없이 얘기한다. 그런데 너(주로 하급자겠죠)는 사회생활을 한다면 내 심기에 거스르고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면 안되지", 이런 식인거죠.


이런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왜 그렇게 상식밖의, 어이없는 갑질이나 폭언이 직장 상사들에게서 나오는지 그 의식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단지 소통을 한 것이고 내 의견을 솔직히 말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 본인의 그런 언행이나 평소 행동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됩니다.

이건 뒷담화죠.

설령 불만이 있어도 나한테 직접 와서 얘기하면 되지 그걸 지들끼리 얘기한다? 이건 아주 못된 행동인겁니다.


결국 '답정너'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행해지는 회사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없어지고 본심을 토로하는 일체의 대화는 오로지 뒷담화가 되어버립니다.


물론 회사에서는 진짜 악의적인 비방의 의도를 갖고 있지도 않은 일, 아주 사소한 일을 매우 크게 침소봉대해서 타인을 모함하는 뒷담화도 존재합니다.

이런 뒷담화는 소통도 아니고 아주 나쁜 행동이므로 철저히 배척되어야 하겠죠.


다만 구조적인 소통의 부재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처럼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시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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