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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un 19. 2021

[직딩라이프] 기획자란?

'진짜'기획자와 '유사'기획자의 차이는 실현가능성에 있다

저는 9년간 법무업무만큼이나 기획업무도 제법 했었고 최근에는 회사에서 출시 준비중인 2가지 금융상품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상품 출시 기획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획이란 무엇인가? 기획자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새삼 깨닫고 느끼게 되는 바가 있어 이 점을 한 번 나눠보고자 합니다.



1. 기획=아이디어?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없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셨더라도 기획쪽 업무를 담당해보시지 않았다면 흔히 '기획=아이디어 아닌가?'로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아무리 잘 봐줘도 반만 맞는 말입니다.


우선 기획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기존에 전혀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아이디어이건,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결합이건(아이폰이 그 예겠죠), 기존에 존재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이건 일단 모든 기획이 아디이어에서 출발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그 자체만으로 기획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2. 왜 기획=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는 것인가?


백문이불여일견, 제가 인터넷에서 본 좋은 예 하나를 가져와 보여드리겠습니다.

https://www.ygosu.com/community/?m2=real_article&bid=yeobgi2011&rno=102330&page=4552&frombest=Y

2008년 6월 6일 와이고수란 사이트에 "휴대폰은 적어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란 글과 본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댓글)입니다.

본문의 내용 중 상당수는 현재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에서 당연하게 구현되어 있는 기능임을 알 수 있습니다.(참고로 최초의 아이폰 발매일은 2007년 6월 29일이기에 본문글 작성자가 미국에서 발매된 아이폰을 보고 쓴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의 첫 아이폰 발매일이 2009년 11월 28일임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통찰력을 가진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연도별 댓글 반응입니다.

본문글 및 댓글 작성시점에 별도의 조작이 없다는 가정 하에, 사람들의 인식이 "이거 순 미친X 아니야?"에서 빠르게 "2년, 3년 전에는 이게 미친 소리였구나"로 바뀌어 가는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만약 실제로 '아이폰'이 발매되고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위 글 작성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을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위 글 작성자가 뛰어난 통찰력으로 정확히 앞으로의 휴대폰이 갈 방향을 짚어냈다고 하더라도(아이디어),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어 사람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로 보여지지 않았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3.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아이디어의 구현


우리 주변에서는 의외로 제법 정확한 정치평론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촌일수도 있고 직장선배일수도 있고 어느 술자리에서 보았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방송국, 정당, 청와대에서 모셔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이제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1)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 조직은 매우 한정적이다

여러분이 실제로 구현만 된다면 대박을 칠 아이디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거나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그 사람이나 조직을 찾아가 이 아이디어가 먹히는 아이디어라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갈양의 천하삼분지계는 그만의 독창적인 유일무이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당시 식자층 사이에서 거론되던 이야기였으며, 동오의 노숙 또한 변형된 천하삼분지계를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천하삼분지계를 실행해낼 수 있는 역량과 세력을 갖춘 유비를 찾아가 그를 설득하고 유비세력 내 핵심인물이 되어 천하삼분지계를 이뤄낸 것은 제갈양이 유일무이합니다.(만약 방통이 생존했다면 유이겠지만요)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첫단계에서 탈락해버릴 것입니다.



2) 아이디어 실현하기 위한 설득의 핵심은 '어떻게 실현하겠다'에 있다.


여러분이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이해시키는데까지 성공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제 그 사람이 물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을 실현할 것인가?"


100억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데 1,000억의 비용이 소요된다면 그걸 기획이라고 불러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1,000억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를 100억만 벌고 끝내게 만드는 것도 기획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기획자는 아이디어를 최소의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입니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몽상가, 거리에서 훈수두는 아저씨와 기획자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아이디어의 실현단계까지 오면 기확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연히 구분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아이디어를 사업적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IOS, 앱스토어 등) 모두에서 완전한 통제권과 주도권을 가져와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핸드폰메이커가 아니었으며 시장은 피처폰이 주도하고 있었고 주요 플레이어로는 노키아가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계산으로 압도적인 발주량 제공을 조건으로 각 부품사와 제조사를 하나하나 설득해낸 것입니다.

이런 것이 모두 가능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기획자라 할 수 있습니다.


4. 마치며


오늘 글은 어떠셨나요?

최근 글의 업데이트가 뜸했고 처음 스스로 약속한 연재주기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모두 제가 부족하고 게으른 탓이고 그에 더해서 근래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이를 곱씹을 시간이 필요했고 어쩌면 5춘기(?)가 온 것인지도 모르기에 그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쌓인 생각들을 다시금 열심히 풀어낼테니 계속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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