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경력직 입사 또는 다른 부서로 이동했을 때 3개월내 해야할 3가지
얼마 전 저희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습니다.
의욕넘치는 신입을 보니 저까지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습니다만 동시에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고 말을 해줘야 할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이건 신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낯선 다른 회사 또는 같은 회사라도 경험하지 않은 부서로 이동하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경우에 3개월 내 해야할 일 3가지란 제목으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유치원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치실 수 있겠습니까?
아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극소수의 교육열이 충만(?)한 집 아이가 아니면 유치원생이 미적분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지식을 갖고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 이직한 경력사원, 전에 해본 적이 없는 낯선 회사내 다른 부서 전입자도 저 유치원생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들어간 회사/부서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고, 지금 무엇을 진행중이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사건 이직이건 내가 들어가려는 회사,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대강 알 것이고 부서이동을 하면 인수인계 받지 않나요? 그런걸 모를수가 있나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히스토리"입니다.
맥락, 배경, 숨은 함의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부서는 A방식에 따라 제품을 제조한다."는 것만 아는 사람과,
"지금 우리 회사/부서는 A방식에 따라 제품을 제조하는데, 그 이유는 과거 B방식으로 했으나 (수율/생산성/단가/특허 등등)의 문제로 O년 전에 A방식으로 전환하여 제조중이며 그 때의 담당자와 의사결정권자는 OOO, OOO이고 관련 업체는 OO전자, OO전기이다."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두 사람이 기획을 한다고 할 때 누가 더 기획을 잘 하겠습니까?
단순히 두 사람이 통계작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누가 더 보다 좋은 통계표를 만들겠습니까?
신입사원이건, 이직자건, 처음 경험하는 부서 전입자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히스토리 파악입니다.
그러면 그 히스토리 파악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제일 먼저 접근권한이 있는 모든 공식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부서 결재문서는 기본중의 기본이고 PC에 남아있는 자료들, 스크랩된 파일철, 업무 관련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사내공지 등등 접근가능한 모든 공식정보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첫단계로 제시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단계를 원활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공식정보 확인이 첫번째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곧 보시면 아시겠지만 두번째와 세번째 모두 기본적으로 내가 최소한의 정보와 흐름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상대방이 짜증을 내게 됩니다.
가뜩이나 바빠죽겠는데 와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나 하고 있으면 부서원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동료나 상사가 여러분을 무능하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작을지언정 사람들과 부대끼며 조직에서 일한다면 빠른 분위기 파악이 필수입니다.
이 부서는 루틴하게 돌아가는 부서인지, 돌발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부서인지, 부서원간에 사무적인 분위기인지, 농담을 하면서 친밀하게 지내는지, 업무는 협업하며 하는지 아니면 분장이 확실해서 각자 일만 하면 되는지 등등을 재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의, 미팅, 동료와의 식사나 티타임에 적극 참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봐도 내가 들어갈 필요가 없거나 가면 안되는 그런 자리가 아닌 한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온 전화를 적극 당겨받고 메모를 전달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누가 전화를 걸어오는지, 어떤 용건이 있는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서내에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거나 진행중인지 파악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제1원칙을 소홀히 하게 되면 원활한 제2원칙 수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내 일도 많고 진행해야 할 일은 산더미같은데 담당자나 부서 입장에서 보기에 아주 기초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제1원칙을 통해 파악하는데는 당연히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뭘 좀 알아보고 공부해와서 물어보는 것과, 아예 처음부터 가르쳐달라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1원칙과 제2원칙은 모두 제3원칙을 위한 포석입니다.
모든 회사에는 장기재직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재직자라고 다 같은 장기재직자가 아닙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오래 있기만 한 사람'과 '회사의 각 사업진행 과정을 경험했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분명히 다릅니다.
제1원칙과 제2원칙을 충실히 했다면 이제 회사 또는 부서 내에서 핵심인물이 누구인지가 파악되실 겁니다.
핵심인물이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암묵지'의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히스토리도 제일 많이 파악하고 있으며, 그 히스토리 자체를 만들어온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말의 함의는, 앞으로 회사가 완전히 새로운 업역이나 업종에 진출하지 않는 한 핵심인물은 앞으로도 회사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 가지 꼭 기억해주십시오.
저는 핵심인물을 파악하라고 했지, 그 사람에게 잘보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저나 여러분이 핵심인물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속한 회사에 대한 가장 좋은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인물을 통해 내가 있는 회사의 본심, 날 것 그대로의 인사정책, 승진정책, 경영방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좋더라도 핵심인물을 통해 파악한 사내분위기나 선호인재상이 나와 안 맞으면 이직을 고민하면 되고,
회사도 마음에 들고 핵심인물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가깝다면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 이 회사에서 한 번 잘되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핵심인물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은 비교적 관대하게 사람들이 봐주는 3개월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