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년이라고 불러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일단 이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전부터 금융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금융권에서 일할 뜻을 둔 것은 아니고 그나마 저를 받아준 곳이라 다녔는데 이력저럭 금융쪽에서 밥먹고 산지 만 10년이 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는 것이 부족하고 일천하지만 그간 줏어들은 것을 일반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민원전화를 받다보면 카페 등을 통해서 의외로 굉장히 세세히 공유되어 알고 계신 내용이 있는가 하면, 기초를 이해하지 못해 완전히 틀린 정보를 서로서로 공유하며 그게 사실인양 철썩같이 믿고 계신 분들이 계신 것을 보고 좀 안타깝기도 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제가 아는 얄팍한 금융경험이나마 정리해서 풀어드리는 그런 시리즈라고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첫 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신용평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좀 고민했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겁니다.
"대출을 해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심사를 사전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수행하는 것"
금융기관마다 표현은 다를 수 있는데요, 개인대출을 신청하셨는데 아래와 같은 거절멘트를 들으셨다면 대부분 심사모형 거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심사(모형) 거절되셨습니다."
"CSS거절이십니다."
"대출/보증 한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심사모형 거절이 외교적이고 레토릭한 수시라고 한다면 그 본질, 혼네는 무엇일까요?
"심사모형 거절 = 당신의 상환확률은 기준치 이하입니다."
"심사모형은 통과했으나 금리가 높거나 한도가 신청한 것보다 낮다 = 당신의 상환확률을 고려하였을 때 대출은 가능하나 리스크관리를 위해 더 높은 금리 또는 낮은 한도로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심사모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심사모형의 세부내용은 모든 회사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그간의 영업경험, 경영방침이나 취지를 고려해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 2가지로 구성되는 면에서는 어떤 회사든 같습니다.
정식명칭은 아니나 제가 임의로 붙인다면, "긍정정보"와 "부정정보"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심사모형이란 결국 "이 사람에게 먼저 돈을 빌려주는 위험을 감수해도 되는가?"에 대한 판단을 위한 것입니다.
긍정정보는 "이 사람이 빌려간 돈을 성실히 갚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보이고,
부정정보는 "이 사람은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을 것이다."란 경고를 주는 정보입니다.
ㅇ 긍정정보
이 사람이 빌려간 돈을 잘 갚을 것이란 믿음을 주는 가장 확실한 정보는, 이전에 완제한 이력일 것입니다.
이전에도 빌려간 돈을 잘 갚았으니 이번에도 잘 갚을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1금융권(대표적으로 은행)의 완제이력은 어디서나 환영받는 긍정정보일 것입니다.
심지어 그 금액이 크면 클수록 좋을수도 있습니다.
그만한 돈을 빌릴 능력과 갚을 능력을 다른 회사를 통해서 이미 검증한 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빌리려고 하는 곳보다 소위 말하는 금융권 티어가 낮은 곳의 완제정보는 긍정정보가 아닌 오히려 부정정보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금융권의 대출상환이력은 같은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 대부업에서 돈을 빌릴때도 긍정적일 것이나,
상대적으로 급전이 필요해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대출의 경우에는 빌린 돈을 모두 갚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돈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정보가 아닌 부정정보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심사모형이란 금융회사라면 모든 회사에서 핵심적인 영업비밀로 다루고 있기에 정확한 내용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본인들보다 등급이 낮은 금융권에서의 대출상환이력을 A은행은 긍정정보로, B은행은 부정정보로 볼 수도 있고, 긍정정보로 보더라도 그 비중은 모든 회사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ㅇ 부정정보
"이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정보가 4가지 있습니다.
연체이력, 연체, 채무조정, 파산이력입니다.
현재는 연체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에 연체한 경우,
현재 연체중인 경우,
법원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중인 경우,
파산한 경우 등 4가지는 이 사람이 과거에 빌려간 돈을 갚지 못했다는 확실한 징표입니다.
당연히 가장 대표적인 부정정보로 취급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위의 4가지 정보가 확인되는 경우, 거의 대다수 금융기관에서 새로 대출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ㅇ 비금융정보, 대안정보
금융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비금융정보, 대안정보를 활용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심사모형 평가는 아무래도 대출에 관해 집중된 면이 있다보니, 대출 이외의 정보를 활용해서 신용평가를 하자는 것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면 통신사 요금을 잘 내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통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물건을 구매한 이력과 구매대금을 연체한 이력이 있는가?, 교통카드로 파악하는 동선이 일정한가? 등등의 여러 정보를 신용평가에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적용하는 카테고리는 다르겠지만, 비금융정보/대안정보도 결국에는 긍정정보 또는 부정정보 중 하나로서 취급되게 됩니다.
일정하게 통화하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여차하면(우리 회사에서 빌려간 돈을 연체하면) 대신 갚아줄 누군가가 있을 기대가능성이 있고, 교통카드 이동동선이 일정하다는 뜻은 일정한 사업/직장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긍정정보로 쓰일 수 있겠고,
반대의 경우라면 부정정보로 쓰일 것입니다.
심사평가모형은 일종의 정답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KCB, NICE 및 각 금융회사들은 이를 모두 영업비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회사는 모두 서로 각자 다른 CSS(심사모형)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만약 모든 회사가 똑같은 긍정/부정정보 평가비중으로 구성된 심사모형을 운영한다면,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똑같은 금리, 한도가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대출을 받아보려고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출 승인/거절은 물론 대출이 승인되는 곳들이라 하더라도 단 0.01%라도 나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똑같은 사람, 똑같은 경제상황이어도 각 사의 심사모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회사에 가건 대동소이하게 적용되는 것들은 있을 것입니다.
이미 시중에 잘 알려진 내용과 겹칠수도 있지만,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ㅇ 필요로 하는 돈을 빌릴 수 있다면 1곳에서 대출을 받자. 특히, 소액 다중채무는 최대한 피하자.
- 1금융권에서 각 대출목적이 구분되며 규모가 있는 다중채무라면 상관없지만, 소액 다중채무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3억 주담대, 1억 신용대출, 자동차론 5,000만원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100만원 소액대출 10개는 아무도 1,000만원조차 빌려주지 않아 버려도 되는 100만원을 10곳에서 나눠 돌려막기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ㅇ 연체는 절대 하지 말자
- 연체는 100% 무조건 부정정보로 사용됩니다. 연체는 하면 안됩니다. 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단순한 착오(계좌이체 실수 등)에 의한 연체를 고려해서 1~4일 연체는 연체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만에 하나 연체를 했다면 4일 이내에 갚아야 합니다.
ㅇ CB사 신용평가점수는 CSS점수가 아니다
- 간혹 CB사 점수가 높은데도 대출이 거절되었다며 민원을 제기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분들은 모르실 수 있지만, CB사의 신용평가점수는 해당 업체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매긴 점수일 뿐, 우리 회사에서 대출을 해주고 말고를 결정하는 결과가 아닙니다.
- 이건 수능으로 치면, 내가 수능점수가 상위 1%인데 왜 서울대에 떨어졌냐고 항의하는 것과 같습니다. 수능점수가 상위 1%라도 서울대의 자체적인 입학전형 결과에 따라 떨어질수도 있고 반대로 상위 5%가 서울대에 입학할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금융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2편, 3편을 계속 쓰는 것도 고려해보겠습니다.
제가 더 쓸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도 고민은 해봐야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