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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y 24. 2024

[시사잡설]확실하지 않으면 바꾸지 말자는 자가 간신이다

개혁이 어려운 수만가지 이유 중 한 가지만 꼽으라면, “선례”를 들먹이며 확실한 경우에만 바꾸자는 주장을 하는 자입니다.


그 자가 바로 범인입니다.


간신이고 매국노이고 나라를 망치는 주범입니다.


개혁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의 제도를 개선하는 수준이 아닌, 근본부터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를 말합니다.


단순 보수, 수리 정도라면 개혁이란 이름이 붙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당연히 예전에 존재해본 적이 없으니 선례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례 타령하면서 확신이 들때까지 보류하자는 반대의견은 일견 반대가 아닌 신중론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사실은 가장 악질적인 반대론자입니다.


원래 개혁의 반대세력은 기존의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었던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세력 입장에서 여론이 지지하는 개혁안에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소나기를 맞으며 뚫고 나가는 미련한 짓으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총론에서 개혁안 자체에는 찬성하는 척 하면서, 실제 새부내용에서 온갖 태클을 걸고 그럴듯한 반대논리를 만들어서 추진을 지지부진하게만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변죽을 울리며 시간을 벌다보면 새로운 이슈가 터질수도 있고 개혁안을 추진하던 중심인물에게 변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여론이 식을 수도 있는 등 여러 변수로 개혁안은 자연소멸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대동법 시행이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성공한 개혁정책이 아닌가 합니다.


대동법은 1608년 경기도에서 시행된 이래 시행과 폐지를 거치며 1708년에 황해도에서 실시되는 등 10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국시행이 되었습니다.


이건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느냐?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속전속결로 개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고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저는 메이지유신은 적어도 유신이 성립한 그 당시에는 개혁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메이지유신이 일어남으로 인해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메이지유신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근대화 정책은 도쿠가와 막부라고 하여 추진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최초 존왕양이 명분을 내세우며 천황을 끼고 막부와 대립하던 조슈와 사쓰마번이 외세와 전쟁을 통해 패한 후 개항으로 방향을 틀었기에 사실 개혁의 방향성만 본다면 딱히 막부를 타도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결국 메이지유신은 적어도 최초 시점에서는 단지 지배세력이 도쿠가와 막부에서 삿쵸도비(사츠마, 조슈, 도사, 히젠)의 4개번과 천황의 연합정부로 바뀌었을 뿐,


도쿠가와 막부 이래로의 신분제가 바로 철폐된 것도 아니었고, 국민개병제가 곧바로 시행되었거나 보통교육이 시행되거나 보통선거가 바로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저런 개혁이 차차 이뤄지기는 했지만 말씀드린 바처럼 도쿠가와 막부 또한 개항,근대화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으므로 메이지유신을 진정한 의미의 개혁,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진짜를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정말로 꼭 필요한 개혁이라면 작게라도 시작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충신이고 명군입니다.


물론 시대상황이 점진적 개혁을 허락치 않고 피를 흘려서라도 그간 쌓인 구악을 일소하게 하는 프랑스 대혁명, 치열한 내전을 통해 공화정을 황제정으로 바꾼 카이사르, 노예해방과 각 주의 탈퇴불가를 통해 초강대국 미국의 근간을 마련한 링컨의 남북전쟁 등의 예도 있습니다.


그러나 열거한 예만 보더라도 아실 수 있듯이, 그런 급진적인 개혁은 수많은 희생 위에서 가능할 뿐더러 불세출의 영웅이 리더로 있을 때 그나마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힘없는 필부로서 자신과 가정의 평안을 원하기에 가능하면 작게 시작하지만 끝까지 확실히 가는 그런 개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 웬리 휘하에서 직접 싸우며 역사의 산증인이 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양 웬리를 역사책에 기술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쪽이 더 끌립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금 급진적 개혁이건 점진적 개혁이건 간에 일단 개혁을 시작해야 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는 것만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글로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이 역사의 기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바로 이런 때, 더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는 간신배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주요한 위치에 있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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