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나오는 영화를 보다보면 한 번쯤은 이런 대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가 양아치냐?"
"금마들은 건달이 아이다. 양아치다."
"내가 양아치로 보이냐? 이 sheki야"
밖에 있는 우리가 보기엔 그 놈이 그놈인거 같은데 그들에게는 나름 중요한 구분인 듯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아치와 건달을 구분하는건 착한 일진과 나쁜 일진을 구분하거랑 똑같이 그 자체로 논리모순이고 형용모순인데, 그들 나름대로는 왜 그런걸 구분하려고 할까?'
쓸데없는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세 가지 답이 나왔습니다.
1. 가오
2. 상대방 악마화를 통한 내부결속
3. 자격지심
단순하게 양아치라면 오락실에서 애들 코묻은 돈이다 뜯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건달이라고 하면 나름 의리가 있고 의리에 죽고사는 뭔가 있어보이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런 뻘생각을 한 번 했습니다.
상대 조직을 양아치로 폄하하여 우리가 그들을 까는 것, 뒷통수 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우리 조직은 군신관계와 같이 예의가 있고 뼈대있는 조직임을 강조하여 내부결속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들 스스로도 자기들이 사회에서 떳떳하지 못한 존재임을 알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처럼 나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기들은 적어도 그 안에서 구별되는 존재임을 양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연식이 있는 아재들은 "boys be ambitious"라는 윌리엄 s. 클라크의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저 말만 알았지 그 말을 한 사람이 윌리엄 클라크라는 사람임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 사람의 일화에 감동받은 것은 저 말보다도 다른 말이었습니다.
Be Gentlemen!
윌리엄 클라크는 홋카이도 대학의 교장이 되었는데 학칙을 정할 때 원래는 초안이 엄청 두꺼웠다고 합니다.
~~을 하면 안되고, ~~~하면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 안되고
이런 학칙을 본 클라크는 학칙을 Be Gentlemen!이란 한 마디로 정리해버렸다고 합니다.
사람은 언어로 이해하고 사고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어려운 현안을 갖고 회의를 할 때 Why가 앞서면 사람들은 그 일이 안되는 이유, 못하는 이유만을 생각하게 되지만,
How를 앞세우면 참석자들은 어떻게든 해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어떤 모습이 있다고 할 때, 1부터 100까지 안되는 행동을 모두 금지시킴으로써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만큼 바보같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지, 사람을 가르치고 키우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 되고자 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몸소 보여주는 것이 느리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하면 101번째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생겼을 때 그것을 알아서 회피할 수 있는 사람이 탄생합니다.
1~100까지 안되는 것만 기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은 스스로 101번째를 찾아내거나 101번째 상황이 생겼을 때 얼씨구나 하고 규칙을 회피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저는 저 스스로가 그렇게 배웠기에 제 자식과 제 팀원들에게 스스로 본이 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