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부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도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맞고 틀리고는 막말로 대법원 판결이 나거나 감사원 감사라도 받기 전까지는 누구도 100% 장담하지는 못한다. 기준만 달라지지 않으면 된다. 같은 사안에서 어떤 경우에는 A를 논리로 내세우고 어떤 경우에는 B를 내세운 것은 답이 없다. 그건 설명할 수도 없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수도 없다."
최근 사법부는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이례적인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특정세력에 대해서 충분히 의심스런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어 기본적인 신뢰관계마저 의심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는 문언에 반한다는 지적까지 받아가며, 그리고 대한민국 형사법 역사상 단 한 명의 예외를 허용해주었습니다.
법원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최소한의 공정한 척이라도 하기 위해서 즉시항고를 할 것이란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구속취소 논리를 이후 모든 피고인에게 똑같이 적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윤석열은 대통령에서 파면되었으며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입니다.
반면에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저는 이재명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유죄판결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거나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한 대법원 판결도 아니고,
더 심리할 것도 없어서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원합의체에 의한 판결이 이 정도로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온다는게 말이 됩니까?
조희대 대법원 이후 공직선거법 3심판결까지는 평균 92일이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겨우 36일이었습니다.
복잡한 법리를 다 떠나서 한 사람에게는 형사법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판결로 특혜 내지는 법치가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 보여지고, 반대로 다른 한 사람에게는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일반적인 피고인보다 명백히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겠습니까?
헌법재판에서도 말하듯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정말로 유죄이고 허위발언으로 국민의 선거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정질서 훼손에 미치는 영향과 비상계엄을 일으키고 법원의 영장도 집행을 임의로 저지하는 윤석열 피고인의 헌정질서 훼손의 경중이 같은 것입니까?
더욱이 어제 김문수 후보의 가처분 기각은 형식적으로는 일리있을지 모르나, 너무나 지독한 법형식논리에만 치우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 지도부는 가처분 판결이 나고 10시간 정도 지나서 전격적으로 김문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 지위를 박탈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1시간 대선후보 공고를 통해 한덕수 후보를 새로 선출했습니다.
이제 오늘 중 김문수 후보가 다시 가처분을 제기하면 이번에는 인용을 해줄 것인가요?
많은 정치시사 프로그램 패널들, 기사 댓글, 커뮤니티에서 하는 말처럼 사법부가 나서야 할 때는 나서지 않고, 자제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김문수 후보가 가처분을 내더라도 빠져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결정을 12일 자정 이후 내면서 "국민의힘은 위법한 행위를 했고 김문수 후보의 지위는 박탈되지 않는 게 맞지만 대통령 후보 등록일이 이미 지나버렸고 이제와서 한덕수 후보의 대통령 후보 지위를 취소할 경우 원내 제2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대통령 후보 등록일이 지나서 김문수 후보의 보호법익도 소멸하였으므로 기각한다"고 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내면 틀린건 틀렸다고 하면서도 후보 자격 탈취를 용인해줄 수 있습니다.
이제 사법부에 대한 통제, 사법부 구성원에 대한 다양화 요구는 분출하게 될 것입니다.
그간 사법부는 어찌되었건 중간에서 오로지 법리만으로 판단을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정치권과 국민도 큰 틀에서 그렇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법관들의 자치성, 엘리트주의, 순혈주의를 용인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형식적인 법논리를 내세우고, 무엇보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헌정사상 유례없는 특혜를 베풀거나 일반 국민에게 하는 것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편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차제에 개헌을 하게 될 때에는 사법부에 대한 사법민주화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