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시 이미 내가 도달할 상한이 정해져있음을 잊지 말라

by 열혈청년 훈

지난주에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지인들을 통해서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다 절감했습니다.

어느 회사건, 공무원이건, 공공기관이건 입사할 때 이미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을 40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어쩌면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냉엄한 현실을 이제 더는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사례를 간단히 재구성해보았습니다.


ㅇ 10년을 한 교회에 헌신했음에도 학벌이 부족해 담임목사 도전을 포기한 목사님


10년을 교인 200명 정도 되는 교회에서 열과 성을 다한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목사님도 한 직장에서 10년을 있다는 말은 그 교회에서 담임목사직을 이어받아볼 생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정든 교회를 떠나 개척교회를 하기로 마음 먹으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개인의 선택이고 도전이니 존중할 수 있는데 제가 좀 먹먹해졌던 것은 그 이유였습니다.


그 교회의 장로님들이 학벌을 중요시하는데 그 목사님은 10년을 교회에 헌신하며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여줬음에도 학벌이 좋지 않아서 담임목사가 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ㅇ 정년은 60세이나 내 윗사람으로 50대 초반이 온다면?


우리나라는 정년을 법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무원 정도를 빼면 말이죠.

다만 대부분의 기업들도 공무원 정년을 준용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의 정년은 60세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바로 위가 한 사업장, 소장, 담당임원인데 50대 초반이 온다면?

그 때도 바로 아래의 부소장, 선임연구원, 부장이 50세를 넘어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요?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그 친구의 동생이 같은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듣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더 문제는 그 자리는 내가 언감생심 갈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임원이고 오너라도 미국에서 유수의 대학을 나와서 현지에서 가장 핫한 분야의 실전경험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사람을 데려와서 소장, 임원을 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수 국내파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건 선천적인 불능에 가깝습니다.


ㅇ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구조적 한계는 누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부 학벌이 보잘것 없는데다 로스쿨도 명문 로스쿨을 가지 못했고 그렇다고 판검사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뒷맛이 쓴 얘기지만 제가 로펌 대표변호사라도 서울대 학부 - 서울대 로스쿨을 나왔고 부모님 직업까지 흠잡을 데 없어 회사 영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아마 큰 고민없이 전자를 고를 것입니다.


제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법관, 검찰총장이 되거나 김앤장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부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ㅇ 직장인들은 빠르건 늦건 매우 높은 확률로 타의에 의해 회사와 이별한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궁극적으로 보면 타의에 의해 회사와 이별합니다.


회사 밖은 전쟁터를 넘어 지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회사원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것도 굳이 승진해서 연봉 조금 더 받는 대신에 더해지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실적을 못내 조기 퇴사당할 위험을 피하고 싶다는 말이지.... 회사 자체를 빨리 나가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회사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꼭 명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를 제시하며 선택을 압박합니다.


후배를 내 윗사람으로 발령을 내기도 합니다.


정년까지 버티더라도 어쩌면 상황은 비슷합니다.


정년까지 온 사람 중 일부는 흠잡을 데 없이 노후준비를 해놓아서 홀가분하게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100세 시대에 그 정도 자신있는 노후준비를 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설령 연봉이 좀 깍이더라도 좋으니 회사를 더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정년이 지났다며 가차없이 직원을 내칩니다.


물론 60세를 넘겼으니 회사의 조치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ㅇ 마치며


얘기가 조금 곁길로 샌 것 같은데...


이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상한을 애초에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소모시키는 조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저는 "절대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지 말라. 회사와는 계약관계일 뿐이고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맞는 판단인가? 올바른가?를 별론으로 하고 오너부터 회사 전체적으로 학벌을 무조건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내가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면? 임원은 포기하십시오. 어쩌면 부장, 팀장조차 달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나는 여자인데 회사는 여자가 아무리 가정을 희생하고 내 몸을 갈아넣어가며 실적을 내도 여자는 여자란 이유 자체로 인정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때는 무리하지 마시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이직을 하십시오. 여자란 이유만으로 차별하지 않는 회사로.


고시 출신이 아니면 승진에 있어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고 승진할 수 있는 위치에 사실상 한계가 있다? 고시를 보거나 아니면 내가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찾으셔야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회사는 나에게 모든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네가 올라갈 수 있는 상한이 부장이라고 해서 적당히 열심히 한다고 부장시켜주는게 아냐! 네가 죽을똥살똥 열심히 하고 네 개인생활을 갈아넣어야 비로소 너를 그 자리에 보내줄까 말까 고민이라도 해보는거야."


아마 이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오너, 윗분들의 속마음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택은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입니다.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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