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도 넘은 예전에 첫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당시 신입이 어제 결혼했습니다.
오랫만에 결혼식장에서 당시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근무는 겨우 4개월이었지만, 야근은 기본에 토요일도 오후 2시까지 출근해야 했습니다.
1년 차는 공휴일도 출근해야 한다는 사장의 원칙 아래, 추석 당일을 빼곤 전부 출근했죠.
그래서 체감상 1년을 일한 것 같은 밀도였습니다.
어제 가서 근황에 대한 얘기들을 들으며 생각한 것들을 두서없으나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첫 직장의 사장은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중소기업의 전형적인 CEO였습니다.
추진력, 자기확신, 협상력이 있고 주요 행사에서 센터에 찍히는 사진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협회를 만들어서 세력화하는 것도 일찌감치 깨우쳤고 필요하다면 직원이건 거래처건 소송, 고소를 통해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법조 활용 전략도 있었습니다.
경기가 좋고 경영환경이 나쁘지 않을 때는 거래처를 뚫고 공격적으로 경영하며 목표를 향해 몰아붙이는 장점이 십분 발휘되었으나 문제는 환경이 일변했을 때였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은 당연(?)할뿐더러 거래처에까지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줄 돈에 대해서 계속 차일피일 미루며 공식 폐업은 아니나 사실상 폐업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업계에서 퇴출되었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재기를 노린다고 한다는데....
그렇게 한 업계에서 오래 있었음에도 도와준다는 사람, 다시 밑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모양입니다.
만약 어려운 상황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했다면 어땠을까요?
직원들을 갈라치기 하지 않고 진정으로 소통하고 대우해줬다면 어땠을까요?
전부 다 갚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자기 사재를 털어서 일부라도 밀린 임금과 거래대금을 갚으며 사정을 봐달라고 했다면?
경영은 물론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신용, 사람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본인이 챙기는 핵심인재들은 나름 대우해주었습니다.
문제는 그 외의 대다수 직원입니다.
그들이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아. 취업 안 되고 있는 애들이 한 둘이냐? 싫으면 나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장사와 경영의 차이를 하나로만 정리하라면 저는 사이즈라고 생각합니다.
장사는 내가 진짜 믿고 아끼는 직원 하나, 둘만 있어도 돌아갑니다.
그러나 경영은 다릅니다.
특히 진짜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면, 내가 정말 믿는 핵심인재 몇 명만 확실하게 대우해주고 나머지는 쓰고 버리는 부품처럼 대우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조단위 매출이 누구집 애이름도 아니고....
그 정도 매출을 올리려면 임원급 직원만 10명은 넘지 않겠습니까?
물론 핵심인재가 수십명, 수백명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도 핵심인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실제로 성장한 직원을 그렇게 핵심인재 풀에 넣어야 시스템이 갖춰지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어제 모인 동료들은 모두 버림받은(?)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어제 모임에 있던 친구는 제가 퇴사하기 직전에 사장이 직접 본인에게 아래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쟤(저를 말하니다) 여기서 나가면 어디 갈 데 있을거 같냐? 나니까 뽑아주고 쓴거야."
그러나 저는 그 이후 공공기관을 입사했고 지금도 이럭저럭 밥은 굶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아니더라구요.
첫 직장 사장이 뽑아 쓴 사람들은 아래 특징을 두 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ㅇ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고,
ㅇ 학벌이 보잘 것 없고,
ㅇ 사람이 순하고 원만하고 협조적인 성격이며,
ㅇ 열심히 할 의지가 있는 사람
제가 가장 먼저 나오긴 했지만 어제 모인 사람들은 결국 첫 직장을 모두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우여곡절이 다들 없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지금은 다들 결혼도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모든 중소기업이 그렇지는 않겠습니다만....
중소기업 사장님이 아래처럼 말한다면 한 번 쯤 걸러듣거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니까 너 써주는거야."
"네가 여기 아니면 어디 갈 데 있을 것 같아?"
"넌 네 연봉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건 제가 몰랐던 얘기인데 마지막으로 적어둡니다.
초창기에 소위 창업공신처럼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같이 일한 분이 계셨나봅니다.
중간에 위기가 찾아왔었고 극복한 이후에 상황이 좋아지니 이 분을 내쫓았던 모양입니다.
배신자라고 하면서.
그 때 업계에서는 그래도 나름 회사가 그만큼 컸던 것은 초창기에 쫓겨난 분의 노력이 컸다고 말할 정도였음에도 그랬답니다.
그러면 이유가 뭐냐?
중간에 위기를 겪을 때 6개월간 월급을 못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이 고용노동부를 찾아갔고 조사관이 나왔는데 그게 배신이라는 겁니다.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의 헌신을 인정하고 대우해주며 버리지 않는, 헌신해도 될 정도의 사람은 정말 극소수입니다.
헌신은 내 가족에게 하고 내가 차린 사업에 헌신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