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사잡설

UAM이 뜨는 날, 100만명 기사는 어디로 가야하나?

by 열혈청년 훈

출근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UAM이 떠올랐습니다.

UAM은 정말 사람들이 말하듯,집 앞에서 타서 집 앞에 내려주는 ‘하늘의 택시’가 될 수 있을까?


제 생각은 ‘혁신적 변화는 맞지만 하늘의 택시는 되기 어렵다’였습니다.

포인트 투 포인트 운행의 어려움, 라스트마일 이 두 가지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 번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1. 헬리콥터가 아무데나 내리지 않듯이, UAM도 택시처럼 아무데서나 타고 내릴 수 없다 - 포인트 투 포인트 운행 불가


먼저 제 생각에는 포인트 투 포인트 운행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사고확률이 0에 수렴된다는 확신이 없는 한, 사회적으로 허용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UAM이 제어를 상실해 아파트나 주택 밀집 지역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파장은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배상은 둘째치고 산업 자체가 동결되거나 후퇴할 위험마저 있습니다.


안전성 문제에 비하면 UAM으로 인한 소음 민원은 사소한 수준일 것입니다.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단 한 번의 사고로 전체 산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내포한 교통수단은 정책적으로 승인받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대중화되어 수십년을 사용한 헬리콥터가 도심 아무 곳에나 내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고…

몇년 전 헬리콥터가 강남 아파트를 들이받는 사고가 실제 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도심 항공 이동은 지상 교통보다 더욱 보수적이고 강화된 안전 기준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해당 운전자 또는 몇 대 정도의 사고로 그치는 반면, 주거 밀집지역에 추락하는 UAM은 발생가능 피해가 훨씬 클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UAM은 문 앞에서 타고 문 앞에 내리는 완전히 개인화된 교통수단보다는,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인 정류장 중심 이동수단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부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 도심 유휴지 활용이 가장 현실적


다음 문제는 부지 확보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정류장을 조성하기에는 토지 비용과 사업성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대안은 도심 유휴지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서울이나 도쿄, 베이징, 뉴욕 같은 대도시 어디에 그런 유휴지가 있느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도심 내 인구감소로 폐교가 현재도 나오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많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기술이 발전하면 UAM은 계속해서 소형화될 것인데, 폐주유소, 노후화된 빌딩이나 한 동짜리 아파트를 UAM 전용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이에 대하여 “폐교는 보통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할텐데, 아파트 등 소음민원에 의한 님비현상으로 시도가 어렵지 않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반론이고 예상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발상의 전환, 프레임을 잘 짜고 기술이 발전하며 일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소음을 잡아낸 UAM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최첨단 개인 이동수단을 누리는 아파트가 되어 UAM세권 프리미엄이 붙을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걸어서 UAM 정류소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어서 언급할 라스트마일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 반드시 만대만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택시산업의 미래 - 라스트마일 대체용 셔틀화


초기 UAM은 누가 이용할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교통체증 없이, 정시에 정확하게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 = 기꺼이 높은 비용을 부담할 의향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따라서 초기 UAM은 기업이 임원전용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계층을 흡수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일 먼저 모범택시 시장이 타격을 받겠죠.


그리고 모든 기술 발전이 그렇듯, 이용자 증가에 따라 투자가 더 들어가고 기술발전과 이용자 증가는 이용단가의 하락을 부릅니다.

언젠가는 일반 택시 수요도 상당부분 UAM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택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냐?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포인트 투 포인트 이동은 여전히 제약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택시는 UAM 정류장에서 마지막 목적지까지의 2~3킬로미터의 이동 - 라스트 마일이라고 보통 하죠 - 을 책임지는 일종의 셔틀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택시기사님들입니다.

이렇게 전환이 되는 순간, 택시기사님들은 사실상 구조적인 실업상태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UAM이 완전히 대중화되면 택시는 중장거리 개인 운송 수요를 사실상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어쨌건 단거리 이동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는 있겠지만…

로봇택시까지도 거론이 되는 상황에서 셔틀운행으로만 수익성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수익성이 나오더라도 빅테크 기업이 과독점하여 로봇택시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UAM과 택시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결국 인간 택시기사가 설 자리는 매우 좁아질 것입니다.


과거에 자동차가 발명된 시기에는 마부에서 운전사로 전직을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UAM은 사람이 아닌 무인운송을 전제로 개발되고 있고 설령 제도적 제약으로 인간 기사가 탑승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는 것과 UAM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불량, 해킹사고, 통신두절 등 긴급사태시에는 인간기사가 UAM을 직접 운전해야 하는데, 이는 헬리콥터를 운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예정된 택시기사 대량 실업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상당수 기사들은 말씀드린 이유로 대체 가능한 직무를 찾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택시면허 가격은 급속히 하락할 것이고, 중장년층의 주요 노후 일자리 선택지는 또 하나 사라질 것이고 기사님들의 노후 밑천도 휴지조각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실업에 해당합니다.

과연 재교육이나 직업 훈련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요?


이 문제는 비단 택시기사님들한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UAM이 그 정도로 진화한다면, 택배나 음식배달 라이더, 쿠팡 로켓맨을 대체하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지금도 미국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구체적 배송계획까지 갖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만 해도 택배,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기사, 배달라이더 등 관련 업종 종사자가 최소 10만명은 넘을 것입니다.

그들의 가족까지 하면 100만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100만명의 구조적 실업으로 인한 실직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닥쳐올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5. 마치며 - 기술의 진보는 누구를 태우고 가는가?


UAM은 분명 편리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술 혁신이 그러하듯,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붕괴가 됩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UAM은 얼마나 빨리 상용화될 것인가?”가 아니라,

“UAM은 누구를 태우고 가며,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


모두 한 번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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