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잘못하면 안드로이드 못쓰는 화웨이, 잘되어도 폭스콘이 될지도 모
최근 현대차 자율주행 개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5년간의 개발이력이 무로 돌아갈 수도 있어보입니다.
Https://youtu.be/teNA0in2BoI?si=lATkudpldsTf2zai
아래 글은 20년 9월에 제가 블라인드에 쓴 글입니다.
대부분의 댓글은 '네가 뭘 아냐?', '현대차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읽히시나요?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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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잘못하면 안드로이드 못쓰는 화웨이, 잘되어도 폭스콘이 될지도 모른다.
테슬라의 진정한 강점은 전기차 제조가 아닌 자율주행체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에 있다.
사람을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자동차의 엔진이 내연기관이건 전기기관이건 아무 관계가 없다.
업의 본질이 동일하다면 그 다음부터는 단순한 비교우위의 경쟁이 된다.
그리고 비교우위 시장은 어떤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더라도 알고보면 가격경쟁일 뿐이다.
흔히 자동차 선택의 고려요소라는 브랜드 가치, 과시성, 안전성, 디자인 등은 모두 고객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착각)하는 범위안의 자동차를 대상으로만 이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사람의 개입 자체를 없애 업의 본질을 바꾼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 기술개발의 역사에서 자동화로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인간을 쓴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화교환수가 그러했고 버스안내양이 뒤를 따랐으며 이제는 단순 캐셔가 그 길을 좇으려 하고 있다.
여기서 스위스 명품시계를 예로 들면서 반론을 펼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위스 명품시계 시장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통해 만들며 초고가 전략을 펴면서 잘 유지하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사치재 시장으로 한정하면 맞는 말이다.
장인의 손길이라는 마케팅 요소를 활용해 의도된 비효율을 소비하는 사치재 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은 어쩌면 일부러 피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사치재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극소수 자동차 메이커는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되어도 생존할 것이다.
자신의 부와 신분,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인간 운전수를 고용할 정도의 사람에게 돈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위치를 차지할 자동차 브랜드는 극소수일 것이고 일단 대표적인 대중차 브랜드인 현대차가 거기 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업체 내지는 많아야 2, 3업체의 과점시장이 될 것이다.
이는 컴퓨터 생산업체는 하늘의 별만큼 많지만 운영체계 시장이 윈도우를 중심으로 한 소수 독과점 형태인 것이나,
스마트폰 생산업체는 무수히 많지만 정작 스마트폰 운영체계는 사실상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되어 있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단순 제조업체는 1명의 고객에게 물건을 팔면 그것으로 끝이고, 네트워크 효과, 승수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운영체계를 파는 기업은 그 운영체계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고 일정 수준을 넘기는 순간 망할 수 없는 사업이 된다.
자율주행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맡기는 일이다.
그 중요한 선택을 전세계 1등 사업자에게 맡기겠는가, 아니면 애국심으로 무장해 토종기업에게 맡기겠는가?
자율주행을 해당 기업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게 맡기겠는가, 아니면 해당기업의 한 사업부서에 불과한 기업에 맡기겠는가?
제조사의 책임으로 사망사고 발생시 천문학적 징벌적 배상을 매기는 국가에서 나온 자율주행 체계를 신뢰하겠는가, 아니면 적정배상액을 받기 위해서는 승소 가망성도 낮고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국가에서 나온 자율주행 체계를 신뢰하겠는가?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마감품질이 우수하다, 베터리 성능이 뒤쳐지지 않는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라는 것은 모두 본질을 놓치고 있는 말이다.
그건 자율주행이라는 게임체인저가 없는 상황에서라면 백번 옳은 얘기고 테슬라는 전혀 현대차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 스스로가 입증했듯이 하드웨어적인 미숙함은 돈을 투자하고 시간이 지나면 상향평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MS나 구글, 애플이 입증한 것처럼 기반이 되는 플랫폼(여기서는 자율주행 체계) 자체를 장악한 기업에는 대항이 불가능하다.
지금 전향적인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현대차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생각된다.
최악의 경우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화웨이가 되거나, 적당한 품질의 물건을 빠르고 싸게 만들어내는 특기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폭스콘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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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통해 의견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피드백에 대한 제 생각을 조금 더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빠른 추격자 전략에 대하여
ㅇ 빠른 추격자 전략은 해당 게임의 룰이 유지되는 한, 매우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ㅇ 다만 이 전략은 한 가지 숨겨진 전제가 있습니다.
'2등만 해도 1등만은 못할지라도 일정한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고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입니다.
ㅇ하지만 피처폰 시장에서 노키아가 보여준 것처럼 게임의 룰이 바뀌면 기존시장의 절대강자조차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ㅇ만약 자율주행이 정말로 대세가 된다면, 그 때 현대차는 노키아처럼 사라져버리거나 재빠르게 갤럭시의 위치를 점해야 할 것입니다.
ㅇ제가 말씀드린 화웨이, 폭스콘의 비유는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2. (정말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머스크라면 진짜 노림수는 자율주행체계의 독점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ㅇ 운영체계 없는 PC나 노트북이 상상이 되십니까?
ㅇ 그 컴퓨터에 CPU가 인텔이건 AMD건, 그래픽카드가 3080이건 부두 그래픽카드이건 운영체계가 없으면 산업폐기물일 뿐입니다.
ㅇ 2019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7,750만대라고 합니다.
ㅇ 한 번 상상을 해보시죠.
ㅇ 만약 자율주행이 완전히 실생활에 녹아들어서 어떤 자동차도 자율주행 체계가 당연한듯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ㅇ 연간 7800만대면 10년이면 7억 8천만대입니다. 그 전부에 연간 10달러, 또는 100달러의 이용료를 내야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면 내시겠습니까?
ㅇ 만약 전세계 자동차에 자율주행이 필수적으로 깔리고 거기서 로열티를 받는다면 (이는 중고차에도 해당되므로) 10달러면 78억달러, 100달러면 780억달러가 매년 그냥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ㅇ 이것에 비하면 자동차를 연간 1,000만대 팔고 2,000만대 파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지경입니다.
3. 지금의 테슬라의 선전은 단순한 선점효과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ㅇ 역사상 신기술, 신사업을 선점한 사람이 반드시 끝까지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ㅇ 대량생산의 대명사 포드자동차가 한 예일 것이고, IT업계에서는 최초의 검색엔진 야후를 구글이 대체한 것도 그 예입니다.
ㅇ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테슬라가 단순히 선도기업이 아니라 애플이 IOS나 앱스토어를 통해 이용자들을 락인시키는 것처럼 한다면, 그렇게 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선점효과는 끝까지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4. 자율주행의 향상을 위한 주행이력 수집은 아무에게나 내줄 수 없습니다.
ㅇ 자율주행 기능의 향상을 위해서는 해당 자동차의 모든 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습니다.
ㅇ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주행이력은 어쩌면 매우 내밀한 개인정보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ㅇ 내가 어디를 갔는지, 어디를 자주 가는지, 어디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나는 어떻게 운전하는지 등의 정보는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폭발력 있는 정보입니다.
ㅇ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 믿음은 물론 그 국가의 법체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매우 중요합니다.
ㅇ 안타깝게도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ㅇ 나아가 기존의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컨소시움을 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