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가' 말하는가를 보지, '어떤 말'을 하는지를 보지 않는다
최근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2~3시간 자고 일어나서 이생각 저생각하며 뒤척거리다 문득 든 생각을 글로 옮겨 둬야겠다 싶어 노트북을 켰습니다.
제 글이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지금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글이 될 것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아마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억울한 일, 황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예측을 나도 말하고 A도 말했는데, 사람들이 내가 말했을 때는 시큰둥하거나 심지어는 반박을 하면서 A가 똑같은걸 말하니 "그래! 바로 그거야!"라거나 "나도 그 생각했어!"라고 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때 가서 "나도 똑같이 말했는데요?"라고 해도 건성건성 상대해주거나 심지어는 "언제 그랬는데?"라고 면박 당하기 일쑤죠.
저 또한 이런 경험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 설마 저만 이런 경험이 있는 것은.....아니겠죠?!!!)
다년간 그럴때마다 한 쪽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다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걸까?'라고 곰곰히 생각한 끝에 제가 찾아낸 대답이 바로 저 소제목입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누가' 그 말을 하는지이다."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누가'가 아닌 '말의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도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또한 '누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말의 내용'이 아닌 '누가'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첫번째로는 한정된 시간과 제약,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내가 집중해야 할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제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말로 맞는 의학지식을 이렇게 브런치를 써서 전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실제 의사이고 그것도 감염내과 전문의인 A가 정확히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의학지식을 역시 브런치를 써서 전달했을 때, 사람들은 누구의 글을 더 신뢰하고 믿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전문가를 맹신하는 함정이나 그럴듯한 사기에 사람들이 허무하게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바쁜 세상 속에서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일리있는 대응이기도 합니다.
둘째로는 '신뢰'의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나마 전문성을 쌓거나 말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관련 경력이 있으면 비교적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벽인데, 이 두 번째 벽은 한 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어느 모임에 가더러도 아무래도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만큼은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는 사람 말입니다.
반면에 분명히 저 사람이 똑똑하고 맞는 말을 하는 것도 알겠는데, 영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 말입니다.
설령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내가 알더라도, 섣불리 그 말을 듣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기 위한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내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은 거기에 반대되는 얘기를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분명히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틀린 말을 수용하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박할 말이 없으면 그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바에 따르면 사실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한 대응책입니다.
영화 내부자에서 이병헌이 본인은 깡패니 폭로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잘 믿지 않을테니 작중 검사인 조승우에게 양심고백을 하라고 하고 판을 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릐고 그 노림수는 멋지게 맞아떨어집니다.
말의 내용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메신저'가 더 중요함을 잘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 VS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사람"
저는 과연 어느 쪽의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반성하고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