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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Oct 21. 2021

[시사잡설]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발언은 치명적 실수다.

대선같은 큰 선거에서 덧셈의 정치를 버리면 남는 것은 패배뿐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의 전두환 전대통령 발언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고 합니다.

“전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 잘했다는 분들이 있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사전적으로 정치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이에 빗대서 생각하면 이렇게 됩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권력획득 과정만 빼면 권력의 행사는 잘 했다는 분들이 있다."

즉, 권력획득과정과 권력행사를 별개로 취급한 것입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닙니다.

단순한 망언도 아닙니다.

정치적으로도 치명상일뿐더러 후보 본인의 숨길 수 없는 역사관, 정치관을 노출했기 때문입니다.

향후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지 못하거나, 선출되더라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면 이번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이 중요한 패배요인 중 하나로 손꼽힐 것입니다.



1. 무엇이 문제인가? -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이 적법한 권력획득에 있다는 것을 무시한 발언이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무리를 이루며 살게 된 순간부터 권력이란 늘 존재해왔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비정한 속성과 독점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가 실증하고 수많은 격언들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 역사에서의 정치체제에 대한 구분은 대게 권력의 획득방법에 따라 구분되어졌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 로마의 공화정, 군주에 의한 절대왕정,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 구분이 그렇습니다.

권력자가 선출되느냐? 아니면 혈통이나 선대 권력자의 지명에 의하느냐? 권력자를 선출한다면 선출하는 사람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권력획득이 국민들의 선출에 의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제정된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과 한계 내에서 일정기간 권력을 행사한다.

주어지는 권력자에서 선출되는 권력자로, 권력자를 선출하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실질적인 선출기회를 갖기 위해서 민주주의의 역사는 피로 쓰여진 것입니다.


즉, 전제군주 국가라면 모르겠으나,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획득 과정의 적법성은 권력행사를 잘 했느냐, 못했느냐보다 앞서는 핵심사항이자 선결조건으로서 절대로 별개로 취급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하지 않았다의 차원을 넘어서서, 본인이 되려고 하는 직책이 어떤 정치체제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워지는 발언인 것입니다.



2. 결과가 좋으면 과정에서의 불비나 불법은 용인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614550001

고등법원에서"기왕 버린 몸이니 오히려 짝을 지어주어 백년해로시키는 게 좋겠다."며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강간해 재판받던 피고인과 피해자를 약혼시켰다는 사연입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심지어 미담처럼 소개가 된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비록 강간으로 시작했더라도 어쨌건 결혼생활 잘 했으면 된 것인가요?


검찰총장이셨으니 저보다도 훨씬 더 형사법적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시겠어서 형사법 얘기하기가 계면쩍지만 독수독과이론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비록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어쨌건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면, 왜 현대 형사소송체계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요?

고문에 의해서 허위자백이나 거짓으로 꾸며진 증거가 있다고는 해도, 그 중에는 진짜 증거가 섞여 있을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3. "한일합방, 일제강점만 빼면 일본지배를 받으며 근대화가 촉진되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시지는 않을지 두렵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집단적 기억과 정서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집단적 기억과 정서는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것으로 군중심리나 마녀사냥과는 결이 다른 것입니다.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는 "대표로서 당 원칙과 철학을 세우는 일에 있어 역사 정설과 다른 의견이 기본 정책이나 핵심 가치에 반영되는 일이 없도록 선을 그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해서는 역사적, 사법적 판단이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두 발언 모두 그 근저에는 집단적 기억과 정서의 당위성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서 나온 발언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소수의 극우성향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대체적으로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는 현대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는 5.18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이번에도 발언의 취지가 왜곡되었다고 초기 대응을 하셨습니다.

사과문을 올리시면서도 설명과 예시가 적절치 않았다고 유감을 표명하셨습니다.

여담으로 사과문에서 언급한 얼치기 운동권을 제외하고 진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하셨지만, 그간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 물의가 빚어져 사퇴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게 하고 계신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비록 소수지만 어쨌건 실제로 우리나라 안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이들의 주장을 들어 한일합방, 식민지배만 빼면 근대화가 촉진되었다고 말씀하지 않으실지 두렵습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셨으니 이왕이면 우리나라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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