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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Jul 12. 2020

막말하지 않는 법

 그런 비법은 저도 잘 모릅니다

일본어 과외 선생님과 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언어라는 게 어느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해이해진다. 대충 에둘러 설명해도 뜻이 통하고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더 나아지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일본어 선생님과 과외를 할 때 말을 더 잘하고 싶은 욕망보다는 도저히 혼자 자습으로는 지적당할 수 없는 나의 쿠세 (버릇)을 고치려는 용도가 더 컸다. 어느 정도 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사소한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걸 굳이 가르쳐 주려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기에. (일본인은 남에게 지적을 하지 않는다. 일본어 선생님처럼 그 일 하라고 고용된 경우에도 지적은 쉽지 않다. 내 선생님의 경우가 좀 특이한 분이었다.)


그 선생님이 내 말버릇 중 하나를 고쳐주셨는데 그게 'だよね 다요네'였다. 

'だよ 다요'는 한국말로 '그렇지요'이고 , 'ね 네'는 '그렇지?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영어의 isn't 그렇지? 같은 표현을 거의 제곱을 해둔 셈이다. 


예문을 들어보면, 


'지난번에 같이 간 식당 맛있었잖아요, 그렇죠?'

'뭘 좀 아는/돈 있는 사람들은 이 상품을 사겠지요, 그렇죠?'

위 두 문장의 미세한 어감의 차이인데, 식당은 같이 갔었으니 공감을 그럭저럭 해줄 수 있겠지만, 상품 판매에 대한 감은 우리 둘의 생각이 다를 수 있거나, 그 사실은 일반 상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죠?라고 강요하다시피 동의를 끌어낼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요네, 데스네 같은 표현은 그냥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처방을 받아 든 날, 집에 오는 내내 멍했다.

왜냐하면 나는 직업적으로 남의 동의를 끌어내는데 병적으로 집착하는 스타일의 인간 이어왔기에.... 



하지만 그 날 그 배움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첫째는 다요네. 는 내가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1명의 인간( =연인) 에게만 쓰기로 했고, 나머지 경우에는 쓰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는 습관처럼 마치 내가 믿는 것이 정답인양하는 화법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마케터로서 참 중요한 훈련이다. 

말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고, 그 말은 그 사람들의 말이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는 뜻이다. 그 설득력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만, 종국에 말로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는 '파워'가 있기 때문에 손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뿐더러 악용되기 시작하면 사람을 속일 수도 있는 무서움이 서려있다. 말에 힘이 서려 있다는 것은 그 힘을 좋게 쓸 수도, 나쁘게도 쓸 수 있다는 뜻이기에 말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말발이 약한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두서가 없기도 하고 힘도 약하다. 그래서 가끔 실언을 하거나 해도 사람들이 별로 귀담아듣지 않아 문제 될 가능성이 적은데, 말발이 센 사람 (마케팅하는 사람들 중에 팔 할이 말발 킹들이다) 은 실언 하나를 해도 그게 두고두고 남아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말의 힘이 센 사람은 그 힘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 

막말을 하지 않으려면, 내가 한 말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농담이니까 뭐 이런 걸로 정색을 하냐거나, 별 뜻 없이 한말이니 귀담아 듣지 말라거나, 말도 못 하냐고 듣는 사람을 나무라거나 하는 태도는 하루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당신의 막말이 때로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나 당신의 말로 상처를 받았거나 나쁜 의사결정을 했다는 '피드백'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도 의기소침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당신의 말에는 어떤 힘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그 힘을 좋은 쪽으로 사용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전국의 말 잘하는 사람들 (이중 다수가 마케터), 
당신들의 재능을 아름답게 쓸 수 있도록 갈고닦읍시다. 

재능을 아무렇게나 쓰면 재앙이 되지만, 갈고닦으면 비로소 대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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