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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gon Huh Aug 19. 2017

잘 나가는 '디스코'에서(2)

NAVER DISCO  사용 후기 2탄 - 제안 의견 편 

1탄 - 장점 편 https://brunch.co.kr/@sugonhuh/7 에 이어 2탄을 준비해보았다. 
전반적인 디스코 소개와 장점은 1탄에서 확인하시고, 
2탄은 허접하나마 내가 생각할 때 이런 점이 덧붙여진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한번 펼쳐보았다. 

러셀크로 주연의 Water Diviner OST 중... '....사랑해서 그랬어...' 



첫 째, 누구시더라...

둘째, 싼 집 찾다 내가 차린 집, 좋은 글 찾다 내가 쓴 글. 

셋째, 너무 쉬운 좋아요는 좋아요가 아니었음을... 



이렇게 세 가지 정도 고민해봤다.

 처음에는 단점, 개선점 등을 찾아내서 꾸리는 기획을 했었다. 솔직히 그게 더 쉽다. 원래 덮어놓고 까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이다. 나는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새로운 서비스 나왔다고 공지사항이 뜨면 친한 선배하고 사내 메신저로 '저거 봤어요? 카피가 저게 뭐예요 ㅋㅋ, 저거 이렇게 고쳐야 되는데 그쵸?' 하고 놀았다. 참 철딱서니 없는 짓이다. 그때 선배가 나더러 ' 내가 사장님이면 스곤에게 C레벨을 달아 줄 것 같다. 이름은 바로, C어머니 (씨어머니). 회사에 뒷짐 지고 돌아다니면서 잔소리를 하는 거지 껄껄' ' 아 그럼 나는 하루 종일 일해도 안 질릴 것 같다~' 

근데.... 사실.... 새로 갓 태어난 서비스에 단점이 있어봐야 뭐 그리 있겠나. 단점, 개선점이라는 것도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누군가는 디스코 UI가 불편하다고 하는데 그건 본인이 이미 익숙해진 UI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것일 테고, 누군가는 디스코의 콘텐츠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단지 친구의 일상이라고 해서 피드 상단으로 받아보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디스코 피드가 효용이 없을 수도 있는 걸 테고 말이다. 절대적으로 이런 점이 불편하다, 부족하다 라고 말하려면,

1. 일단 그 서비스의 핵심적인 콘셉트를 이해하고 있고,
2. 그 콘셉트에 동떨어진 기능과 운영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두 글자로 압축하면 '분석'을 해야 가능하다는 건데,  분석이라는 게 말처럼 손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간편히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제안 의견'이라는 소극적인 표현과 '외부인의 시각'이라는 강 건너 불구경  마인드로 허심탄회하게 써보았다. 



1. 우리 어디서 뵌 적 있나요? 누구시더라... 


비 인맥 기반, 관심사 기반의 SNS라고 1탄에서 가볍게 언급했듯이 디스코는 내가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과의 연결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디스코는 처음 앱을 설치하고 오픈했을 때, 이 서비스는 그래도 'SNS'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들어오면 역시나 관심사 설정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 이 여기에 들어와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혼자 뻘쭘하게 아무도 반응 주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좋아요를 누르면 남도 나한테 좋아요를 하고, 내가 팔로우를 하면 남도 나를 팔로우하고.. 이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관심기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새로운 관계망이 얼기설기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령, 

'평소 등산에 관심 많은 스곤은, 혼자서는 정보와 지식의 한계를 느껴 등산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대망의 첫 정모에 참가한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고, 산에 대한 자기의 지식과 취향, 각종 기어 자랑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스곤은 혼란에 빠진다. 누구는 이게 좋다 하고 누구는 저걸 사라 하고 누구는 반대의견을 내놓는다. 여기서 스곤이 신뢰해야 하는 사람은 누굴까? 그 신뢰의 기준은 산에 오래 다닌 경력이나 카페 활동 지수 등의 내공으로 볼 수 있지만, 같은 초심자 더라도 스곤의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이 더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스곤은 누구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될까? 귀 기울어야 할까? 어떤 기준으로 정보의 정확성이 아닌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런데, 디스코 초창기에 이런 '아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사람에 대한 정보가 다소 빈약하다. 더 쉽게 설명하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는 묻는데, 정작 '내가 누군지'는 물어보지 않더라' 페이스북이 처음 Booming 할 때 'You are what you share'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당신이 공유하는 정보가 당신의 정체성을 설명해줄 수 있다는 이야긴데, 매우 동의한다. 그러나, 페북의 성공은 출신학교를 자랑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먹고 자랐다는 걸 떠올려보자. 단순히 잘난 척을 하기 위한  'self introduction'이 아니라,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심도 깊은 고민과 경험이 있는지, 내가 양질의 정보를 큐레이션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self promotion' 할 수 있게 해준다면 보다 빠르게 star curator를 양성할 수 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가령 마케팅에 관심 많지만 마케팅해본 적 없는 비전공자 대학생)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면서 이 사람에게 어떤 것을 댓글로 더 물어봐도 될지 감을 잡을 수도 있다. 단서들로 그 사람을 유추하게 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당신 누군지 설명해달라고 하는 게 더 쉽고 빠른 방법 아닐까? 
그래, 디스코에는 덕후 배지가 없더라. 받은 좋아 /팔로워/팔로잉 숫자와 3개의 keyword 이외에 이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한다면 어떨까.


어디까지나 SNS의 중간에 위치한 N은 NETWORKING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우리는 최신 뉴스와 정보도 궁금하지만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SNS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self promotion을 보고 나면 보다 이 사람과 관심사를 공유할지 말지 결정하기 쉬울 터



2. 싼 집 찾다 내가 차린 집, 좋은 글 찾다 내가 쓴 글. 


디스코 하다 보면 재미있는 기사 찾아서 소개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단순히 틱- 링크만 던지고 한 두줄 요약하는 것보다도 내가 이 기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거기서 무슨 implication이 있는지 추출해내는 게 진짜 재미다. 이게 왜 재미있느냐 하면, 지금 내가 머신러닝이랑 ai에 관심이 많은데 사실 전공도 아니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자꾸 헛길로 새는 현상이 있다. 근데 디스코에서 그 주제를 탐색하면서 느낀 두 가지는 

1) 좋은 기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내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하면서 그 기사를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점
2) 남이 그렇게 소화해서 내놓는 해설과 함께 기사를 읽으면 이해가 쏙쏙 되고 배우는 게 너무 많다는 점 

가만 보면 디스코에서는 뉴스가 뉴스로 끝나지 않고
'나의 지식'으로 재탄생한다.  

 링크는 거들 뿐...

그래서 링크를 공유하는 기능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저작 툴 도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은 모바일 버전만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글 쓰는 게 어렵고, 글쓰기 툴 자체도 단순 text 입력 밖에 안된다. 크롬 버전이 있어서 장문의 글을 쓸 수 있고 그런 발 빠른 해결책 너무 훌륭하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큐레이션에 집중하기 위해 크리에이션을 소홀히 한다고 하면, 거기에 내 대답은 이렇다. No, double No and Tripple No. 

(*내가 디스코에 내 글 링크하려고 직접 브런치 작가 신청까지 하고 생 야단을 피운 이유는, 브런치가 저작 툴로서 현존하는 한국 서비스 중에 최강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ㅇㅇ)

Curation은 Creation과 절대 동떨어질 수 없다. 항상 좋은 작가는 동시에 좋은 독자이기에.
좋은 글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탁월하게 소개하는 능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아마 지금 열심히 하고 계시겠지만) 디스코는 저작 툴을 보완해야 한다. PC버전은 당연한 이야기겠고. 



3. 너무 쉬운 좋아요는 좋아요가 아니었음을... 


사실 나도 처음에 쓸 때는 기사를 안 보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나중에 봐야지 희희' 하면서 좋아요를 눌러서 키핑만 해놓고 안 읽고 기사가 쌓이는 경험을 했다. 게다가 내 취향이랑 암 상관도 없는데 그냥 아는 사람이 올렸다고 무작위로 '좋아요' 폭탄을 한 적도 있다. 아마 다들 그렇겠지. 


그런데 나는 페북 시절부터 이놈의 '좋아요'라는 콘셉트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태생이 까칠함으로 떡칠이 된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난 제대로 글 읽지도 않고 공감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좋아요' 누르는 간편함이 싫다. 특히나 페북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미국인이 자주 쓰는 문장 500개' 같은 콘텐츠를 싫어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그거 좋아요 눈 수백 개 눌러보면서 제대로 500개를 읽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서다. 그래서 나는 그 기사를 퍼올 때 진짜 끈질기게 500개 표현을 다 읽고, 그중에 내가 외워야 할 것만 따로 적어서 디스코에 퍼블리시했다. 물론 지금도 숱한 사람들이 그거 '좋아' 하고 있는데, 정말 그 사람들... 그거 읽긴 읽었을까???


여러 신을 믿는 건 아무 신도 믿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고, 너무 쉬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오늘 하루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읽을거리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손바닥에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단순하게 취급해버리고 싶지 않다. 가령, '좋아'를 쉽게 누를 수 없게 만들면 어떨까? 누군가 올린 글의 링크를 눌러보기 전까지는 + 그 링크에서 10초이하로 머물렀을 때는 '좋아'할 수 없게 만든다던지 말이다.... (왤케 허접한 대안일까 ㅜㅜ) 


정말 잘 쓴 기사는 그렇게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 한다고 내가 이해하는 지식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건 열심히 기사 쓴 사람한테 예의가 아니다. 나는 디스코가 큐레이션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으면 한다. 그냥 '퍼오기', '퍼 나르기'가 큐레이션이 아니다. 그건 재미도 없고 멋대가리가 없다. 



Curator의 어원은 라틴어로 curare이고 이건 '돌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지킬 가치가 있는 대상을 보존하고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진정한 큐레이션은 그냥 갖다 그러모아 놓는 게 아니라, 진짜 가치로운 것을 찾아내고
 그걸 소중하게 전파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소중함을 믿기에, 그 품질을 지키고 동시에  가꾸고 싶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그 속도에 우리가 쫒아오지 않는다고 재촉한다. 

좋아요는 천 개를 눌러야 하고, 맛집은 백개를 알아야 하고, 뉴스는 안 본 뉴스가 없어야 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오늘도 디스코를 쓰면서 생각 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제대로 소화하지 않은 기사를 자기 전에 복습한다. 

그리고 내일은 5개 이상 좋아요를 누르지 말아야지 내일이면 어기게 될  다짐을 한다.


좋아함, 발견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도록 이끄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생각은 대차게 나이브한 구석이 있더라도. 내 맘이니까 꼭 강조하고 싶었다. ^^ 

천천히 느리게 가는 정보, 그래야 끈질기게 살아남아 옥석을 가리는 진검 승부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고. 

금방 광고와 허접한 정보로 더럽혀지고 금방 애정이 식어 떠나가는 디지털 유목민들을
정착하게 만들기 위해서, 디스코는 큐레이션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해나갔으면 하고 바란다. 오래오래 지금처럼 신선함과 재미를 그리고 유익함을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 


그런 소중한 큐레이션이, 이 지긋지긋한 아마추어리즘이 낳아놓은 거대한 2류 정보의 홍수로부터 옥석을 가리고, 볼 가치가 있는 것들만 볼 수 있는 우리의 권리를 복원하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BGM : 러셀크로 아재가 작사가로 활약한 Kristoffer Fogelmark의 'Love was my alibi'
  https://youtu.be/ZxVdagd_Pv0  이글의 주제와 매우 부합하는 곡으로 골라보았다. )



다음 편은 서비스 리뷰는 잠시 휴식하고,
 <나는 아마추어리즘에 반대한다, 지금은~ 덕후시대! > 로 찾아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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