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 DISCO 사용 후기 1탄 - 장점 편
최근에 네이버가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인 디스코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개인적인 관심사를 공부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툴이 없어서다.
내가 하도 들여다보고 낄낄대니까 친구들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래와 같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왜 페북은 두 가지 정보 때문에 보는데 세 가지 정보가 혼재해 있잖아.
남의 애 워터파크 간 사진
그리고 (멍청하게) 그런 너를 타깃으로 한 워터파크 광고
마지막으로 니 관심분야 최신 뉴스
위에 두 가지를 제치고 마지막 것만 남긴 게 디스코야, 근데 ai가 네가 좋아할 만한 뉴스를 계속 찾아줘서 앱을 여는 순간 계속 읽을 게 넘쳐나지.
더 쉽게 설명하면,
페북의 단점을 걷어내고 장점만 살린 진짜 NEWS Aggregater 이자,
인맥 기반이 아닌 순수 관심사 기반의 SNS
이렇게 설명하면 충분히 쉬운가? 이미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만 하다 보니 주변에는 IT 업계 인간 아니면 내가 하도 떠들어대서 IT 업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저렇게만 이야기해도 다 알아듣더라.
그럼 디스코가 이렇게 '물이 좋아질 수 있는 이유 3가지'만 고민해볼까?
디스코는 디스커버리의 약자로,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몇 개만 갖고 오고 남의 뉴스를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하면 그게 마중물이 돼서 그다음부터는 내 피드에 최신으로 올라오는 뉴스는 귀신이 곡할 정도로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만 큐레이션이 돼서 상위로 올라온다. 머신러닝을 통해서 ai가 내가 좋아할 만 뉴스를 분석해서 위로 올려다 주는 로직일 텐데 지금 서비스 초기인데도 고수들이 많이 즐겨줘서(?) 그런지 뉴스 품질이 탁월하다. 한번 열면 일단 기본 5개는 그냥 내리읽게 된다.
사람들이 왜 뉴스를 읽는지 생각해보라. 페북에 올라오는 별로 안 친한 사람들까지 다 공개하는 근황, 인스타에 올라오는 허세 사진들도 그 나름대로의 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질 좋은 뉴스를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가 디스코 되시겠다.
물론 사람마다 뉴스의 perceived value가 각기 다른 점도 맞다.
그래서 디스코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찾아서 보여준다. 그게 바로 품질의 핵심이다.
대기업 중에 서비스 운영 잘하는 회사가 잘 없다. 스타트업이야 운영 빨로 살아남아야지 사실 직원 한 명 한 명 오너인 데다가 (진정한 오너십은 그 사람이 실제 오너이거나 오너에 준하는 권리를 가질 때 나오는 거다.ㅋㅋ) 일에 미쳐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하는 거라서 사실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만 빼면 서비스에 달라붙어 있어서 하루 종일 고객의 목소리를 추적해서 개선을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그런데 대기업이라면 완전 다른 이야기지. 일단 대기업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실무자는 오너와는 거리가 먼 종업원이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다. 운영자가 아무리 일을 잘해서 서비스의 개선점을 수천 가지 찾아내고 수치화해서 위에 보고를 해도 개발, 기획 조직에서 무시하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 실제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
개발자 :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기획자 : 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기획한 건데, 이용자 말 한마디에 다 바꾸면 스텝 엉킵니다.
마케팅 팀장 : 만 명이 조용히 쓰고 있는데 열명이 이야기하는 걸 수용하면 나머지 구천구백구십 명은 어쩌고?
그런데 대기업 서비스 운영의 룰을 깡그리 무시하고... 디스코는 아직 운영의 날이 살아있다.
담당자들이 실시간으로 서비스를 감시 감찰하고 있고, 관련한 이용자 목소리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귀담아듣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발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서비스 론칭한 지 몇 주 됐다고 벌써 몇 가지 업그레이드가 있었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초기부터 이 서비스를 쓰는 유저 입장에서는 '같이 키워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게 바로 지분이나 월급보다 더 힘이 세다는 '오너쉽'을 가지게 해준다.
요약하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성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브랜드에는 열성적인 fan이 존재한다. 특히 초기에는 이 열성적인 오타쿠들이 나무 쪼가리를 양손바닥에 피나도록 비벼서 불씨를 만드는데, 이게 모여서 불꽃이 되고 그러다가 서비스가 어느 순간 산불처럼 번진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강력한 감염인자가 사회망을 통해서 바이러스처럼 감염시키는 입소문을 연구하고 있는데 나는 이 입소문의 근원지가 꼭 힘 있는 사람(힘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사람) 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서비스를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좋아해 줄 사람 100명이 가장 핵심인 것 같다.
마케터인 내가 보기에 디스코는 눈에 보이는 마케팅은 안 하는 느낌이다.
그 흔한 소개 영상 하나 없잖아. (있는데 못 본 거면 죄송)
검색해봐도 제대로 된 마이크로 페이지 하나 없고 바로 다운로드 버튼이 끝이다. 어느 순간부터 네이버에서 론칭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서비스를 알리는데 쓸 에너지를 서비스를 만드는데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케팅 활동을 안 하는 것도 마케팅일까?
대답은 YES
좋은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던지라고 했지 참.
다시 질문해보자.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한 마케팅 활동을 아예 안 하는 것도 마케터가 결정하는 걸까?
대답은 YES, YES, YES!!!
아마도 디스코 팀은 지금껏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마케팅은 안 하기로 한 모양이다.
하나마나한 마케팅 활동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에 서비스 더 좋게 하기 위해 고객 목소리 듣고,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써보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기획에 알리고 기획자, 개발자와 한 몸이 돼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게 마케팅이다. 거기다 수치를 분석해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서비스의 몸집과 방향에 대해서도 기민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다각도로 마케팅 액션을 기획할 수 있는 것도 마케팅이다.
배너 카피 쓰고, 인스타 운영하고, 뚜껑 이미지 만드는 게 마케팅이라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지만
그런 게 마케팅의 정수가 아니다. 마케팅 잘하는 방법은 페북이나 트위터에 떠돌아다니는 '마케팅 101'이나 '마케팅 비법 10가지' 이런 것들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배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마케팅을 잘하려면 고객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유저가 뭘 원하는지 가만히 듣고, 그들의 언어로 해결해줄 수 있는 역할이 마케팅이다. 그 결과로 유저가 아 이 서비스 좋다, 나도 입덕 할래.라고 말하는 게 퍼포먼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활동도 궁극적으로 마케팅이라고 하면, 디스코 마케팅, 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OK GO의 ' I WON'T LET YOU DOWN'으로 이 허접한 글을 마친다.
Honeymoon effect라고 해서 새로 산 물건이나 새로 사귄 사람이 마냥 다 좋아만 보이는 꿀 같은 효과가 있는데, 이 도 서로 노력을 안 하면 생각보다 금방 식는다. 디스코의 허니문 기간은 길었으면 좋겠다.
2탄은 개선의견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