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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 Day A Day

들어가며···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긴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는데

by 서윤

훈련소에서의 일이었다. 늦은 나이에 군입대를 한 나는 다른 훈련소 동기들이 저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생활관 한쪽에 가만히 앉아 조용히 개인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형은 뭐 하다가 군대에 늦게 오셨어요?"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치열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힘겨운 수험생활. 듣기만 해도 재미없고 지루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동기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전해주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힘들었던 나의 수험생활에 함께 울어주었으며 힘들게 이룬 성공에 크게 기뻐해 주었고 심지어는 나에게 공부와 관련한 상담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았다. 나의 수험생활.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고 동시에 가장 기뻤던 순간들을 글로 써보는 것이 어떨까.



그날 밤, 나는 훈련소에서 나눠 준 평범한 공책 한 켜에 무작정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국모집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힘들고 긴 적응기를 겪었던 것부터 시작하여 눈물겨운 재수를 통해 마침내 바라던 성적을 거둔 그 날까지. 나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며 가장 어두운 시기 누구보다 빛났던 나의 지난 모습들과 오래간만에 재회했다.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긴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는데······.



내가 가장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인터뷰한 내용임과 동시에 내가 살면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 그리고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 비범함, 특별함을 추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비범한 사람들만이 쟁취할 수 있는 목표를 일개 평범한 사람이 이루어낸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대개는 나와는 다른 비범한 사람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선천적인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고야 만다.



하지만 평범하다고 해서 꿈을 꿀 자격조차 없는 것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위 몇 프로의 비범한 사람들만이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학, 직업, 재산을 차지할 자격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나는 꿈꾸고 싶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 꿈을 이루어내고 싶었다. 나에게 비범한 재능이나 번뜩이는 두뇌는 없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역경들이 필요한 것뿐이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나는 억울해하지 않는다. 대신,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당장은 힘들어도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나도 비범한 사람들과 동일선상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상처 받은 모든 영혼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가장 힘들고 암울해 보이는 지금 이 순간이 사실은 가장 빛나고 있는 순간이라고.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 빛났던 것만큼 끝끝내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빛을 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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